말랑말랑 소울 스키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5
박은몽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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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리고 동화같은 예쁜 표지를 보며 달콤쌉싸름한 사춘기 첫 사랑을 그린 성장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뜻밖의 반전 내용이라닛! 책 제목, 표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시리즈 45번째 이야기는 가출소년 아경과 가족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소녀 아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아경이 만나게 된 것은 옥상이었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던 아경은 Y중학교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살금살금 들어서는 걸 발견했고, 뙤약볕에서 긴팔 소매의 셔츠를 입고 서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추워 보이는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그가 보다 못해 끼어든 것은 그녀가 삼선슬리퍼를 벗어서 한쪽에 가리전히 놓고 다시 난간 위에 두 주먹을 올려놓고 섰을 때였다. 무언가 그녀의 다음 행동을 저지해야만 할 것 같은 예감에 다급한 심정이 되어 소리친 아경은 사시나무 떨듯 떠는 가여운 그녀에게 겁내지 말라고 상냥하게 말해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2천원을 삥 뜯고 말았다. 마치 어른이라도 된 양 딴 데로 새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라고 당부한 아경은 그녀의 이름도 아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젠장. 난 강아경이야. 엄마가 기르는 애완동물이 아니라고.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 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 그래! 난 누구의 아들도 아닌 나로 살고 싶어. 나, 강.아.경!" (본문 33p)

 

심아경 따위는 없었다. 세상이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 혹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 역시 세상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에도 아경이 숨을 곳은 없었다. 그래서 옥상으로, 아니 옥상 너머의 세계로 멀리 사라지고 싶을 뿐이었다. (본문 56p)

 

강아경이 옥상에 있었던 것은 공부를 신으로 모시고 있는, 모든 것이 '공부'에서 시작하고 '공부'로 귀결되는 '공부교'의 맹신자인 엄마로부터 가출한 탓이다. 전교 1등을 놓치거나, 공부를 하다가 졸면 어김없이 회초리를 드는 엄마로부터. 초등5학년 때 돈이 떨어져 일주일만에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강아경의 가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녀 심아경, 그녀는 자신이 아빠의 혹으로 취급당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엄마에게도 자신이 혹이었기에 버리고 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있으나 없으나 똑같은 존재, 아니 없으면 모두를 위해 더 좋은 그런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지수가 아이들 사이에서 일진으로 통하는 남자친구와 붙어 다니면서 아경의 학교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돈을 만들어 놓으라는 지수의 협박, 괴롭힘, 어디에도 아경이 숨은 곳은 없었다.

 

떠도는 것과 집에서 맞으면서 공부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힘들까는 고민하는 강아경, 지수에게 끌려가는 것이 더 무서울지, 옥상에서 떨어지는 게 더 무서울지를 고민하는 심아경, 두 사람은 잘 곳이 없어 거리를 헤매던 강아경이 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어슬렁거리다 잔디밭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심아경을 발견하면서 재회하게 된다. 가출했다는 아경의 이야기를 들은 심아경의 도움으로 강아경은 심아경의 집 건물 옥상에 있는 창고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 지수에게 갖다주어야 할 삼십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아빠의 가방을 뒤지던 심아경은 아빠에게 걸려 매를 맞게 되고, 그런 심아경의 모습을 본 강아경은 심장 한 귀퉁이가 아려오는 것을 느낀다. 다른 사람의 눈물에 자신의 마음이 아프고 같이 울어버릴 것 같은 기분은 그에게는 난생처음 갖는 경험이었다.

 

심아경의 생일을 알게 된 강아경은 교문 앞에서 아경을 기다렸지만, 아경은 지수와 그의 일당들로부터 끌려가고, 강아경에게 어설픈 희망을 가졌다가 더 절망의 구렁텅이 속으로 떨어지기 싫었던 심아경은 아경을 밀쳐낸다. 돈을 구하지 못해 괴롭힘을 당하고 온 심아경을 본 강아경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공부하기 싫다고 애기처럼 징징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엄마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살겠다며 집을 나왔다가 도움이 필요해서 십여 일 만에 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경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아경은 심아경을 괴롭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엄마에게 삼십만원을 달라고 한다. 심아경이 일당으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게 된 강아경은 아경을 구하려다 오히려 폭행 가해자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아경을 위해 사건의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 심아경.....이제 알 것 같아. 너의 아픔을 보면서 나는 나의 모습을 깨달았던 거야. 도망만 다닌 건 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던 거야. 나.......내 맘대로 살겠다고 당당한 척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도망만 다니고 있었던 거야. 내 숨통을 죄는 답답한 현실로부터. 네가 옥상으로 도망만 다니려 했던 것처럼 말이야. 우리는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했던 것일까? 소중한 우리 인생, 우리 미래를 내버려두고 말이야. (본문 216p)

 

- 강아경! 이제 알겠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을래. 난 어차피 옥상으로 가려고 했던 몸이잖아. 앞으로 지수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죽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겠지? 죽으려고 했던 그 용기로 조금만 힘을 내어 살아볼게. 너를 위해서. 네가 나를 위해 용기를 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게. 조금만 기다려. (본문 223p)

 

어른들의 이기심에 상처받은 두 아이들은 학교, 가정에서 자신들이 설 곳을 잃었고, 두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현실회피 뿐이었다. 그렇게 상처입은 두 아이의 만남으로 사건은 커져가고, 어른들의 부조리로 진실은 외면당할 뻔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려는 용기가 스스로의 인생을 구해낸다. 심아경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 강아경,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내준 강아경을 보면서 자신 또한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는 심아경,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온다.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했던 엄마의 이기심, 자식을 혹으로 생각하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아빠의 이기심, 그리고 권력으로 진실을 덮어버리려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두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어른들로 인해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의 소중함을 알게 된 두 사람의 용기가 가슴 벅차다.

 

제목과 표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기대한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은 기분이다. 어쩌면 내 아이도 엄마라는 권력으로부터 상처입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성적에 우쭐해하던 내 모습이 강아경 엄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두 아경의 모습은 주변을 돌아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어른들로부터 상처입으면서도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주고 있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 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돌아온 거군. 나의 자리로. 내가 무엇을 위해 공부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도망 다니지 않을 거야. 지금 바로 여기, 이 자리에서 내 꿈을 찾아야지. 열다섯 살 나의 인생은 소중하니까! (본문 235,2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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