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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민낯 -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
대학가 담쟁이 엮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3월
평점 :
<<청춘의 민낯>>은 기성세대와 청춘세대에 소통의 다리를 놓고자 기획된 책이라고 한다. 너무도 빠르게 변화되는 현실에서 기성세대와 청춘세대의 골은 예전과 달리 더 깊어진 느낌이다. 그 빠른 변화로 두 세대간의 접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기성세대들은 청춘들의 나약한 모습을 질타할 뿐이고, 청춘들은 기성세대들의 고루함을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두 세대들은 서로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에 그 골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런 탓에 '기성세대와 청춘세대에 다리를 놓는 20대의 일기장'인 <<청춘의 민낯>>은 더욱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담은 이 책을 통해 청춘의 현실을 들여다봄으로써 접점을 만들어간다면 골을 조금씩 메꿀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기에 앞서 잠시 나의 청춘을 되돌아보았다. 나의 20대는 이른 결혼에 따른 육아로 '청춘'이라는 시기를 훌떡 넘겨 살았다. 꿈을 향한 고민도, 열정도, 좌절도…… 사실 나는 잘 몰랐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대학 캠퍼스를 누비며, 늦도록 팀플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을 뿐이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일 게다. 헌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늦은 밤까지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책상에 앉아 있는 딸을 바라보고 있자니 청춘의 현실이 이제야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좋은 대학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3년을 힘겹게 공부하지만, 막상 대학에 들어서면 또 다시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과의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뿐 아니라, 대학등록금이라는 무거운 짐이 또 어깨를 짓눌러 갑질의 횡포에 상처를 입고도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버거운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니 내가 생각했던 학업에 대한 열정, 꿈을 향한 도전, 실패에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같은 건 애초에 판타지였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학점 관리와 취업 준비로 바쁜 그들이 나온다. 아무리 바빠도 사랑하는 그대가 생기는 청춘들이 나온다. 행복하게 사랑만 하고 싶은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그들이 나온다. 그러자니 인생이 대체 뭔가 싶고, 끝없는 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지나 싶고,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게 뭔가…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중략) '다른 사람의 낙서인데 내 마음속에서 뜯어낸 듯 나와 꼭 닮아 있었다'고. (프롤로그 中)
<<청춘의 민낯>>은 2014년 2학기, 고려대학교에서 '출판기획제작' 강의를 듣던 학생 20명이 20대의 실체를 보여주고자 낙서 채집에 나서며 학생들이 활발히 참여하는 SNS,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온라인 매체의 글들을 모았다고 한다. 연애, 경제, 학업, 진로, 정치사회 등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담겨진 글들은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하기도 했으며, 청춘들의 절절한 현실에 가슴 아프게도 했다. 청춘의 삶은 왜 이리도 팍팍한지…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괴상한 사회구조는 아랑곳없이 젊음을 핑계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계속 강요하고 요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이러한 그들의 현실과 마주하면서 기성세대들은 청춘의 삶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은 물론이요, 지나온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게 되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일주일 동안 7번의 온라인 회의, 5개의 과제 제출, 4번의 팀플 모임과 발표, 3번의 미션 보고서 제출, 2번의 월례 회의, 리딩과 바람회 홍보 활동, 11번의 리더 교육과 밀린 과제 제출하는 청춘들에게 정작 어른들은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고 숫자(학점)로만 물어본다. 그뿐인가. 힘겨운 수능 공부를 버티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교수님의 틀린 설명을 학생이 정정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고등학생 때까지는 샘솟한 엄청난 학문적 욕구들이 대학에서 강탈당하고 있는 현실에 좌절해야만 한다.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미궁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초조함과 대학 생활에 대한 꿈 같지도 않은 꿈을 품고 대학에 들어왔지만 대학을 다니는 지금은 그런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워지고야 마는 대학생활을 보내야하는 것이 지금의 청춘들이다.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살고 싶지도,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면서 성공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소소하게 웃으며 살고 싶지만, 감동받는 건 사치일 뿐인 어른들의 착각와 모순과 오만이 널브러져 있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탓하고, 자신의 어리고 철없음을 반성하며 열심히 살아가고자하는 것 또한 지금의 청춘이다.

요즘 20대들은 "저만 알고 사회며 정치며 주변에 관심이 없다"고 욕을 먹는다. 이것도 '주인의식의 부재'와 관련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우리 20대는 이 사회에서 뭐든 마음대로 해 본적이 없다. 그토록 부르짖던 '반값 등록금'은 결국 물 건너 갔고, 우리가 은퇴할 때쯤이면 국민연금도 다 떨어진다고 한다. 그나마도 취업을 해야 말이지. 요즘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데, 국가도 사회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렇게 자기들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20대가 사회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리 만무하다. (본문 118,119p)


열심히 살아가지만 달려가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달리다 한 번 넘어지면 절대로 한 번에 일어설 수 없는 사회이기에 그들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도 또 그들은 적어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를 하나씩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그래서 또 더 미안하고 부끄럽다. 어떤 학생의 블로그에 쓰여진 '내 몸, 내 시간의 주인 되지 못하는 슬픔'이라는 글귀는 지금의 20대의 모습을 너무도 적절히 잘 드러낸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청춘들이 내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이 책이 청춘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게 된 기성세대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학자금 융자로 벌써부터 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된 청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소진한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 여린 효자들에게 적어도 기성세대가 싸놓은 똥까지 치우라고 하지는 말하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는 희망이라는 짐만 지어주고 싶다.

나는 내 삶을 잘 편집해가며 살고 있는 걸까?
얼마 전 만난 친구가 그랬다.
"야, 요새 애들한테 뭐 하냐고 물어보면 다 똑같아. 무슨 자소서 써, 면접 봐, 인턴 해, 토익? 오픽? 하나갚이 다 이런 소리만 한다니까? 아, 난 그게 너무 싫어!"
물론 이게 절대 비난받을 일이 아니고, 우리 시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런 거 잘하는 애들이 자기 삶의 절대 갑 편집장들인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개중에 많은 수가 색깔이 없는 것도 사실. (본문 184p)
(이미지출처: '청춘의 민낯'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