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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나익주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4월
평점 :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가?"
표지에 적힌 문구가 인상적이다. 현 우리나라의 정치적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어 더욱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부자를 위한 정치''대기업만을 위한 정치' 등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를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 선거에서도 우리는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임의 덫에 걸린 세상을 명쾌하게 해부, 전 세계 지식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 책에서 피케티의 통찰, 기업의 지배, 새로운 쟁점들, 프레임에 대한 오해와 질문들을 살펴봄으로써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10년 전인 2004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는 공화당이 쟁점의 프레임을 짜는 데 민주당보다 훨씬 앞서 있었고, 공화당의 프레임의 우위는 1994년 그들이 하원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프레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를 넓힘으로써 민주당이 이 흐름을 뒤집을 수 있기를 바라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기록되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가 우월한 현장 전술과 훨씬 우월한 프레임 구성을 활용한 덕분에 민주당의 백악관과 의회 장악을 주도할 수 있었으나 2009년 오바마가 취임하자마자 공화당은 곧바로 프레임의 우위를 되찾아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10주년 기념 개정판에서 프레임을 어떻게 짜고 어떻게 활성화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비롯하여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고, 왜 민주당이 다시 프레임 전쟁에서 지게 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밝히고자 한다. 이에 개정판인 와이즈베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는 '프레임 구성의 이론과 적용'을 다시 설명하고, '프레임 밖에 있는 것을 프레임 안에 넣기'와 구체적인 쟁점의 프레임을 짜는 법을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선 프레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할 거 같다.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을 말하는데,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과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우리가 행동한 결과의 좋고 나쁨을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만드는 제도를 형성하는데,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꾸는 일이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사회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언어를 통해 프레임을 인식하는데, 우리가 어떤 단어를 들으면 우리 뇌 안에서 그와 관련된 프레임이 활성화된다. 우리가 어떤 프레임을 부정할 때에도 그 프레임은 활성화되는데, 이 책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우리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금'이라는 말이 '구제' 앞에 붙게 되면, 과세는 고통이라는 은유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 고통을 없애주는 사람은 영웅이고, 그를 방해하는 자는 나쁜 놈이 된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인 것이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으로, 본질은 그 안에 있는 생각이다.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나르고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적 담론의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하면,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게 된다.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게 된다. 언어가 프레임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은 새로운 언어를 필요로 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본문 12p)
저자는 나라의 기초를 이루었고 미국을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어준 진보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 우리 국가, 나아가 전 세계의 사활이 걸린 일이라고 말한다. 이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려면 이러한 가치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미래에 진보 세력이 승리하고자 한다면 명확한 도덕적 전망을, 모든 진보주의자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전망을 국가에 제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들만의 프레임이 확고한 보수와 보수의 프레임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진보의 다툼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상대편의 언어를 써서 그의 의견을 반박하다보면 그 프레임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진보는 보수의 언어가 아닌 진보의 언어를 써서 진보의 신념을 말해야 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쟁점마다 다 이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만큼의 프레임을 갖고 있다. '세상은 본래 험한 곳이고, 앞으로도 험할 것이다. 왜냐하면 바깥세상에는 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세상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살아가기가 힘들다. 어디에나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으며, 절대 선이 있고 절대 악이 있다. 어린이들은 나쁜 본성을 갖고 태어난다. 옳은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드는 일만 하고 싶어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따라서 우리는 자녀들을 선한 사람으로 빚어내야 한다'(27,28p)고 말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하고 엄격한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보수의 프레임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들의 프레임을 그들의 용어로써 반박할 것이 아니라 '자상한 부모'라는 프레임을 갖고 그 언어로 다가가야 한다.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프레임을 옳다고 판단한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두뇌집단을 통해 프레임의 중요성을 깨닫고, 모든 쟁점을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터특한 보수주의자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결국은 프레임이 문제인 것이고, 우리가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이유도 바로 프레임의 문제인 게다.
사실....정치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정치경제관련 서적을 즐겨읽는 편도 아닌지라 이 책을 읽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첫 시작은 프레임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었고, 이후는 우리에게 보수의 프레임이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처음 호기심이 일었던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 책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정치인이 결코 당신의 머릿속을 쉽게 공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당신이 그들의 머릿속을 공력할지도 모른다. 정치를 떠나 무엇보다, 자신의 '뇌'가 타인의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권한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진혁의 추천사는 프레임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진보적 시민운동가인 저자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에 대한 오해와 궁금증에 대해 명쾌하게 답하고 있으니 프레임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게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엄격한 아버지의 도덕과 자상한 부모의 도덕 중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때이며, 그 선택이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이 궁금한 건 당신의 '의견'이 아니라 당신 머릿속에 있는 '프레임'이다. 당신의 '의견'은 당신이 어떤 프레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추천사 中)
(이미지출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