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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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란 무엇인가. 경계는 한계다. 테두리를 만들어 '나'라 지칭한다. 경계와 딴짓은 상충한다. 경계는 딴짓을 거부한다. 따라서 익숙함을 거부하는 행위로부터 딴짓은 탄생한다. 딴짓은 경계에 서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딴짓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쉬운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습관처럼 달라붙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변화일 수도 있다. 내가 정한 딴짓은 즉흥적인 것, 소소하게 저지를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를 발견해내는 것이다. (본문 6p)

 

나를 옭아맨 현실에서 변화와 열정은 무의미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현실에 안주하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변화와 열정이 무의미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하고,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 그런 탓인가? 강남에서 화려한 날들을 보내다가 원고를 집필하며 충동적으로 경기도 양평에 있는 앙덕리로 이주하면서 '강 작가'라는 별명을 갖게 된 작가의 프롤로그에 공감하고 또 공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마흔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 수 있게 된 인간'이라 스스로를 지칭하는 작가의 소심한 반란이 나에게 열정이나 환희를 되돌려줄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에 책을 펼쳐본다. 회사업무가 잠시 한가한 틈을 타 해 본 딴, 짓인 게다.

 

 

 

'길은 언젠가 만난다.'

또렷해진다. 또렷한 정신으로 지도를 펼쳐 든다. 지도는 명확한데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현재에 머문다. 삶도 그랬다. 불안과 두려움은 엄마 배 속을 박차고 나올 때부터 내 삶에 달라붙어 있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불안과 두려움이 전부가 된다.

나만의 불안이 아니다. 누구나의 공포다. 길을 잃은 것은 너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실수도 아니다. 그저 우리의 길은 그런 것이다. 마치 안개를 만난 것처럼. (본문 184p)

 

지루한 일상에서의 딴짓을 생각하는 건 대부분 여행이었다. 그러나 항상 현실에 발목을 묶이고,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게으름병으로 딴짓은 늘 가슴 속 깊이 묻어버리고 만다. 결국은 나 자신에게 나를 굴복하고 마는, 경계를 넘지 못하는, 고민만 하다 그만 주저앉아버리는 삶의 연속(5p)이다. 결국은 또, 라는 안타까움과 후회만 하던 삶이었는데, 저자는 딴짓이라고 해서 꼭 내가 그동안 생각하고 고민해왔던 커다란 일탈만이 있음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거창하지 않아도 조금씩 천천히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도 충분히 잔잔한 호수에 물결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지극히 사소하고 소소한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딴짓으로도 내 삶의 결핍은 채워나갈 수 있었던 게다.

 

저자가 제안하는 거창할 것 있는 일상의 소소한 딴짓은 습관적인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나 그 낯설음이 주는 설레임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들이다. 기분전환이 될 수 있는, 무기력함이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다소 귀엽게 느껴지는 일탈이다. 그래서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일탈, 딴짓인 게다. 하지만 거창할 일 없는 이 딴짓이 나를 되돌아보고 나에게 자문하는 경험이 되어주는 밑거름이 된다는 걸 아는가. 결코 거창하지 않는 일이지만, 결과는 거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딴짓이다.

 

제주도에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다른 지역은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내가 하고 있는 '딴짓'에서 대답을 찾는다. 내가 잘 아는 것, 내가 잘 하는 것, 그리고 이미 익숙하게 정보를 얻은 그곳, 그곳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답니다. 내가 그동안 숱하게 겪은 수많은 경험이 하나로 응축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조언을 구했으면 쉽게 찾았을 답을 나 자신이었기 때문에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했다. 내가 나에게 조언하고 내가 나에게 자문하는 것, 그것은 내가 그동안 줄기차게 시도했던 딴짓 속에 있다. (본문 275p)

 

 

 

일이 끝나면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며 흡사 전투적으로 퇴근을 한다. 버릇처럼 슈퍼에 들러 저녁 찬거리를 사고 앞만 보며 달리다시피 걷곤 한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힘겨운 듯한 긴 한숨을 먼저 내뱉으며 이런 일상에 지쳤음을 느낀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딴짓으로 이 책을 읽은 후의 오늘은 좀 달랐다. 그 덕에 내 손에는 작은 히야신스 화분 하나가 들려졌다.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오늘 처음 보는 듯한 작은 꽃집을 바라보게 되었고 딴짓을 한 것이다. 저녁 찬거리 대신 손에 든 작은 화분 하나가 설레이게 한다. 거창하지 않은 딴짓이지만 내 기분을 완전히 바꿔버린 딴짓이었다.

 

기다리는 이도 없는데 날짜 별로 이동 거리를 정하고 목적지를 정해서는 안달이 나 있다. 왜 이렇게 조급하게 살고 있을까? 이왕 떠나온 여행인데 충분히 돌아다녀야 한다는 어리석음이 자꾸 나를 재촉한다. 나를 설득해야 했다. 떠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문 128p)

 

 

 

어느 새 봄이 다가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내 마음 속에 봄바람으로 무언가 움트는 것이 느껴진다. 설레이는 기분 좋음이다. 딴짓하기 딱 좋은 계절, 이제 나도 소심한 반란을 시작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어느새 딴짓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본문 7p)

 

(이미지출처: '딴, 짓'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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