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 -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복음의 기쁨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김미란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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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비유럽권 출신으로 선출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소박하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공식 교황명을 '프란치스코'로 선택한 그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만들고자 한다. 2013년 <타임> '올해의 인물', <포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는 등 인간적이고 사목적인 스타일로 교리를 전달하고 교회를 사랑과 봉사의 공동체라고 전달하는 교회관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 교황 프란치스코. 비종교인 나에게 교황 프란치스코는 세족식 관례를 깨고 무슬림 여성 수감자의 발을 씻겨준 유명한 일화를 보여준 인물일 뿐이었음에도 나는 벌써 교황 프란치스코 관련 서적을 두 권째 읽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야기는 지식의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종교인과 비종교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과 운명을 바꾸는 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놀라운 힘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이고 있는 탓이리라.

 

더욱이 지금 한국은 교황의 방한으로 '교황 앓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소탈하고 겸손한 교황 프란치스코에 열광하고 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월호 유족이 건넨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니고, 세월호 희생자를 만나 손을 잡아 위로의 말을 건네며, 장애인 쉼터에서는 어렵고 고통받는 이들을 어루만져주는 모습에서 격식이 아닌 마음으로 위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검소하고 소박한 삶의 태도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이러한 행보가 천주교 신자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신드롬 현상을 나타나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에 그의 신념, 그의 생각을 엿보고 싶어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되었고, 너도나도 그의 생각, 신념을 책으로 출간하고 있는 것일 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장 최근에 발표한 공식 문헌이자 첫 권고로 5장 288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13년 11월 24일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했던 '신앙의 해'를 폐막하면서 발표되었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이 책은 가톨릭 신자들이 복음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신앙생활을 발전시켜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떠한 위기에 처해 있고, 하느님의 복음 선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새로운 복음화가 나아가야 할 길과 그 전망을 함께 제시(책 표지 中)하고 있어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더 뜻깊은 책이 될 듯 싶다.

 

우리 시대 인류는 유사 이래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진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교육, 커뮤니케이션과 같은 분야에서 사람들의 복지를 높이려는 조치들은 칭찬할 만하다. 그와 동시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현재 인류 다수는 하루하루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심각한 결과가 생기고 있다. 수많은 질병이 세계 곳곳에 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삶의 기쁨은 자꾸 사라지고,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려우며, 폭력과 불평 등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삶을 위해 몸부림친다. 이런 역사적 변화가 더욱 심해진 이유는 과학과 기술이 양적, 질적으로 거대하고 급속하게 진보했고, 그 결과들이 자연과 인간의 삶에 곧바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지식과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것은 흔히 익명성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낳고 있다. (본문 58,59p)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적 안목으로 우리의 현실을 보고자 했으며,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자세하고 완벽하게 분석하는 일이 비록 교황의 임부가 아니지만, 공동체 모두에게 "향상 시대의 징표를 면밀하게 지켜보기를" 권고하고 있다. 이는 사실 아주 중요한 책임으로 현실 문제 중에는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비인간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하느님 나라의 열매가 될 것과, 하느님의 계획에 반하는 것들을 구별해야하며, 이를 위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방식에 올바른 빛을 비추고 중요한 가치들을 일깨울 수 있는 복음화에 나서야 하는데, 복음은 인간의 삶에 대해 통일되고 완벽한 시각을 제시하기 때문에 우리 도시가 지닌 아픔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과 동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신중함, 이해심, 인내, 온유함을 요구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양떼를 흩뜨리려는 늑대에게서 양들을 지킬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닌 경청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의사소통에서 경청은 진정한 영적 만남이 이뤄지지 않아도 마음을 열어 상대와의 친밀함을 가능하게 한다. 상대의 말을 결청하면 적절한 말과 몸짓으로 우리가 단순한 방관자가 아님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듯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경청을 통해서만 우리가 진정한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고, 기독교의 이상을 위한 갈망을 일깨울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에 온전히 응답하고 그분이 우리 삶에 뿌려놓으신 씨앗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중략) 개인이 진정으로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의 성숙함에 이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복된 성자 베드로 파브르의 말대로 "시간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전령이다." (본문 155,156p)

 

프란치스코 교황은 열정적이고 활기찬 복음화를 위해 선교활동을 위한 교회의 변화와 교회 공동체와 이웃을 생각하는 사목, 복음화하는 하느님의 전체 백성으로서의 교회, 기도와 성령의 도우심으로 준비하는 강론,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회적 포용, 사회 안에서의 평화와 대화, 선교를 위한 영적 동기라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첫 교황 권고문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복음의 기쁨을 담아내고 있다. 비종교인으로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던 반면, 가톨릭 신자에게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부름에 적극적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교황에 취임한 지 1년밖에 안 된 지금 서구 언론은 '프란치스코 효과'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고 한다. 기쁨, 행복, 꿈, 희망 등에 관한 주제를 통해 그는 진심 어린 말을 건넸기 때문이리라. 지금 우리 사회는 돈, 권력, 이기심 등으로 인한 총칼없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뿐인가? 한쪽에서는 극도의 빈곤으로 지평선의 빛의 바라보지도 못한 채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서로 더 많이 갖으려는 권력과 암투가 존재한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금, 화합과 사랑을 끈질기게 외치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말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침이 아닐까 싶다. 검소하고 소박한 삶의 태도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교황 프란치스코, 그가 간절히 바라는 세계 평화와 차별 없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우리 역시 바라는 세상일 게다. 그렇다면 종교의 여부를 떠나 그의 말에 한 번쯤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종교를 떠나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바로 화합과 사랑이니 말이다.

 

(이미지출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씀'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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