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클래식 보물창고 3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함미라 옮김 / 보물창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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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자마자 유럽의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유럽 곳곳에서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비평가들 사이에서 주요한 토론의 대상이 되었는데, 이는 문학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의 죽음을 모방하여 권총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발생하여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대두되었고 이에 금서로 지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하니 이 작품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이는 당시 독일 문학을 지배했던 계몽주의 소설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계몽주의의 이성에 맞선 감정이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 볼 수 있겠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서간체 소설의 형식으로 주인공이 보낸 여러 편의 편지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서간체 소설은 감정을 세밀하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기에 베르테르가 로테를 향한 사랑과 고민들은 독자들에게 베르테르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졌고, 이런 과정에서 독자들은 베르테르의 고민에 공감하기도 하고 그의 안타까운 운명에 슬퍼할 수 있었다. 특히, <클래식 보물창고>시리즈로 출간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기존에 소개된 판본들이 개정판을 원본으로 선택한 것과는 달리 초판을 원본으로 완역 출간함으로써 그 섬세함이 더욱 배가시켰다. 이로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 죽음을 택한 인물 베르테르를 통해 아픔을 감내하기만을 강요받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기성세대 사이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고자 한 출간의도가 더욱 빛을 발한 것은 아닐런지.

 

어머니의 유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하임 근처에 머무르게 된 베르테르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다양한 자연 풍광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는 이따금 자신의 위치를 잊고, 선량한 사람들과 함께 인간에게 허용된 즐거움, 이를 테면 잘 차린 식탁에 둘러앉아 솔직하고 담백하게 농담을 나누거나, 산책을 하거나, 춤출 만한 상황에선 흥겹게 춤도 추는 즐거움을 누르곤 했는데,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이러한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 이야기이 행복하게 묘사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들도 눈에 띈다.

 

친구여, 자네에게 말해 두겠는데 나는 감수성이 벅차올라 더 이상 주체하기 힘들어질 때 이런 사람들을 보면 속 시끄러운 온갖 것이 전부 잦아들곤 한다네. 행복한 마음으로 평온함 속에서 자신이 처한 협소한 범주의 생활을 꿋꿋이 해 나가며 하루, 또 하루를 근근이 버티며 사는 사람들, 그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겨울이 오리라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말이세. (본문 25p)

 

그러던 어느 날, 베르테르는 무도회에 초청을 받게 되고, 춤 상대인 아가씨와 그리고 그녀의 숙모와 함께 무도회가 열리는 곳으로 가는 도중 함께 태우고 가기로 한 샤를로테 S양과 만나게 된다. 베르테르는 그녀의 만남에 대해서 제대로 들려주기 쉽지 않으며 기록관처럼 사실을 그대로 옮겨 적기란 더더욱 힘들다고 표현했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모든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족하다 하였다.

 

그녀는 너무나도 이성적이면서도 그렇게 소박할 수가 없고, 너무나도 단호하면서도 그렇게 어질 수가 없다네. 그리고 진실한 생활 태도와 행동, 아울러 침착한 정신력까지 겸비하였다네. 내가 그녀에 관해 이야기해 보았자 전부 쓸데없는 잡설이요, 귀에 거슬리는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어서 그녀 자체가 품고 있는 특징을 하나도 표현해 낼 수 없다네. (본문 27p)

 

로테와의 만남 이후 베르테르는 자주 그녀의 집에 들러 행복해하는 한편, 이미 약혼자가 있는 로테를 자주 만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베르테르는 약혼자 알베르트와도 친분을 갖게 되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에게는 갈등이 생겨나기도 한다. 로테를 향한 사랑, 알베르트와의 우정 속에서 고민하던 베르테르는 결국 로테 곁은 떠나지만 결국은 다시 로테에게 돌아온다. 로테 역시 베르테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지만, 베르테르와의 만남을 피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로테를 향한 사랑 때문에 절망하던 베르테르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고, 알베르트에게 빌린 권총으로 자살을 하게 된다.

 

로테, 당신을 위해 죽고, 당신을 위해 헌신하는데 한 몫할 수 있었다면, 그걸로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인생의 기쁨과 평온을 다시 마련해 줄 수 있다면 나는 용감하게, 그리고 즐거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아아, 그러나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피를 쏟고, 그리하여 죽음을 통해 그들이 백배는 더 새로운 사람을 살도록 부추길 자격이 주어진 사람은 소수의 고귀한 사람들뿐이더군요. (본문 205p)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자전적 소설이다. 젊은 날 괴테가 열정을 다해 사모했으나 자신의 사람이 될 수 없었던 샤를로테 부프에 대한 사랑이 준 아픈 기억, 상사의 부인을 사랑했지만 사랑을 얻지 못하고 고뇌하다 죽음에서 탈출구를 찾은 친구 카를 빌헬름 예루잘렘의 자살이 적절(본문 215p)하게 혼합되어 스물 다섯살의 베르테르라는 인물을 통해 펼쳐진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전형적인 삼각관계의 구도를 보여주지만 단순히 사랑에 대한 감정만을 내뱉고 있는 것을 결코 아니었다. 청년의 눈으로 보는 사회의 모습, 인간관계 등에 관한 감정도 표출하고 있어 청년의 사랑과 고통에 대한 감정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삶을 이끌어주는 철학적인 느낌도 함께 전달해주고 있다. 물론 베르테르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살하는 나약한 면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 결말은 베르테르의 고통이 감내하기엔 너무 버거운 것을 표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베르테르가 보여준 사랑과 삶에 대한 고통과 고뇌가 오늘날의 청년들이 지니는 고통, 고뇌와 다를 바 없기에 공감하고 또 위로받을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오래전 계몽주의 문학이 합리적 이상을 바탕으로 엄정함을 요구했듯이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이성을 주입하고 있는 교육현실에서, 이 작품은 감성적으로 메말라가는 이들에게 슬픔, 고통, 사랑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촉촉히 젖셔줄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유럽의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듯이 보물창고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청소년들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을 듯 싶다.

 

많은 면에서 기존 질서를 반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감정을 우위에 두고 사회 통념에 충실한 인재상에 반기를 드는 면이 그렇고, 사회적으로 허용된 애정관을 파기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려던 자연관에 대해서조차 자연 현상과 주관적 감정을 합일에 도모하는 면도 그렇다. (본문 211.2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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