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것은 실화입니다"

"현실은 소설보다 훨씬 더 기이하고 더욱 강렬하다!"

 

 

소설보다 실화에 더 감동을 받고,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아마 상상으로 쓰여진 소설보다 더 기이하고 강렬하며 더욱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는 무조건 끌린다.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모스>>는 그래서 더욱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나도 그러했지만, 이 책을 읽은 혹은 읽게 될 독자라면 '모스'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모스는 단순한 책 제목이 아니었다. 이것은 스토리텔링의 예술성과 기법을 탐구하는 비영리단체라고 한다. 소설가 조지 도스 그린에 의해 1997년에 첫발을 내디딘 모스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대본 없이 즉석에서 공연을 펼치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3천 편 이상의 이야기를 전했으며, 모스 팟캐스트는 매달 백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담겨진 진짜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인다는 증거일 것이다.

 

모스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고백이라는 마술을 사용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한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 시대의 교회와 성당은 들어주는 의미를 이미 오래전에 저버렸지만, 사람들은 남들에게 자신의 사연과 심정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다. 모스는 바로 그런 욕구를 채워준다. 모스에서 듣는 최고의 이야기들은 자기 고객이나 사과와 같은 진솔한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본문 6p)

 

여기 평범한 삶에서도 의미를 찾는 매력적인 이야기 50편이 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경험도, 깨달은 점도 다 다르지만, 단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솔하다는 것이다. 그 진솔한 이야기로 인해 독자들은 진심을 배우고 삶의 의미를 배우며 때로는 울고 웃으며 타인의 경험이 마치 자신의 경험이 된 듯 공감하고 이해하게 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당혹스러운 경험이나 심각한 일들이 그렇게 힘겨운 것이 아님을,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일임을 깨닫고 용기를 얻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과 귀 기울이는 관객과의 만남인 모스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모두의 경험으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현상(본문 9p)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었다.

 

병원을 이제 막 차린 탓에 전화벨이 울린 적도 없었고, 당연히 환자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조지 롬바르디 박사가 낯선 여성으로부터의 전화를 받고 테레사 수녀를 만나 치료하게 되었던 상황을 들려주는 테레사 수녀와의 만남은 [1장 낯선 곳으로의 초대]에,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보낸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우는 법을 배운 억울한 삶을 살게 된 데이미언 에컬스가 들려주는 죽음 뒤의 삶은 [2장 집으로 가는 길]에 수록되어 있다. 앨범 판매량에서 최초로 골드와 플래티넘을 기록한 힙합가수가 되고, 『롤링 스톤』지의 표지를 장식했으며, MTV에도 출현하는 등 온갖 영예를 차지하면서도 별로 행복하지 않고 자살충동이 일어날 만큼 우울증이 심각했던 대릴 "DMS" 맥대니얼스가 라디오에서 세라 매클라클런의 노래 『에인절』를 듣는 순간  '인생은 아름다워. 살아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라는 마음속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몇 년 후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동안 자신의 공허함의 정체를 알게 되고 세라 매클라클런처럼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용기를 주는 음악은 [3장 희망의 노래]에 수록되어 있다. 사춘기가 된 아들과의 어긋난 관계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통하게 되고, 때로는 어긋나게도 되지만 이제는 소중한 것이 되었다는 애덤 고프닉의 사랑한다, 아들은 [4장 완벽한 가족]에서, 흥미롭고 강렬하며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게 된 전쟁에서 전쟁의 진실을 알게 된 세바스찬 융거가 들려주는 전쟁의 다양한 얼굴은 [5장 심장을 관통하다]에서, 게이라는 고백과 함께 부모님에게 버림받았지만 어떤 불행이 찾아와도 사랑으로 극복하겠다는 제프리 루델이 들려주는 희망이라는 중독은 [6장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열네 살 때 제일 친했던 친구 얼굴에 우발적으로 총을 쏘고 눈앞에서 친구가 죽었던 과거를 지닌 켐프 파워스의 이야기는 [7장 세상을 바꾸는 작은 힘]에 수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진솔하고 감동적이고 때로는 웃픈 생생한 경험담은 주제별로 7장으로 나뉘어 수록되 놀라운 흡입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마음 속에 꽁꽁 숨겨놓았던 나의 고백들을 마치 그들이 대신 털어놓은 것처럼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기이한 듯 보이지만 소소하고, 다른 듯하지만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한 경험을 해왔기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최악이라고 느끼는 순간에도 희망을 보는 사람들, 절망 속에서도 행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도 희망과 용기를 찾아보게 된다. 웃픈 그들의 고백은 그들을 토닥이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토닥이는 마법을 부리고 있다. 괜찮다고, 지금의 아픔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통과의례이니 힘내자고 말이다. 그들의 진솔함이 내 안에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듯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누구나 귀 기울이게 되는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모스>>였다.

 

(이미지출처: '모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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