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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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정치 등은 나와는 조금은 거리가 먼, 아니 그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이 분야에 나는 문외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경제관련 도서를 읽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지난 15년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우위 행보를 지켜봐야 했던 미국이 다시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소식이 2015년 시작과 함께 들려오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탓에 자연스레 관심이 갖게 되었다. 시기의 문제이겠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을 6월 전후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보통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차이가 약 2% 정도로 우리나라가 높게 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금리를 인상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증시가 붕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회복의 가장 큰 원동력은 빚부담을 늘리지 않는 것과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유가부담이 줄었다는 것인데, 가계 부채가 불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 금리 인상은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에 경제 불황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 경제 흐름에 우리가 최소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이에 독서편독이 심한 내가 경제도서를 집어들었다. 바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밝히는 글로벌 경제의 향후 행보를 담은 <<불황의 경제학>>이다.

 

미래에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지나간 1920년대와 130년대를 닮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굳건했다. 이러한 신념이 옳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10년 전에 깨우쳤어야 했다. 일본은 1990년대 대부분을 케인스 시대에 겪었던 것과 유사한 경제적 덫에 걸려 허덕였다. 일본보다 규모가 작은 아시아의 몇몇 경제국은 말 그대로 하룻밤 만에 호황에서 재난으로 치달았다. 그들의 몰락 이야기는 마치 1930년대 금융사를 다시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 현대 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인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고 말이다. (중략) 결과적으로 우리는 어리석었다. 전염병이 이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본문 10,11p)

 

이 책은 근본적으로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살피기보다는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따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게 될 핵심은 다음 세가지이다.

* 어떻게 이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 어떻게 해야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회복할 수 있는가

*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비은행 금융기관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장치를 일반적으로 '유사 금융 시스템' 또는 '그림자 금융'라고 부른다. 폴 크루그먼은 1930년 대공황을 시작으로 회복과 불황을 반복해오고 있는 경제 불황이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는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이 그림자 금융이라고 말한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이 확장되어 전통적인 은행들과 비등하거나, 그보다 더 중요해졌다면 정치인과 관리들은 대공황의 원인이 된 금융 취약성이 다시 생겨나고 있음을 깨닫고 기존의 규제와 금융 안전망을 확장해 새로운 시스템을 모두 아우르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어야 마땅하다는 것.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나서서 한 가지 간단한 규칙, 즉 은행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모든 기관들, 다시 말해 은행과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되어 하는 모든 기관들을 은행과 똑같이 규제한다는 내용의 규정을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지 않는 수의 사람들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붕괴 위험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경고는 무시되었으며,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을 걱정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이러한 금융 혁신을 찬양하고 있었기에 결국 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말한다.

 

폴 크루그먼은 세계 경제는 현재의 위기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공황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공황 자체는 재현되지 않겠지만 불황 경제학이 놀라운 컴백을 했으며,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약 15년 전만 해도 환투기꾼들의 장난이 한 국가를 고통스러운 경기후퇴로 밀어 넣는다거나, 주요 선진국의 소비 미진으로 공장이 멈추고 실직이 발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들 생각했지만, 세계 경제의 취약성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 상황에 무엇을 대비 해야하는 것일까? 폴 크루그먼은 바로 신용경색 완화와 소비 지원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이 재화의 공급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세상은 경기 후퇴에 빠지고 있었고, 폴 크루그먼은 수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태국과 인도네이사, 한국의 상황에 개입하며 정부의 긴축재정을 서둘러 요구했던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불황이 더욱 악화된 것을 볼 때 불황 경제의 해답은 바로 수요인 셈이다.

 

독자들도 추측했겠지만 나는 우리가 불황 경제학의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공황을 제대로 이해한 경제학자인 케인스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믿는다.

케인스는 그의 대작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의 결론 부분에서 경제 아이디어들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머잖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족으로든 정말 위험한 것은 기득권이 아니라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이것이 항상 진실인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분명히 진실이다. 경제의 본질을 짚는 문장 중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표현이 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를 많이 가지려면 다른 한 가지를 적게 가져야 하며,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불황 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공짜 점심에 손을 대는 방법만 알아내면 된다.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스, 그리고 우리의 세계에서 진정으로 부족한 것은 자원이나 미덕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해이다. (중략) 세계의 번영을 막는 단 하나의 중요한 구조적 장애물은 인간의 정신을 교란시키는 낡은 원칙들뿐이라고 나는 믿는다. (본문 278,279p)

 

종합적인 시각으로 세계 경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폴 크루그먼이 밝히는 경제 위기의 문제점이나 글로벌 경제의 향후 행보를 담은 <<불황의 경제학>>은 그동안 다소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지난 경제 붕괴의 원인과 문제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불황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있는 지금, 그의 논지에 대해 찬반을 떠나 누구라도 한 번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가 싶다.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든, 관심이 없든 혹은 독서편력이 심해 인문도서를 읽지 못하는 독자라 할지라도 이 책을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기에 권장해본다. 이 책은 복잡한 경제 문제들의 숲과 나무를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불황의 경제학』은 빛나는 책이다 _가디언

『불황의 경제학』은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_로이터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의 신이다....어이없을 만큼 간단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종종 다음과 같이 자문하게 된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진작 못했던 거지? _보스턴글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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