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사춘기가 왔다 라임 청소년 문학 10
프리드릭 얼링스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니 문득 큰 아이가 생각났다. 초등6년 즈음 사춘기 증후가 보이더니,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적인 사춘기에 돌입했다. 제목처럼 열네 살, 사춘기가 온 것이다. 나도 사춘기를 겪었음에도 아이의 사춘기에는 여지없이 엄마의 자세로 바라보게 된다. 사춘기 증후들을 잘 받아주지 않았던 엄마로 인해 아이는 혼자 사춘기와 마주해야 했을 것이다. 처음 맞이하게 되는 인생의 굴곡인 사춘기에는 정말 많은 변화들이 일어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2차 성징인데, 2차 성징으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차츰 자신에게 찾아오는 몸의 변화와 마주할때, 그 걱정과 놀라움은 얼마나 컸을까? 앞으로 엄마와 다른 신체변화를 느끼게 될 아들이 겪게 되는 사춘기를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이에 나는 사춘기가 되면서 몸의 변화에 당황하는 열네 살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열네 살, 사춘기가 왔다>>를 선물해보고자 한다.

 

조시는 열네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오르카'라는 대형 화물선에서 일하는 아빠는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신문에도 사진이 실린 유명한 '크리스타인 9세'의 박제된 매를 선물로 보내주었다. 아빠를 본 지 1년이 넘은 조시는 아빠의 글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엄마는 두 눈을 부라리고 있는 매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고, 아빠가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며 연방 투덜거리며 성경을 선물로 건넸다. 같은 반 친구이자 절친인 피터 존슨은 매를 보고 대뜸 감탄사를 내뱉으며 멋지다고 하지만, 조시는 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다른 나라를 실제로 보여주고, 집에서 아들에게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린 기사를 읽어주는 피터 아빠가 더 멋지게 느껴졌다. 조시의 아빠가 육지에 돌아오면 시골에 사는 새 부인과 지내는 동안 피터 아빠는 피터 엄마와 아이들을 줄줄이 만들어서 더 크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것도 열네 살이 되었기 때문일까? 갑자기 여자아이들이 이전과 달라 보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자기들끼리 온종일 속닥거리는 말총머리 외계인 무리는 사라지고, 놀랄 만큼 아름답고 우아하고 늘씬한 가젤 떼가 보였다. (본문 26p)

 

수업이 끝나고 자유를 찾아 훨훨 날 듯이 운동장으로 향한 조시는 소프트볼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존재 클라라 필립을 바라보았다. 그 때 "수컷들이여, 암컷들을 뒤쫓으라!"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뜀박질에 함께 행동을 개시한 조시는 클라의 어깨를 잡으려는 순간, 미끄러졌고 그와 동시에 클라라도 미끄러지더니 조시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찰싹 소리와 함께 왼쪽 뺨이 뜨거워졌고, 조시는 얼얼한 볼과 불타는 심장을 끌어안아야했다. 피터의 어항을 바라보던 조시는 암컷이 배란기가 되면 난폭해진다는 피터의 설명에 클라라를 떠올린다. 그러다 조시는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욕정에 굶주린 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사나운 사자 혹은 덫에 갇히 겁쟁이 쥐은 아닐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외숙모의 입원으로 외사촌 트루드와 같이 지내게 된 조시는 그녀의 도발과 목욕하는 그녀의 알몸을 우연찮게 보게 되면서 그녀를 이성으로 보게 되면서 혼란을 겪고, 아이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로 놀림을 받는 아리가 털이 났다는 이유로 토마스에게 놀림을 당한 이후 자신의 몸에도 털이 난 것을 알게 되면서 무단결석을 감행하고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시내를 배회하다 서점에서 포르노 잡지를 훔친 조시는 사진을 보며 역겨운 생각이 들면서도 몸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과 매우 형편없는 범죄를 저지르는 듯한 기분과 더 이상 떨어질 데도 없는 깊은 나락으로 빠지는 것 같은 기분도 함께 갖게 된다.

 

인간은 짐승인가, 문명인가? 짐승처럼 행동하면서 여전히 문명인이라 할 수 있을까? 속은 인간이면서 겉은 짐승일 수 있을까? 자신의 몸을 만지작대는 것은 짐승 같은 짓일까? 그런 짓을 하는 개나 고양이를 본 적은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본능이기 때문에 불결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한 짓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불결하다. 그런데 본능이었을까? 어쩌면 성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자연스런 단계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기분이 뭐 같을까? 왜 자꾸 미개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지? 내가 너무나 하잖은 존재로 느껴졌다. (본문 129p)

 

거짓 편지를 보내고 무단 결석을 감행하던 조시는 바닷가를 배회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렇게 자아와 마주하게 되면서 스스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방문으로 엄마는 조시의 무단결석을 알게 된다. 외사촌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가면서, 피터네 가족의 문제를 알게 되면서 조시는 자신의 문제를 조금씩 풀어나가고, 짝사랑하던 클라라의 관심도 얻게 된다.  

 

<<열네 살, 사춘기가 왔다>>는 열네 살을 기점으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두려워하던 조시가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면서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춘기를 겪은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음직한 고민들이 조시를 통해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지면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사춘기 소년의 미묘한 심리가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어 미처 몰랐던 큰 아이가 사춘기에 겪었을 고통도 짐작케 했다. 조시의 사춘기를 어쩌지지 못해 걱정하는 조시 엄마처럼 나 역시도 별반 방법을 알지 못하는 초보 엄마였으니 아이 혼자 감내하면서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사춘기의 이러한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게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조시처럼 고민하고 힘겨워하는 성장통을 겪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임을 일깨운다.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 과정을 솔직하면서도 적나라하게 표현한 <<열네 살, 사춘기가 왔다>>는 열네 살이 되는 이들에게 꼭 선물해야 할 품목으로 지정해보면 어떨까? 갑자기 찾아온 사춘기에 대한 두려움 대신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되어줄 것 같다. 곧 사춘기가 될 아들에게 열네 살이 되는 첫 날에 꼭! 선물하려 한다. (이건 마치...조시 엄마가 조시에게 생일날 성경을 선물하는 모습과 오버랩되는 듯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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