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하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좀 놀아본 다섯 언니들의 온몸 뜨거워지는 고백 <<줄리아나 1997>>. 강렬했던 저자 소개 그리고 그보다 더 강렬했던 프롤로그로 놀라움 반, 호기심 반으로 읽어내려갔던 상권에 이어 하권 역시 정사씬의 디테일한 묘사로 강렬함을 준다. 하권은 유명한 남성 패션 잡지 <트렌디>의 편집장 진수현이 창간 10주년 기념 호에 실었던 에디터 노트에 적은 어떤 한 여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시작되는데, 문득 상권에서 수현이 지연과의 만남에서 오래전 인연을 언급하던 장면이 스치는데 혹 이것이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인다. 하기사, 이렇게 강렬한 인연이었는데 지연이 모를리 없을테니, 그럼 에디터 노트에 언급된 여자는 누구일까? 하권에서 이 여자로 인한 후폭풍이 밀어닥칠까? 그렇다면 수현과 지연은 오래전 어떤 만남을 가졌던 걸까? 궁금증으로 시작되는 하권이었다.

 

송지연, 지금 니가 생각해야 할 것은 정아 부부의 문제도, 조용필의 김치찌개도, 민석과 진희의 관계도 아냐. 니 가정을 생각해. 지금 니 가정은 무너지고 있어. 부부가 서로 알 수 없는 암호를 주고받으며 진실 게임을 하고 있다고. (본문 87p)

 

한때 개걸레라 불리던 진희에게는 결혼과 이혼소식 그리고 필리핀과 일본을 오간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 진희를 사랑했던 줄리아나 나이트클럽 웨이터 조용필, 하권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도 지연과 수현의 이야기와 더불어 또 하나의 줄기가 되어 흘러가고 있다. 수현과 지연의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수현은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되고, 지연 역시 그만큼 가족에게 소홀해져가고 있었다. 이 큰 두 가지의 줄기 속에는 은영은 친구 진희와 애인이라 생각했던 민석으로부터 배신감을 느끼고, 지연의 불륜에 대해 발끈하는 세화는 남편이 불륜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이야기, 무능력한 남편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정아의 이야기도 섞여있다. 오자매가 함께 싱카포르로 여행을 하던 중 진희는 오래 전 운명같았던 3일간의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의 소식을 들었고, 그 남자를 다시 만났으며 그 남자에게 자신의 남은 행운을 다 걸 생각이라 고백한다. 그 남자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던 에디터 노트에 수록되었던 특별한 인연이었고, 그 주인공은 바로 진희였던 것. 진희는 그렇게 또 수연과 지현의 관계 속에 얽히게 되고. 이 갈등으로 지연은 수현과 헤어지기로 결심하게 된다.

 

<<줄리아나 1997>>는 불륜이고 배반이다. 상권에서 잠시 비추었던 젊은이들의 우정, 사랑 등의 이야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세화의 남편은 바람을 피어 아이를 낳았고, 은영이 좋아하는 민석은 진희에게 마음을 주고, 지연는 남편의 불륜에 괴로워하지만 자신 역시 수현과 바람을 피고 있다. 수현 역시 유부남이었으니 이 또한 불륜이다. 불륜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불륜으로 끝을 맺맺고야 말았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 생각하며 읽었던 상권과는 달리 결말을 보자니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이혼, 불륜 등이 너무도 쉬워져버린 요즘,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용필의 모습은 오히려 이 등장인물 속에서 천연기념물같은 존재로 그 존재감이 그리 크게 두각되지 않는 느낌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불륜을 아름답게 미화한 이 책을 통해 불륜이 로맨스라 생각하지 말기를. 그저 재미있게 읽고, 강렬한 정사씬을 묘사한 장면에 마음껏 취하면 그걸로 될 듯. 하지만 수현의 달달함에 여성 독자들은 녹아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다. 이런 인물이 소설 속에나 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ㅎㅎㅎ 마지막으로 수록된 지연과 수현의 독특한 인연을 읽다보면 결말이 주는 씁쓸함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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