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위기의 주부들>보다 위태롭고 <섹스 앤 더 시티>보다 발칙하다는 책 표지 문구. 도대체 무슨 이야기이길래 이처럼 강렬하단 말인가? 오래 전부터 소설과 영화 시나리오를 써온 작가는 실력으로 수많은 독자들과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으나 모든 결과를 빼어난 미모 탓으로 음해하는 세력 때문에 올해부터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로 작정했다는 저자 소개 또한 강렬하다. 어쨌거나 이 책의 작가의 이름은 용감한자매. 강렬했던 문구와 작가 소개를 시작으로 흥미롭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프롤로그 또한 강렬하다. 모든 것이 강렬한 책 <<줄리아나 1997>>이다. 19금을 연상케하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처음엔 놀라움으로 그 다음에는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갔다. 2013년 봄날, 어느 유부녀에게 생긴 이 이야기는 작년 초여름의 어느 날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문학소녀였던 송지연의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 되어버린 <<줄리아나 1997>>을 추천한 유명한 재즈 여가수로 인해 지연은 작가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고 이 계기로 프로그램 폐지로 인한 쫑파티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은 유명한 남성 패션 잡지의 편집장인 진수현이다. 진수현의 팬인 친구 은영을 핑계로 다시 만난 진수현은 유부남이었지만 선수 같았고, 그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지연은 수현이 싫지 않았다. 지연은 설렘과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보다 우선 호기심이 먼저 일었다. 뺀질뺀질한 선수 수준인데 이상하리만치 거부감이 들지 않은 그, 진수현. 그렇게 지연은 친구 정아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진수현과 문자를 통해 더욱 친밀해진다.

 

이야기는 지연이 화자가 되어 시작되고 있으며, 현재와 20년 전의 대학시절을 오간다. 20년 전, 이대의 국문학과인 지연과 은영, 법학과 정아, 영문학과 세화, 그리고 나중에 합류하게 된 비서학과의 진희까지, 줄리아나 나이클럽을 오가며 이십 대 초반 아가씨들의 특권을 마음껏 누렸던 '줄리아나 오자매'의 에피소드가 발랄하게 그려진 반면, 20년 후의 지금은 41살의 주부와 노처녀의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은영이 마음에 드는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자리에 그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한때 걸레라 불리었던 진희까지 합류하며 오자매는 다시 만나게 된다. 지연은 수현과 만남과 문자 대화를 지속했고, 무능력한 남편과 살고 있는 정아에게는 윤상무라는 사람이 껄떡대고 있었으며, 줄리아나 바를 운영하는 진희는 은영의 남자친구인 주민석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지연은 출장갔다 돌아오는 남편을 마중나가기 위해 공항에 나갔다가 남편이 4년 전 자신을 고통의 늪에 빠드렸던 남편보다 열 살 어린 대학원생과 함께 나오는 것을 보게 되고, 그 길로 수현을 만나러 간다.

 

나는 시트를 잡아 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미친 여자처럼. 그는 엎드린 내 등에 입을 맞추기도 하고, 말을 타듯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기도 했다. 불규칙한 자극 때문에 내 신경을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게 울렁거렸다. 쾌락. 그 두글자가 머리에 쾅쾅 새겨졌다. (본문 321p)

 

지연의 과거 회상을 통해 20년 전 젊은이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잠시동안 추억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오자매의 사랑과 배신, 우정, 질투 등이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젊은이들이 겪는 의식과 같은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편의 불륜에 절망하면서도 지연은 바람을 핀 적이 있었고, 지금 또다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예전에 드라마 <애인>으로 인해 유부남, 유부녀들의 애인 만들기가 유행아닌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 책으로 인해 권태로운 결혼 생활로 인해 무기력한 여자들에게 젊은 애인 만드는 것이 불륜이 아닌 로맨스처럼 다가올 수도 있으려나? 하지만 오해하지 말기를.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그들의 불륜 아니 로맨스라 불리는 그들의 연애가 달콤하고 달달하게 다가오고, 그들의 일탈이 흥미롭게 바라보며 즐거워하면 되는 것 아닌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법과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며 읽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다면 소설이 주는 재미를 온전히 느끼지 못할테니까. 그저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인 것을. 현실이 아닌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더 강렬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작한 <<줄리아나 1997>>의 하권에서는 이 보다 더 강렬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강렬하면서도 달달한, 재미있게 읽고 싶은 책을 원한다면, 좀 놀아본 다섯 언니들의 온몸 뜨거워지는 고백을 담은 <<줄리아나 1997>>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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