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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오영석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16년 전 통신 게시판에 올리며 첫 회 14회라는 조회 수를 기록했던 <<통>>은 누군가의 추천의 글을 통해 하루 방문객 240만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고, 2012년 만화가 백승훈 작가와 함께 만화의 형태로 세상에 다시 내보이게 되었으나 웹툰이 연재되고 있는지 조차 몰랐던 이 작품은 또 다시 독자들의 SNS을 통한 전파로 2013년이 끝나갈 무렵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면서 다시 자생하게 된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 대해 기적 같은 일이라 말한다.
통? 무슨 뜻일까 했더니, 한 조직에서 싸움을 가장 잘하는 주먹 짱을 의미하는 부산 및 영남 지역 사투리란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통>>은 액션, 스토리, 캐릭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소설로 남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여성 독자인 나에게 짱, 통, 액션 등의 스토리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페이지를 읽는순간 그 놀라운 흡입력에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이런 류의 스토리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다만, 교생 선생님을 죽여버린 작가의 극악무도한 설정에 쬐끔 화가 났다. 물론 교생을 살려두었다면 스토리가 조금은 이상하게 변하고 재미도 반감되었겠지만,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는 교생의 죽음이 더없이 슬프게 느껴졌다. 머 어쨌거나, 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이정우에 빠져들듯이 나 역시도 주인공 이정우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으니 이 작품이 이렇게 자생하게 된 이유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산에서는 '짱'을 '통'이라고 부른다.
'대가리'라는 말도 쓰지만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짐승의 머리를 일컫는 말이니까.
나는 부산에서 통이었다. (본문 13p)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3개월 만에 서울의 동진고로 전학오게 된 이정우는 전학 첫 날 자신을 건드는 태한이라는 녀석에게 초장에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런 그를 보고 다가온 녀석은 윤정현. 그를 통해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지만 그들을 상대로 완승을 거둔 정우는 전학 온 지 며칠 만에 1학년뿐 아니라 2,3학년 전체의 판도를 바꾸고 있었다. 그런 정우에게 인범은 어중간한 양아치가 아닌 진짜 남자들이 모인 곳,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겠다고 하지만 정우는 거절했고 결국 인범이 휘두른 칼에 맞게 된다. 그런 인범을 피해 달아난 정우는 정임이라 불리는 여자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학생주임의 요주의 인물이 된 정우는 주먹이 남다른 탓에 조직폭력배들의 표적이 된다. 그런 정우를 강덕중 선생님은 진심으로 조언하지만 정우는 마음속으로 그런 선생님의 말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상담 시간을 버티곤 했다.
"너희들은 미운 시기야. 이건 시기란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지. 너희들은 개성이 강해서 조금 눈에 잘 띄는 것뿐이야. 이 시기만 지혜롭게 넘기면 너희들은 아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친구들하고 어울리면서 선생님, 부모님한테 반항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고 왠지 주먹 쓰면서 이기면 쾌감을 느끼고.......그건 모두 시기란다. 때가 지나면 말이다, 그 시기가 지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그런 거야." (본문 128,129p)
사장 윤재식은 정우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정우는 그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정우는 인근 지역에서 확실한 절대 강자로 부상하게 되는데, 정임이 정우네 반에 교생으로 배정을 받게 된다. 정임은 정우를 타이르지만 정우는 조직폭력배의 일에 조금씩 개입하게 되고 정우 대신해 정현이 죽게되자 정우는 정현의 복수를 감행한다. 조직의 룰을 어기면서 정현의 복수를 하려는 정우는 더 깊은 구렁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책 속 정덕중 선생님의 말처럼 누구나 그런 시기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또 그 시기가 지나가기 마련이다. <<통>>은 그런 시기를 맞이한 고등학생 정우의 방황이 담겨져 있다. 이 시기를 맞이한 독자들은 분명 동질감과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정덕중 선생님으로부터 위로와 삶의 조언과 관심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친구>가 큰 흥행을 했지만 사실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탓에 나는 영화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 작품도 영화 <친구>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이 작품은 영화와 달리 주인공의 캐릭터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만큼의 매력을 갖고 있어서인지 그 영화와 달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액션, 스토리, 캐릭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소설 <<통>>,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남자의 세계를 조금 엿볼 수 있었다.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 한 번 책을 읽기시작하면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엄청난 속도감, 그리고 놀라운 흡입력을 가진 작품 <<통>>이었다.
(이미지출처: '통'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