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주만드 뷰티 살롱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원더랜드 대모험>의 이진 작가의 새로운 작품은  2014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당선작인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이다. 처음 책을 접할 때는 제목과 표지삽화가 코믹하고 독특하다는 느낌에 흥미를 느꼈는데, 책을 읽고난 뒤에는 표지삽화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삽화에 그려진 것처럼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세 여고생들의 고민을 담은 이 작품은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가졌던 고민이기도 하고, 현 여고생들이 가지고 있는 다이어트, 외모, 성적에 관한 고민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면서도 어둡지 않게 코믹하게 풀어낸 것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다.

 

결혼 전에는 외할머니에게, 결혼 뒤에는 친할머니에게 굼뜨고 둔하다며 구박을 당한 엄마는 이 악물고 다이어트를 시작해 지금은 44사이즈이지만, 세아는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동네 옷가게에서도 , 전철역 지하상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77사이즈를 입는다. 반평생을 다이어트와 함께 살아온 엄마는 아침마다 세아의 방문 앞에 체중계를 가져다 놓기 시작했고, 세아는 65.7을 가르키는 바늘을 바라봐야 했다. 살 빼라는 엄마, 여자는 예뻐야 한다는 가정 선생님의 잔소리에 세아는 바닐라와 초콜릿이 반반 섞인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떠올리고 말았다. 그러다 학교 뒷문 쪽 피아노 학원 골목에 새로 생긴 떡볶이 집에 아랍 왕자가 일한다는 소문에 세아는 야자를 땡땡이 치고 '아르주만드 떡볶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떡볶이 집을 가게 되는데, 가게 주인은 깜짝 놀랄 정도로 예쁜데다 온몸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공작새 같은 느낌을 받았다. 희한한 맛, 도저히 왕자님처럼 보이지 않는 주방장이 실망스러웠지만 간판 메뉴일 바그다드 즉석 떡볶이의 고추장에 섞인 정체불명의 양념에는 중독성이 있어 세아는 그 기묘한 맛에 단단히 매료되고 만다. 그즈음 학교 근처에서는 검은색 승요차를 모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밤중에 혼자 집으로 가는 여고생들을 소리 없이 쫓아가다 차 안으로 끌어들여 몹쓸 짓을 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모의고사 성적이 지난번 모의고사보다 20점 넘게 추락한 세아는 속풀이를 위해 아르주만드 떡볶이 집에 갔다가 잠재된 아름다움을 발굴해준다는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의 광고문을 보게 되는데, 살빼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등록을 하게 된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의 회원은 세아, 여드름 때문에 고민인 전교 3등 윤지, 키 177센티미터에 모델처럼 날씬하고 얼굴도 작았지만 짧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 대부분의 코찔찔이 남자애들보다 훨씬 멋있어 여고에서 인기가 많지만 여성스러워지고 싶은 화영이다. 이들은 아르주만드 언니의 조금은 낯설고 특별한 수업을 듣게 되고, 그들의 이유있는 고민들을 풀어내게 된다.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은 번데기였다. 그리고 만두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지닌 나비였다. 언니는 화려한 날개를 보란 듯이 퍼덕이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우리는 번데기 속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는 작은 애벌레이며, 석 달 후에는 멋지게 탈피할 거라고. (본문 121p)

 

그들은 아르주만드 언니의 프로그램에 따라, 그리고 신장을 비롯하여 모든 신체 사이즈의 제한이 일체 없다는 십 대들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줄 모델을 뽑는 오디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흉흉한 사건에 주방장이 연류되어 있다는 소문으로 장사가 잘 되지 않은 아르주만드 떡볶이 집은 문을 닫게 되고, 윤지는 성적이 더 떨어지고 화영은 고민을 해결할 필요가 사라져 오디션을 참석하지 않기로 한다. 세아는 살이 빠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가족의 문제를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세아는 오디션에 참석하게 되고 의도치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숫자 너머에도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랬다. 세상은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던 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는 곳에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있다. 만나지 않아도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학교 앞 떡볶이 집에서 배운 체조로 살을 뺄 수도 있고, 통통한 몸매로 모델 오디션에 나가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상습 성추행 범을 멋지게 퇴치해 낼 수도 있다. 크고 대단한 회사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로 아이들을 속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세상은 존재했다. (본문 217p)

 

나는 끝내 엄마처럼 44사이즈는 되지 못했다. 화영도 윤지도 원하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세상은 변함없이 아이들을 숫자와 외모로 재단하고 있다. 그러나 숫자 너머에도 분명히 세상은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만두 언니의 존재가 거짓이건 진짜건 상관없다. 나는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에서 분명히 다른 세상을 보았다. (본문 222p)

 

현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어서인지 통통 튀는 이야기가 풋풋하기도 하며, 유쾌하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풋풋한 여고생들을 키, 몸무게, 성적이라는 숫자로만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싶다. 세아가 숫자 너머의 세상을 보았듯이, 우리도 그들을 숫자 너머의 그들의 모습을 봐야하지 않을까?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스토리 속에 담담하게 그려놓은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들이 웃프게 다가온다. 책을 읽는 와중에 큰 아이는 첫날 시험을 치루고 왔다.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시험 결과를 물어보면서 아차 싶었다. 숫자 너머의 딸의 모습을 바라본지가 얼마나 되었지? 세 여고생의 고민을 들여다보면서 내 아이의 고민도 짐작해보기도 했으며, 숫자 너머로 딸을 바라보게 되었다. 유쾌함 속에 다양한 생각을 이끄는 이야기가 정말 매력적인 작품 <<아르주만드 뷰티 살롱>>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