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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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꿍 SBS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떠올려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분명 그 나름대로의 재미를 가지고 있지만, 어쩐지 이 드라마와 닮아있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로맨스, 그리고 외계인의 특별한 능력, 좋아하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답답하리만치 순수한 마음.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시대적 배경과 스토리가 있어 이 작품 나름대로의 매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요즘 전래동화, 명작동화에 상상력을 더한 새로운 창작물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창작동화는 발상의 전환을 꾀한 다양한 작품들이 출간되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상식을 뒤엎고 발상을 전환함으로써 한 편의 달달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UFO로 추정되는 물체가 출몰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 실록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이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될까? 바로 <<유성의 연인>>이다. 나무꾼이 만난 사람이 선녀가 아니라 바로 실록에 등장했던 UFO에서 내려온 외계인일 수도 있다는 것! 어쩜 이렇게 놀라운 발상을 생각해냈을까? 이는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데 탁월한 소재가 될 것이다.

 

 

추운 겨울 먹고 살겠다고 길에 돗자리 하나 폈던 무당이 가게 주인에게 호되게 당하자 길을 가던 휘지는 무당을 도와주게 되고 무당은 보은으로 점을 봐준다. 무당은 휘지에게 오늘 하늘에서 내려온 귀인을 만나게 되는데, 매우 기이한 분이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하며 그 누구에게도 뵈지도 주지도 말아야 한다고 이른다. 낮지만 듣기 좋은 묵직한 목소리, 짙은 먹빛의 눈썹과 반달로 휜 눈, 발간 두 볼이 개구쟁이 소년 같기도 한 휘지는 열여덟에 생원시, 진사시는 물론 대과에 급제한 수재로 예문관교리직까지 지냈으나 누명을 쓰고 한 달전, 이 곳 양양으로 유배를 온 인물이다. 무당의 말에 머릿속이 어수선해진 휘지는 한양 본가로 심부름을 간 봉구 대신 땔감을 구하기 위해 설뫼에 올랐다가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유성을 목도한 것이 처음이라 유성이 떨어진 곳으로 간 휘지는 지상에서 숨을 거둔 거대한 별에서 여인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봄철 복사꽃처럼 그림 같은 여인은 옷차림새은 기묘했으나 미색은 황홀했다.

 

 반면 우주선의 불시착으로 지구에 오게 된 여인은 유리아 미르로 133억 광년 정도 뜰어진 트레나 은하에서 성년식의 일환으로 다른 별로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워낙 먼 별인 지구 여행에 대해 친구와 가족의 만류하였으나 독단적으로 여행을 진행시켜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좌표가 지구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북위 33도에서 34도에 동경 124에서 132도 그리고 당해 연도가 지구력 2608년 8월 5일이어야 함에도 이곳은 1608년인 것이다. 이렇게해서 휘지와 미르는 선녀가 된 외계인과 나무꾼이 된 선비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한양에서 돌아온 봉구는 미르의 정체를 의심하지만 호랑이에게 당해 큰 화를 입은 휘지를 미르가 고쳐주자 봉구 역시 미르가 선녀임을 믿게 된다.

 

양양 도호부사의 여식 연수연, 그의 오라버니 연수하는 '물결 위의 수련꽃 같은 남매'로 뭇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유명 인사다. 수연은 휘지를 사모하고 있고, 수하는 휘지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휘지는 푸른 눈을 가진 미르를 곡식만 축내는 밥주머니 아가씨라는 뜻으로 밥낭이라 부르며 친숙하게 대하지만, 품행이 방정맞아도 너무 방정맞은 하늘 아가씨를 사촌 여동생이라 소개하며 수하의 부인 예의에게 가르침을 부탁한다. 이렇게 2608년의 유리아 미르는 1608년 정휘지의 사촌 누이인 유미르 소저로 살아가게 된다. 예희와 수연의 초대로 꽃달임을 가게 된 미르는 유생들과 술을 마시고 취한 휘지가 수연의 다리에 머리를 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휘지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왔는지 깨닫게 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이는 미르 외에도 수연을 사모하고 있는 문혁도 있었는데, 수연 탓에 휘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런 와중에 깊은 산세에서는 약초꾼이 사나운 개 짖는 소리와 함께 마지막 피맺힌 마지막 숨소리를 내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휘지는 수하를 도와 사건을 파헤지기 시작한다. 한편 미르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천문학훈도인 백도명을 만나려던 미르는 문혁으로부터 제일 믿으면 안 되는 사람을 믿고 있다는 알 수 없는 말을 듣게 된다. 늦은 밤 산에 올랐던 휘지와 미르는 약초꾼의 죽음과 같은 시체를 목격하게 되면서 푸른 눈의 미르는 요괴라는 소문이 돌게 되고, 사건을 파헤치던 수하는 미르를 향한 휘지의 마음을 눈치채고 만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없는 휘지 역시 답답할 뿐인데, 휘지는 죄인의 몸으로 여인네 하나도 주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곁에 미르를 붙잡아 놓는다 해도 미르가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녀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을 접기로 한다. 미르는 자신에게 차가워진 휘지의 태도에 애가 타고, 날이갈수록 귀향에 대한 본능은 휘지를 향한 마음 앞에서 굴복해가고 있었다. 반면 휘지를 사모하는 수연에게 문혁이 혼담을 넣자 수연의 마음은 더없이 힘들기만 하다.

 

"얼마 전에 한 여인을 만나게 되면서부터 그 사내의 살아온 삶이 뿌리째 흔들렸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면, 아니 서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도 그 여인을 떠올리느라 어느 곳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그 여인이 눈에 띄지 않는 날에는 심장이 옥죄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여서는 마루를 왔다 갔다 서성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중략) 여인네 몸짓, 눈짓 하나에도 지르르한 것이 난생처럼 느껴보는 아릿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지요. 처음엔 단지 여인이 처한 상황이 안쓰럽고 측은하여 마음이 쓰이는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날이 갈수록 심란함이 더해져 이제는 자신이 자신 같지가 않다고..." (본문 305,306p)

 

"그 여인, 형님께 내력을 밝힐 순 없지만 제가 지킬 만한 의미가 있는 여인이고, 제가 지키고자 하는 여인입니다." (본문 308p)

 

도도, 단아, 깐깐한 선비 정휘지와 명랑, 쾌할, 뻔뻔한 외계 소녀 미르의 로맨스를 담은 <<유성의 연인>>은 대부분의 로맨스가 그렇듯 삼각, 아니 사각 관계 그리고 음모 속에서 사랑을 싹틔운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한 채 상대를 위해 마음을 접고자 하는 휘지는 조선시대 선비 모습 그대로이며, 천방지축 귀여운 모습의 미르는 마치 별그대의 천송이 같다. 이렇게 1권에서는 사랑이 시작되면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과 앞으로 다가올 음모와 암투를 예견하고 있다. 달달한 말이 없이도 상대방을 향한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는 휘지의 대사가 오히려 더 달콤하게 들리는 것은 아마 시대적 상황, 유교사상이 뿌리박힌 선비이기 때문이리라. 제일 중요한 부품 하나가 없어져 애가 타는 미르,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문혁, 은색의 작은 나사 모양의 물건을 숨기고 있는 휘지, 2권에서는 이들이 어떤 갈등이 일어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미지출처: '유성의 연인1'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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