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8
다마리스 코프멜 지음, 김일형 옮김 / 라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작가 다마리스 코프멜은 거리의 부랑아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기 위해 상파울루를 직접 취재했으며, 그곳의 참상을 목격한 뒤 10년 간 브라질에서 머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쓰고 부랑아들을 도왔다고 한다. <<거리의 아이들>>은 그에 의해 쓰여진 브라질의 현실을 그린 최초의 청소년 소설인 것이다. 흔히들 '거리의 아이들'에 대해 범죄, 비행소년, 도둑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에게 경멸의 시선을 먼저 보내게 되는 것도 그들에 대한 이러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그들의 현실을 취재함으로써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간혹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가출 청소년들의 각종 범죄 행위로 인해 그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나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틀에 한 명씩 아이들이 버림받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도 우리의 '미래'입니다!

 

마르시우의 형제자매는 모두 다섯 명이다. 가장 어린 동생은 다섯 살배기 에드손, 그 위로 비토르가 일곱 살, 파울루가 열 살로 엄마가 병에 걸려 가족을 돌보지 못해서 마르시우와 함께 고아원에서 살고 있으며, 큰누나 레시는 이미 결혼했다는 것만 알 뿐 소식이 끊긴지 오래되었고, 작은누나 안젤라는 열일곱 살로 어렸을 때 고아원 원장의 집에 입양되는 바람에 남동생들과 떨어져 살았다. 안젤라 누나가 오는 월요일은 어느 누구도 마르시우의 화창한 기분을 망치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누나가 엄마는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창녀이며 형제들 모두 엄마는 같지만 아빠는 다르며, 아빠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했기 때문이다. 열한 살짜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이야기였다. 마르시우는 고아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 형들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으나 마르시우를 유별나게 더 혐오하는 이사벨 감독관으로 인해 좌절되고 만다. 고아원 탈출 계획이 무산된 지 2년이 지난 열세 살 마르시우의 유일한 낙은 몇 시간이라도 고아원의 회색 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교였다. 하지만 이사벨 감독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당한 마르시우는 또다시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고아원 밖에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출생증명서를 손에 넣지 못해 갑갑하기만 했다. 그런 마르시우의 탈출을 도운 것은 다름아닌 이사벨 감독이었고 마르시우는 자유가 된다. 하지만 쿠리치바의 거리는 그냥 말로만 듣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고아원에서 도망치는 것과 길에서 살아남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마르시우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남은 유일한 사람인 것만 같았다. 아무도 마르시우를 거들떠보지 낳았다. 의지할 곳 없는 어린아이가 혼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토록 비참한 일상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에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본문 72p)

 

마르시우는 거리의 아이인 나폴레옹을 만나지만, 그들의 패거리들의 범죄행위를 보며 마르시우는 정직한 방법으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으나 길거리는 지옥임을 실감할 뿐이다. 하지만 마르시우는 이 끔찍한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절하게 싸우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최선을 다해 살아남기로 굳게 다짐했다. 1년동안 마르시우는 물건을 훔치거나 마약을 운반하라고 강요하는 경찰관에게 맞섰고, 비행을 저지르는 길거리 아이들과 수시로 싸웠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마르시우는 굳은 의지로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 언젠가 형제들과 함께 살 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신념을 알아준 테레자 음식점의 사장인 사무엘 아저씨의 도움으로 어엿한 직업을 갖고 자신만의 공간을 얻을 수도 있었다. 반면 나폴레옹은 도둑질, 본드흡입 등을 일삼았고 이후 마약을 운반하게 되었고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마리시우는 나폴레옹처럼 삶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길거리 아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꼭 증명해 보이리라고 다짐했다. 그러자면 반드시 성공을 해야 했다. 나폴레옹과 동생들을 위해서 꼭 그래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굳게 믿어야 했다. (본문 170p)

 

열일곱 살이 되면서 마르시우는 더없이 행복했고 여자친구도 생겼으나 나태함으로 직장을 잃고 상파울로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 했으나 돈을 도둑맞고 오래 전 고아원에서 나왔을 때처럼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 미래도 희망도 없는 마르시우는 롤란드 아저씨를 통해 새로운 기적을 만나게 된다. 이후 열아홉 살이 된 마르시우는 동생들을 찾아갔지만 그들은 거리의 아이들이 되어 있었다.

 

마르시우의 의지는 절망보다 힘이 셌다. 모든 게 끝이 났다고 생각했을 때 어김없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다. 마르시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이대로 동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희망이 있기 마련이니까. (본문 223p)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고 폭압적인 고아원에서 억눌린 채 지내던 열네 살 소년 마르시우가 살기 위해 달아난 '거리' 위에서 보낸 6년간의 발자취를 그림으로써 인권의 사각지대와 잔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거리의 아이들>>은 범죄에 찌든 거리의 아이들과 부패한 경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엄과 신념을 지키며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르시우의 이야기를 통해 브라질의 현실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의 명암과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밀도 있게 담아내고 있다. (출판사 서평 中)

 

우리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어두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유로 거리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이나 그들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자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에 대한 생각이나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등의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생각해봐야한다. 경멸에 찬 우리들의 시선이 그들을 범죄로 내몰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가족의 폭력이나 가정불화 등으로 더 이상 자신이 서야 할 자리가 없었던 탓에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불법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뻗어오는 악마의 손길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폴레옹은 바로 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거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냉정한 우리들에게 작가는 나폴레옹을 통해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 작가는 거리의 아이들에게 마르시우를 빗대어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신념 그리고 어떤 위기가 와도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희망이 있다면 범죄가 도사리는 정글같은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물론 이 책은 제3세계 청소년 인권의 사각지대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가난과 부모의 이혼 등으로 거리로 나오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생각할 때 이 책은 브라질의 현실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비롯한 전 세계의 어린이·청소년 문제를 비추어 보게 한다. 강한 의지를 지녀야 한다던 사무엘 아저씨의 말을 인용하여 그들에게, 혹은 참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목표를 잊어버리지 말고 보물처럼 소중하게 지키렴." (본문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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