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러다임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4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화장르를 빌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44번째 이야기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사학자 겸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토머스 쿤의 사상을 담은 <<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러다임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토머스 쿤의 이론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핵심적 개념인 '패러다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오늘날 '패러다임'은 처음 생겨난 과학 이론에만 한정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여지고 있는데,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을 단번에 깨뜨리고 급격하게 새로운 것을 세우는 현대의 모든 분야를 표현할 때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에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하나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책머리에 中)고 하네요. 이렇게 들으면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이제 태평 초등학교 축구부를 통해서 패러다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월드컵의 열기는 태평이 마을에도 찾아왔습니다. 태평초등학교 축구부는 공을 빼앗겨도, 꼴지를 해도 천하태평하기로 유명하지요. 이는 운동하는 것을 하찮게 여겼던 어른들의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치른 어른들은 태평초등학교 축구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태평리의 축구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지요. 그렇게해서 태평초등학교에는 국가 대표로 뛴 적도 있으며, 외국에서 프로 선수로도 활약했던 김상식 감독이 오게 되었습니다. 김 감독은 방과 후에 공 차고 논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번 시합에서는 목숨 걸고 이겨야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전환 즉,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지요.

 

"허허허, 한번쯤 들어 보신 말일 겁니다. 요즘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축구 용어는 아니랍니다. 패러다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토머스 쿤이라는 사람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본문 24,25p)

 

김 감독은 토머스 쿤과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며 과학 축구의 시대를 열어 보이겠다고 했지요.두 달 동안의 훈련이 끝나고 축구부 아이들은 아주 놀라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운동장 스무 바퀴 정도 뛰는 것은 아주 우수운 일이 되어 버렸고, 드리블과 패스도 한결 좋아졌으며, 축구부원들의 눈빛도 달라졌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대룡초등학교와의 친선 경기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김 감독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영식이는  예상했던 경기 내용이 실제에서 응용되지 못하고 연습했던 전술은 써 먹지도 못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예선탈락으로 김 감독은 물러나게 되고, 자신을 정도사라 불러달라는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하얀 도포를 걸친 새로운 감독이 오게 되었어요. 정 도사의 훈련은 좀 독특했습니다. 그래서 영식이는 정 도사에게 정 도사님의 패러다임이 무엇이냐고 물었지요.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했던 영식이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이론과 모순되는 이상 현상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그 이론은 위기를 맞지. 정상 과학의 위기야. 그러니까 태평초등학교 축구단이 노력을 했는데도 진 것은 정상 과학이 위기를 맞은 거라고 할 수 있어." (본문 115p)

 

영식이는 과학 축구라는 패러다임을 주도한 김 감독님이 떠나게 되고, 정 도사님의 축구 패러다임으로 바뀐 것은 토머스 쿤이 말한 과학 혁명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택한다는 건, 세계를 보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며 그 새로운 시각에서 또다시 완벽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태평초등학교의 축구부의 이야기에는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어 철학을 이해하기가 아주 쉬워지지요.

 

"영식아, 패러다임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아. 내 요리 칼 본 적 있지? 예를 들어 재료를 다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해 보자. 다진 양념 만드는 것이면 아주 유효한 패러다임이지만, 그 방법으로는 회를 먹지 못해! 얇게 포를 떠야 하는데 싹 다져 버릴 테니까 말이야. 한 가지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건 패러다임의 함정이란다. 그 방법으로는 칼만 잡으면 무조건 다지려고 할 테니까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게 돼." (본문 93p)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소재로 한 태평초등학교 축구단의 재미있는 동화 한 편에 스며놓은 토머스 쿤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철학을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한 책이지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이미지출처: '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더라임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