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이비 라임 청소년 문학 6
캐시 스틴슨 지음, 박은정 옮김 / 라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내 동생 아이비는 중증 뇌성마비 환자입니다!

 

그러나 아이비는 불쌍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아이비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비에게도 평범한 기쁨이 반짝이고, 무지개가 뜨는 날이 있습니다. (표지 中)

 

책 제목, 책 표지삽화를 보니 어렴풋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빈 휠체어와 '안녕'이라는 두 글자가 의미하는 것은 가족, 죽음, 그리고 장애일 게다. 누군가는 흔하디 흔한 소재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강조하고 또 강조해도 부족한 소재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탓에 이런 주제를 가진 작품에는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내 인생의 원투 펀치>는 다운 증후군 소년 빌리와 학교 짱인 데인과의 우정을 담았으며, 다섯 번째 이야기 <수상한 가족의 조건>에서는 가족에 대한 색다른 질문을 던졌다. 장애인, 가족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혀 다른 스토리로 전혀 다른 감동을 주는 여섯 번째 이야기 <<안녕, 아이비>>는 장애아를 둔 가족의 현실적인 문제와 장애아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늘 이런 식이다. 평소에는 나한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가, 엄마 아빠가 필요할 때만 나에게 '가족'이라는 걸 강조한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현관문을 쾅 닫아 버렸다. (중략) 아이비 같은 동생이 있으니까, 내가 엄마 아빠를 돕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두 분이 그걸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때때로 화가 치밀었다. (본문 9,10p)

 

삼 주일 전에 한나가 데이비드네 동네로 이사를 왔고, 데이비드는 한나가 마음에 쏙 들었기에 오늘 처음 하나의 집에 초대받은 데이비드는 무지무지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딱히 아는 사람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초대한 것 같아 한편으론 걱정이 되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데이비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 아빠는 아이비 약을 사 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니 데이비드는 아이비 위주인 부모님에게 쌓인 불만이 불시에 터져 나오고 말았다. 더군다나 아이비가 받는 치료의 의료 보험 혜택이 올여름부터 중단되면서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드는 탓에 캠프에도 다녀오지 못했으니 데이비드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비는 배배꼬인 팔다리, 왜소한 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머리, 초점 없는 눈, 축 처진 입술을 가졌다. 데이비드가 한나와 함께 아이비를 휠체어에 태우고 약을 사러 가는 길, 데이비드는 학교 애들 몇 명과 마주치게 된다. 아이비를 쳐다보며 빈정거리는 녀석에게 아이비가 인사를 하자 녀석들은 웃음을 터트리자 데이비드는 한나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아이비때문에 망쳤다고 생각한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비와 데이비드가 정원에서 놀던 중 아이비가 경련을 일으키자 엄마 아빠는 아이비를 진정시키고 데이비드만 남겨둔 채 집으로 들어가자, 데이비드는 아이비의 경련 때문에 당황하고 놀란 자신의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은 부모님이 뭔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말고는 자신의 존재를 잊은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한나와 함께 데이비드네 가족은 오두막 여행을 가게 되고, 데이비드는 한나와의 여행에 즐거워하지만, 아이비로 인한 갈등이 생겨나고, 데이비드와 한나가 산책을 나간 사이 호수에서 아빠와 물놀이를 하던 아이비가 사고로 죽게 된다. 아이비가 죽어 가던 그때, 데이비드는 자신이 미칠 듯이 기뻐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던 중 아빠가 아이비를 죽게 내버려 두었다는 소문을 듣게 되면서 아빠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갈등을 겪게 된다. 아이비의 죽음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데이비드는 상처를 받게 되고, 아빠에 대한 오해는 한없이 커지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면서 갈등은 풀어졌기에 데이비드는 경찰이 찾아와도 아빠에 대한 믿음으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비의 죽음도 서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아이비라는 동생이 있었다.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기뻐할 줄 아는 기적 같은 아이였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모두 아이비를 잊겠지만, 우리 가족만은 영원히 그 아이를 사랑하고 기억할 것이다.

나는 아이비의 묘비를 어루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안녕, 아이비." (본문 166,167p)

 

20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이야기지만 장애아와 그 가족들의 삶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너무도 사실적으로 그려져있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장애아 동생을 둔 오빠 데이비드의 심리와 열여섯 데이비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장애아를 향한 주변의 다양한 시선이 섬세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특히 장애아를 가족으로 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장애를 가진 가족들은 장애를 가진 가족 구성원을 보살피는 것으로 인해 힘들어하기 보다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더더욱 힘겨워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데이비드가 장애를 가진 여동생으로 인해 부모에게 소외감을 느끼고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 탓에 슬퍼했지만, 그것보다 주변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더욱 힘겨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나는 장애를 가진 아이비와 그의 가족을 아무런 편견없이 바라보는 인물이다. 우리 대부분은 데이비드와 아이비를 놀리고, 아이비의 죽음을 둘러싼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한나는 우리가 장애아 혹은 그들의 가족을 바라보는 방법, 그들을 대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는 인물이었다. 그들과 마주할 때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던 나는 한나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그랬듯이 데이비드의 가족과 한나를 통해 우리 사회의 편견이 점차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명한 것은 <<안녕, 아이비>>는 그런 힘을 가진 책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짧아서 더 읽고 싶어진다는 것뿐이다. 몰입해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장애, 사회의 편견, 사고사, 가족애 등의 주제를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내셔널포스트지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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