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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상 ㅣ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14
박완서 원작, 김광성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책꽂이에 멋스럽게 꽂혀있는 한국대표문학 전집은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이들은 흥미로운 학습만화나 판타지에만 열광한다. 문득 한국대표문학도 우리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이 주니어김영사에서 2012년부터 <<메밀꽃 필 무렵>>을 필두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시리즈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나는 한국 대표 문학 중 가장 좋아하는 <소나기>를 통해 이 시리즈를 접해본 바 있는데, 흔히 소설을 쉽게 읽히기 위해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식의 만화의 단점은 배제하고, 만화가 가지는 고유한 영역인 예술성과 원작 소설의 가치를 그대로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등장인물의 생생한 표정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어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적 상황을 반추하고 있는 배경이나 소품, 의상 등 역시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만화를 통해 한국 대표 문학을 접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이 시리즈를 꾸준히 접하고 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박완서 원작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다.

6.25전쟁으로 페허가 된 서울, 그리고 중공군의 개입으로 촉발된 1.4후퇴로 피난길에 올라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김광성 만화가에 의해 생생하게 그려졌다. 화자인 박씨네 가족은 마지학 후퇴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다리에 총상을 입은 오빠로 인해 부득히 현저동 아랫동네에 눌러앉게 되었다. 부연 국물에 목구멍만 축이며 막장에 갇힌 광부처럼 희망 없이 서로를 의지하던 그들은 인민군이 몰려오자 남하했다 돌아온 행세를 해야했고, 시커먼 석탄 반죽이 하얀 밀가루 수제비로 보일 만큼 허기가 지자 올케와 함께 보급투쟁을 하기도 했다. 엄마는 며느리와 딸이 밤마다 저지르는 차마 못 할 짓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면서 당신만 치욕스럽고 께적지근한 짓으로부터 결백하려는 듯 했다. 그러던 중 나이도 지긋하고 교양도 있어 보이는 마부 동무 신 씨로부터 인민위원회에 나와서 위원장을 도와 서류 정리의 일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게 되었고, 배고픈 것만이 진실이고 그 밖의 것은 모조리 엄살이었던 가족들에게 박씨는 희생양이 되어야했다, 박씨는 나중에 빨갱이로 몰릴까 두렵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에 대한 섭섭함이 더 컸다. 야비한 신 씨로 인해 박씨는 올케와 함께 엄마와 말을 더듬는 것밖에는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오빠와 연녕생 어린것들을 두고 북으로 가게 되었으나 올케의 기지로 인해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욕먹을 소리지만 이런저런 세상을 다 겪어보고 나니 차라리 일제시대가 나았다 싶은 적이 다 있다니까요. 아무리 압박과 무시를 당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우리 민족, 내 식구끼리는 얼마나 잘 뭉치고 감쌌어요. 그러던 우리끼리 지금 이게 뭡니까, 이런 놈의 전쟁이 세상에 어딨겠어요. 같은 민족끼리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 형제 간에 총질하고, 부부 간에 이별하고, 모자 간에 웬수 지고, 이웃끼리 고발하고, 한 핏줄을 산산이 흩뜨려 척을 지게 만들어 놓았으니..... (본문 91p)

서울로 돌아온 박씨는 향토방위대에서 일을 하게 되었으나,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일진일퇴를 거듭하더니 한강 이남으로 피난을 가라는 후퇴령이 내려오자 가족들은 오빠의 애원으로 죽은 전처의 친정이 있는 남쪽으로 피난을 가게되고, 밖시는 향토방위대와 함께 피난길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을 내주지 않고 위기를 넘긴 탓에 향토방위대는 해산령이 떨어졌고, 박씨는 죽음을 무릎쓰고 피난길에 오른 오빠와 그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 해체로 졸지에 혼자가 된 박씨는 다행스럽게도 대원 중 한 살 위인 정근숙 언니로 인해 혼자가 아님에 감사했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상권은 이렇게 그 당시 피난민들의 상황과 그들의 불안했던 심리 등이 자세히 담겨져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을 반영한 표정이나 전쟁의 처참함 등이 표현한 시대적 상황을 담은 삽화는 그 시대를 알지 못하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주었다. 만화가 가진 이미지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이 소설의 의미와 이 소설이 가진 가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각예술에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학작품을, 원작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만화를 통해 소개한다는 점에서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은 그 의미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추천의 글 中)
이렇듯 우리 문학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만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만화 한국 대표 문학선> 시리즈가 가지는 의미가 참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 문학을 소개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계기가 된 듯 싶어 무엇보다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지출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_상'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