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 - 세계사 속 두 사람 이야기 : 서양편 인물로 읽는 역사
아작 지음, 이영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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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잘 속에 숨어 있으면서 적을 피하거나 먹이를 구하는 보답으로 말미잘의 병든 촉수를 자르고 찌꺼기를 청소해 주는 흰동가리, 고래류, 상어류 등에 붙어살며 그들이 흘리는 찌꺼기들을 먹으면서 청소를 해주는 빨판상어, 진딧물의 달콤한 감로를 먹는 대신 무당벌레 등으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는 개미 등 두 종류의 동물들은 서로서로가 도움을 주며 공생합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가 존재합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 관계 속에서 더 나아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지요. 세계사 속 두 사람이야기를 담은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바로 이렇게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뛰어난 인물로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들을 통해서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은 '두 사람' 덕분에 인류는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될 수 있었어요. (머리말 中)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관계는 정말 유명하지요. 스물일곱 뒤늦게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고흐는 고집스러우면서도 작은 충고에도 쉽게 상처받은 성격 때문에 가족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서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지만, 동생 테오는 이런 고흐를 가장 잘 이해해 주었지요. 고흐가 화가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늘 응원해 준 테오는 용기와 희망은 물론이고, 가난했던 고흐에게 생활비와 그림 그리는 데 필요한 돈도 주었습니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화가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고흐를 위해 화가 고갱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테오가 어려움에 처하자 고흐는 괴로워했고, 동생에게 경제적으로 계속 부담을 주는 것이 괴로워 자살을 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불과 6개월 후 테오도 세상을 떠나게 되지요. 동생 테오가 없었다면 고흐의 명작들은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인이 낳은 최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는 자연을 빚은 건축가로도 유명합니다. 가우디의 독창적이면서도 뛰어난 재능을 알아본 사람은 바로 구엘이었고, 부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카탈루냐의 찬란한 문화를 다시 세우려는 꿈을 꾸는 구엘과 카탈루냐 특유의 문화를 건축에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가우디는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되었지요. 독재자 히틀러와 나치 정권의 부담함에 맞서 싸운 한스 숄과 조피 숄은 모두가 잘못된 것을 보면서도 침묵할 때 용기 있게 맞서 싸운 남매였습니다. 과학자 이렌 퀴리는 엄마 마리 퀴리의 인류를 위한 과학자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실천하였고, 길 위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철학을 널리 알렸던 위대한 스승인 소크라테스와  그 스승이 못다 이룬 것을 자신의 손으로 갈무리하고 싶었던 플라톤운 신념을 지킨 스승과 철학을 꽃피운 제자였습니다.

 

 

책 제목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국민을 사랑한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와 왕의 언어 치료사였던 라이오넬 로그의 이야기입니다. 왕을 제 몸처럼 돌보며 정성을 다하는 로그가 있어 조지 6세는 국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말더듬이 왕이 아닌 조지 6세 곁에는 언어 치료사이며 가장 가까운 벗으로 왕을 보좌한 로그가 있었기 때문이죠. 마르크스를 이야기할 때 바늘과 실처럼 따라붙은 이름 엥겔스는 처음에는 서로 좋지 않은 첫인상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형제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지요. 마음과 뜻이 통했기에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격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로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면서 같은 꿈을 꾼 두 사람은 정말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문학의 길을 함께한 친구 괴테와 실러, 동등한 왕으로 서로 존중하고 사랑한 부부 이사벨 1세와 페르난도 2세,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보살피고 의지한 아버지와 딸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마리아 갈릴레이, 그리고 자연 속에서 조화로운 삶을 이룬 부부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티격태격 싸우며 단단한 우정을 쌓은 친구 푸치니와 토스카니니 역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가 좋은 사람이 되어 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발전하고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세요. 나는 누구에게, 또 나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힘을 얻고 있을까요?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며, 그들은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면 세계사 속 두 사람처럼 나와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누군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나는 누군가의 좋은 파트너가 되어줄 수도 있구요. 누군가와 함께 꿈꾸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가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거 같습니다.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는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그들을 통해 인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역사를 알아갈 수 있어 아이들에게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을 듯 싶네요.

 

(이미지출처: '말더듬이 왕과 언어 치료사'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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