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38
이동진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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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초등학생이었던 제가 자주 부르던 동요가 있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그 시절에는 누구나 이 동요를 불렀을 거에요.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노을>이라는 곡이었죠.

♪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색동옷 갈이입은 가을 언덕에 빨갛게 노을이 타고 있어요~ ♪ 그 시절 정말 많이도 불렀던 곡입니다. 우연히 눈에 띄는 책 제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봄봄출판사의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입니다. 책 제목을 읽는데 그냥 읽혀지지 않네요. 저절로 동요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불러보는 동요였지요. 동요탓인지 무슨 책일까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읽어봤는데 동요 <노을>의 노랫말을 지은 이동진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그림책이라고 하네요.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이 그림책은 가을 농촌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여름 내내 시원한 들에 나가 살던 딱새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마을로 돌아오면서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네요. 참새도 까치도 떼지어 돌아왔지요.빨강, 노랑, 주황 물감을 칠한 듯 알록달록 곱게 물든 감나무 잎이 장독대에 떨어지고, 바람 속에는 들깨 익은 냄새가 고소하게 납니다. 그리고 들녘에서는 벼 베기가 한창이지요. 추수가 끝난 논에는 겨우내 외양간에 사는 누렁소의 먹이가 되고, 둥근 박이 자라는 초가지방에 새로 갈아 줄 이엉도 되는 볏가리가 쌓이네요.

 

 

숙제를 마친 유미를 유라를 업고 심부름으로 밭에 가서 아버지를 모시러 갑니다. 방에서 그림을 그리더 유노가 부리나케 따라나서네요. 노란 은행잎이 뚝뚝 떨어진 골목길을 남매가 달립니다. 뉘엿뉘엿 해가 서산으로 기울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건넛마을 옹기종기 모인 집 굴뚝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밥 짓는 연기, 눈부신 햇살을 받아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억새의 모습을 보며 남매는 아빠에게 도착을 했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 새 서쪽 하늘에 뜬 솜사탕 구름이 붉어지며 온 하늘이 물들기 시작합니다.

 

 

 

"우아! 멋있다. 누나 저 하늘 좀 봐!"

 

하늘에 숯불을 쏟아부은 듯 빠알간 노을을 남겼습니다. 남매는 하늘에 붉은 비단을 깛아 놓은 듯 고은 노을을 바라보고 있어요. 정말 아름다운 노을이네요.

 

 

동요 <노을>은 제가 어린시절 많이 불렀던 곡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도 많이 부르는 곡이기도 합니다. 예나지금이나 사랑받는 곡인거 같아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예쁜 동요가 이렇게 그림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거 같아요. 엄마인 저도, 제 아이들도 서울에서 나고자라 시골의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림책으로나마 이렇게 시골의 정겨우면서도 포근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본 적이 언제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오늘은 아이와 함께 노을지는 하늘을 보고 싶네요. 함께 <노을>을 부르면서 말이죠.

 

(이미지출처: '바람이 머물다 간 들판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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