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올해초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딸아이, 자사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진학, 진로에 대해 대학입시 못지 않은 고민을 했었다. 고등학교가 대학입학과 직결되다보니 고등학교 진학만으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 아니었을 게다. <고백><모성>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가 최초로 드라마 대본에 도전한 작품 <<고교 입시>>라는 책 제목을 보자니 문득 고교 입학을 둘러싼 가족들의 고민들이 떠올랐다. 그런 탓일까?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스토리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리하여 읽어보게 된 이 작품은 2012년 후지TV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를 소설화한한 작품으로 드라마를 고려한 극적인 구성으로 결말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학원 스터리물이다.

 

숨가쁘게 진행되는 48시간의 학원 미스터리. 학교, 단죄, 블랙 코미디....미나토 가나에의 장기가 유감없이 펼쳐진다! (표지 中)

 

현립 다치바나다이이치 고등학교, 통칭 이치고는 지역 사람들에게 현에서 가장 우수한 고등학교로 통한다. 지역에서 최고라는 데 의미가 깊은 이치고, 좀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형은 이치고에 붙어서 졸업한 후 삼류대에 진학하고, 동생은 이치고에 떨어져서 다른 학교에 가서 졸업한 후 일류대에 합격했을 경우 이치고에 붙은 형이 더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여긴다면 이해하기 쉬울까? 이렇게 열다섯 살에 인생의 목표가 이치고 최종 합격이라고 할 만큼, 막강한 권위을 가진 이치고의 입시를 일주일 앞둔 시점부터 이 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3월 8일 입시 일주일 전의 이치고는 팽팽한 긴장감이 엿보인다. 선생님들의 회의와 이치고 입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처음 발령받은 하루야마 교코는 이치고 입시가 가지는 막강한 권위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입시를 하루 앞둔 전날, 학생은 오후부터 동아리도 보강도 쉬고 완전히 하교한 후 교직원들은 입시 준비를 시작한다. 그러다 미즈노, 하루야마, 무라이 선생은 2학년 B반 교실 칠판에 <입시를 짓밟아버리자!>라는 검은 먹물로 휘갈겨 쓴 커다란 모조지를 발견하게 되고, 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벽보가 붙여 놓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사카모토의 휴대전화가 칠판 위에 숨겨져 있는 등의 불길한 징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교감과 교장은 각자 엄중하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과 함께 입시 준비 중 일어나는 크고 작은 학생들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만다.

 

그리고 시험 당일, 책상 위에는 수험표와 연필, 지우개만 놓고 그 밖에는 전부 복도로 내놓고, 휴대전화는 전원을 꺼 수거용 주머니로 수거해간다. 복도에 내놓은 가방에 있어도 시험 중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수험 방해로 간주해 실격된다. 1교시 국어를 시작으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미도리 선생은 컴퓨터로 검색을 하던 중 학구의 고교생이 모이는 곳 같은 이상한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 내용은 모두 입시에 관한 내용이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 업신여길 모, 오닌의 난이라든가 오늘 문제가 올라와 있는 글은 시험 시간 중이었다. 하지만 보고를 받고 검토한 교감은 시험문제 글이 올라온 것도 시험 시간 후이고, 본교에서는 수험생에게 휴대전화를 회수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로 간주한다는 말뿐이었다. 이후로도 글은 계속 올라오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가운데, 갑자기 휴대전화 벨 소리가 교실 안에 울렸고, 휴대전화의 주인인 여자아이는 퇴장당하고 만다. 시험이 종료되기 전, 퇴장당한 수험생의 부모가 항의를 하러 오게 되고, 게시판에는 휴대전화 소동에 대한 이야기도 이미 올라와 있었다. 시험 중에 휴대전화가 울린 일을 불문에 부치기로 했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답안지 한 장이 부족한 사태가 또 벌어지게 된다. 백자가 섞여 있어서 예비용으로 빼놓은 것을 부족한 한 장으로 단정짓기로 하면서 문제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범인이 도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독자들의 추적도 함께 시작되었다.

 

반전 그리고 또 반전이 이어지는 <<고교 입시>는 명문고 입시를 둘러싼 48시간 동안 펼쳐지는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드라마 대본 탓인지 등장인물이 모두 화자가 되어 이끌어가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복잡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읽다보니 등장인물의 특성이 더 두각되는 장점도 있었고, 많은 화자들이 있는 탓에 지루할 틈도 없었던 것 같다. 고교 입시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도 있었으며,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은 입시 문제를 보여준 <<고교 입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교사, 학교, 그리고 학부모의 올바른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소 무거운 주제였지만, 많은 화자들과 빠른 전개로 인해 읽기에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학부모인 나에게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의미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입시는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벚꽃이 피는 이 날은 절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새로운 무대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란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니, 아이들은 모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부딪히며 해나가면 된다. 때로는 깨지고, 다치고, 눈물 흘리는 일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을 온힘을 다해 막아주는 어른이 있다.

그것이 교사의 역할이니까. (본문 3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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