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5
이종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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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그 45번째 이야기는 <<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입니다. 동화형식을 빌어 박지원의 소설 속에 담긴 그의 철학과 사상을 담아냈는데, 그중 <열하일기> 속에 들어 있는 소설 <허생전>이 현대에 맞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박지훈의 아버지를 통해 '이용후생'과 '정덕'의 길을 함께 보여주고 있지요. 단지 돈만 많이 벌어 배부르게 잘먹고 잘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바른 덕을 쌓아서 그 덕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용후생이 나아가야 할 길(책 머리에 中)임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합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박지훈으로 6학년입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다 학원에 갈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는 탓에 시간이 많은 탓에 책 읽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취미하고 하고 있어 대부분의 아이들이 읽지 못하는 삼국지나 한국 단편 소설 같은 것들을 힘들지 않게 읽어낼 수 있지요. 4학년 동생 지영, 대학 강사인 아빠, 동네 할인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와 함께 조금 오래된 연립주택에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지만 그럭저럭 살아온 지훈이네 가족에게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지훈이는 태영이와 함께 우리 역사에서 근대화의 싹을 틔운 실학자들을 조사해 발표하게 됩니다. 지훈이는 박지원의 소설에서 당시 양반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내용을 소개하게 되지요. 그리고 지훈이는 실학에 대해 생각하다가 언젠가 엄마가 아빠와 다투면서 아빠의 공부가 돈을 제대로 벌어 오는 것도 아니고 교수가 되어 월급을 꼬박꼬박 갖다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무 쓸모없는 공부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게 되지요.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가 실생활과 관계가 없다면, 우리의 공부는 박지원이 소설에서 말하듯 과거를 보기 위한 것이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공리공담만 찾고, 위세나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본문 33p)

 

날씨가 너무 더워서 책 읽기도 힘든 어느 날, 간만에 아이들이 즐겨한다는 게임을 좀 해볼까 하던 지훈이는 게임이나 하면서 노닥거린다고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게 되지요. 말대꾸를 하던 지훈이는 아빠가 하는 공부가 맘에 들지 않으며 공리공담만 일삼는 것이며 오랑캐 나라의 일이라도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요. 아빠는 고상한 철학만 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다른 사람에게 배워서라도 하지 않는 것을 빗댄 지훈의 말에 서글퍼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빠는 '십 년을 공부하기로 작정했는데 이제 겨우 칠 년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지셨습니다. 지훈이는 <허생선>에서 허생이 한 말 가운데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아빠가 사라지고 엄마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이 살림살이에 턱없이 부족하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에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게 되고, 대부분의 집안일을 지훈이와 지영이가 하게 됩니다.

 

한편 아빠는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한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를 찾아가 사업 자금을 빌어 사업을 하게 됩니다. 아빠는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지만 집에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았지요. 아빠는 번 돈으로 산간 오지에 있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땅을 구입해서 소규모 학교와 유치원 건물을 지으며 마을을 건설하게 됩니다. '무공해 체험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 다음으로 아빠는 연구의 결과가 사람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이용후생에 주요 목적을 둔 연구소를 건설하죠. 이렇게 마을을 건설하고 전국에 있는 노숙자 가운데 자신의 아내나 중학생 이하의 자녀를 두고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농사를 짓게 됩니다. 그 일이 방송에 나오면서 가족은 5년 만에 재회를 하지요. 물론 아빠는 가족의 기대와 달리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허생전을 읽은 지훈이는 진정한 학자로 남고 싶었던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남을 배부르게 먹고살게 하는 이용후생(利用厚生) 다음에는 바른 덕을 쌓아 지키는 정덕(正德)을 실천하라! (표지 中)

 

지훈이네 가족을 통해 우리는 17세기 중기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조선에서 이어졌던 학풍인 실학이 무엇인지 실학의 배경은 무엇이고 북학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중 북학파의 한 사람인 박지원과 그의 북학 사상이 거의 들어 있는 <열하 일기>, 그리고 <허생전>을 이해하게 되지요. 또한 북학파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도구나 물건을 이롭게 사용하여 생활을 넉넉하게 한다는 이용후생, 그리고 정덕의 의미도 쉽게 깨닫게 됩니다. 철학 사상의 내용을 쉽게 풀어 알려 주는 책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동화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다가갑니다.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철학을 오늘날의 시대 상황에 맞게 풀어주었다는 점도 인상 깊습니다. 앞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깨닫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끄는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담은 구성도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아마 박지원의 '이용후생'을 이렇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은 없을 듯 싶네요.

이에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초등 어린이는 물론이고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없는 내용탓에 우리 가족이 모두 즐겨보는 시리즈가 되었답니다.

 

(이미지출처: '박지원이 들려주는 이용후생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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