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전학생 마리 햇살어린이 20
이진하 지음, 정문주 그림 / 현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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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서부터 유쾌한 상상이 기대가 되는 작품입니다. 외계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늘 아이들을 유쾌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곤 하지요. 이 동화책도 마찬가지랍니다. 하지만 그 속에 더 큰 의미를 담아두고 있습니다.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동화책이네요.

 

교실인지 시장 바닥인지 알 수 있는 단풍초등학교 학년 5반, 하지만 그 와중에 동그란 안경을 쓴 채 교실 뒷자리에 혼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솔이죠. 담임 선생님의 공정한 방법인 '제비뽑기'로 자리를 바꿨지만, '뽑은 쪽지 바꾸기'라는 공정하지 못한 아이들의 방법으로 이솔이는 1분단 가장 뒷자리에 혼자 앉게 되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은 이솔이에게 조금도 특별한 일은 아닌데다, 매일 똑같은 운동장을 보며 매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무리 지겨운 수업 시간도 금세 지나가 버리곤 했지만, 이 재미있는 생각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것은 조금 서글픈 일이었지요. 그런데 오늘 토마토에 달린 꼭지처럼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하늘로 높이 묶고, 가방 대신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마리라는 친구가 전학을 왔어요. 자신을 '마루마'라는 별에서 왔다고 소개한 마리는 이슬이 옆에 앉게 되었지요.

 

 

마리는 정말 특이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는데도 수업 시간에 꼭 공부를 해야한다는 것에 놀랐고, 수업 시간에 말을 하면 벌을 세운다는 것도 놀라워했어요. 지금 당장 배우고 싶지 않은데 수학, 영어, 과학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 못했지요. 마리는 케첩을 만드는 법, 책을 만드는 법 등이 더 궁금했으니까요. 다음 날, 이솔이는 언제나처럼 아침 일찍 학교에 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공책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마리가 보게 되었고, 마리는 이슬이의 이야기를 읽어보게 되었지요. 누군가에게 자신이 쓴 이야기를 보여준 적도 없는데다 자신을 비웃을까봐 걱정이 되어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이솔이와 달리 마리는 흥분하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해결하느라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가 된 마리를 본 부반장인 은지는 마리가 자기 자신보다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아 마리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마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습니다. 마리랑 친하게 지내는 이솔이에게도 마리랑 말하지 말라고 했죠. 그런데 오히려 마리는 지구에 와서 제일 체험해 보고 싶었던 왕따를 당하게 되었다며 기뻐했어요. 수업 시간 중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마리는 선생님께 쉬는 시간이 되어야 왕따를 당할 수 있다며 수업을 빨리 끝내달라고 합니다. 결국 은지는 마리에게 접근조차 하지 않게 되었고 마리는 다른 반을 돌아다니며 왕따시키는 사람을 찾곤 했습니다.

 

 

방송 조회가 있는 월요일,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 적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전학생 마리는 이런 것들이 낯설었고 지루한 훈화가 계속되자 방송실로 쫓아가 교장 선생님만 말하는 건 불공평하다고 따졌습니다. 그렇게해서 마리는 학생들의 발언 기회를 얻어냈습니다. 마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장 선생님의 지사와 선생님의 방해로 아이들은 아무도 발언하지 못했어요. 이솔이는 방송 조회에 불만을 갖고 있었던 아이들이 아무도 올라가 말하지 않자 마리가 벌을 받게 될까봐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그러다가 문득 커다란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되었지요. 누군가가 대신 말해 주기만을 자신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너무 조용해서 같은 반 친구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던 이솔이가 지금 중앙 현관 앞에 올라서 있습니다. 이솔이는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곳이 모두가 올라올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지요. 이후 마리는 학교에 오지 않았지만 발언대가 생긴 이후로 학교는 조금씩 변해 갔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었지요.

 

 

'누구라도 영웅처럼 나타나 저 마이크를 붙잡고 이야기를 해 준다면! 왜 다들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거야. 마리가 용기를 내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데.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잖아. 누구라도 좋으니까, 올라가, 제발!' (본문 79p)

 

<<외계인 전학생 마리>>는 독특한 캐릭터인 마리를 통해 왕따 문제와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의 문제점, 그리고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음을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대신 이야기해 주지도 않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행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줘야 하지요.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왕따 문제를 제기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말하도록 권합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함을 강조하지요. 저는 아이들에게 '쪼그만 게 뭘 안다고 그래'라는 말을 잘 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인 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귀를 닫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치 교장 선생님처럼 말이죠. 유쾌하지만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으면 더 유익한 동화책이기에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

 

(이미지출처: '외계인 전학생 마리' 본문에서 발췌 / 도서제공: 현북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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