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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라졌다! ㅣ 단비어린이 문학
청웨이 지음, 강영희 옮김, 김미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14년 6월
평점 :
사실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파란 하늘을 홀로 자유롭게 날기를 꿈꾸는 새끼 새가 숨어 있다. 우리는 모두 그 새끼 새를 아껴야 한다. 그리고 그 새끼 새가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본문 136p)
우연히 <<아빠가 사라졌다!>>는 책 제목과 남은 가족의 슬픈 모습을 담아낸 표지삽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의미,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겠구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뜻밖에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었던 짧지만 강렬한 동화책이었어요. 동화 속에는 서로 다른 두 가정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마이아,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샤를로테 가족이지요. 우리 가족은 모습은 여느 가정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마이아네 가족 모습이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은 샤를로테 가족의 모습입니다. 마이아처럼 샤를로테 가족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말입니다.
샤를로테는 독일에 사는 열 살 난 아이지요. 샤를로테네 집은 다른 집과 달리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샤를로테가 아빠 엄마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는 '볼프강, 자비네'처럼 아빠 엄마 이름을 부릅니다. 그럼 아빠 엄마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모든 걸 제쳐 놓고 샤를로테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지요. 샤를로테네 휴가도 좀 특별합니다. 온 식구가 떠들썩하게 휴가를 가는 것 외에 해마다 특별한 휴가 두 번을 더 보내지요. 하나는 아빠와 딸, 단둘이서 일주일 동안 가는 여행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와 아빠, 둘이서면 일주일 동안 떠나는 여행이죠. 그리고 또 특별한 점이 있다면 아빠는 주말이면 혼자 캠핑카에서 지낸다는 것입니다.
샤를로테의 친한 친구 마이아는 아빠가 차고로 자러 가 버린 것에 대한 샤를로테의 고민에 대해 샤를로테의 가족이 까닥하면 굴러떨어질지 모르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샤를로테는 엄마라는 사람은 자신을 잃어 자신을 찾을 시간이 필요하고, 아빠라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고민하는 자기네 집이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요. 반면 마이아는 자신의 집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휴가를 가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움직였고, 아빠와 엄마 사이에는 비밀이 없었으며, 아빠의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 시계처럼 규칙적인 생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세상에서 제일 좋은 스위스 시계처럼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똑딱똑딱,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어긋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빠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빠의 전화는 꺼져 있었고, 엄마는 교통사고 안내소에 전화를 걸어 아빠가 사고가 났는지 확인했고, 경찰서에 전화해서 7시 30분에 돌아오는 아빠가 10시가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는다는 실종신고를 하기도 했지요. 마이아는 샤를로테네 집이 벼랑 끝에 섰다고 경고했는데, 자기네 집은 아예 위험 신호 같은 것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벼랑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날, 함께 숙제를 하기 위해 마이아에 집으로 가던 샤를로테는 밀러 할아버지네 집 창가의 러시아 인형 세 개를 구경하게 되고 할아버지의 권유로 인형을 구경하기 위해 들어섭니다. 할아버지는 인형을 돌려 뚜껑을 열더니 안에 있는 인형을 꺼냈고, 또 인형을 돌려 다른 인형을 꺼냈습니다. 그렇게 여러 번 하다보니 나중에는 샤를로테의 손가락만 한 새끼 새가 들어있었지요.
"샤를로테야, 사람들은 대부분 러시아 인형의 배 속에 새끼 새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단다. 샤를로테야, 우리는 날마다 가지각새그이 사람을 만난단다. 남자, 여자, 노인, 아이.....그중에는 기쁜 사람도, 슬픈 사람도 있겠지. 그런데 우리가 보고 알 수 있는 건 실은 그 사람의 겉모습뿐이야.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겠지. 사람들 마음속에는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단다. 그런데 그들은 러시아 인형이 아니라서 한 겹 한 겹 열어 볼 수는 없어. 불행하게도 말이지. 그렇지 않니?" (본문 89,90p)
할아버지는 러시아 인형을 샤를로테에게 선물로 주었고, 마이아와 함께 한 번 더 인형을 하나하나 열어 보라고 부탁합니다. 어쩌면 새끼 새가 마지막 인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과 함께 말입니다. 캠핑카와 함께 사라진 아빠로 인해 속상한 샤를로테, 아빠가 갑자기 사라진 마이아, 두 아이는 그렇게 사라진 아빠로 인해 자신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을 위해 뒤돌아볼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삶에서 많은 역할을 맡는단다. 아빠는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내게 거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바쁘게 뛰어다녀. 그런데 정작 아빠 자신을 위한 시간은 많이 갖지 못한단다. 아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빠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쓸까? ... 점점 바빠지는 시대에 살면서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든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뉴스와 사건에 귀를 기울인단다. 그런데 정작 자신한테는, 자신의 마음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본문 127,128p)
<<아빠가 사라졌다!>>는 상반된 두 가정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스위스 시계처럼 바쁘게 움직입니다. 내 자신을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나만의 시간을 갖을 여유도 없이 말입니다. 마이아 가족처럼 우리 가족도 출퇴근, 등학교 시간에 맞추어 늘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규칙적인 시간을 맞추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우리 각자는 마음 속에 얼마나 많은 것을 숨기며 살아갔던 걸까요? 우리는 각자 작은 새 한 마리씩을 숨기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서 답답해하는 작은 새가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을 아닐까요?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 아이에게도 그렇게 파란 하늘을 홀로 자유롭게 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짧지만 많은 것을 일깨우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어린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을 동화책이었어요.
<<아빠가 사라졌다!>>는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일깨우고 가르쳐준 저를 위한 동화였습니다.
(이미지출처: '아빠가 사라졌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