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앤 선발 대회 한무릎읽기
캐롤라인 스텔링스 지음, 이선희 옮김, 이지선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 <빨간머리 앤>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명작 동화입니다. TV 애니메이션도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정말 좋아했지요. 아마 여자아이라면 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이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주인공 로지 역시 빨간 머리앤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로지가 철강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면 연기, 빵빵거리는 자동차 소음, 무더운 습기가 가득한 해밀턴 빈민가인 동네에서 탈출해서 갈 수 있는 곳은 도서관밖에 없었지요. 도서관 에어컨 덕분에 천식 증상이 가라앉아 그나마 숨을 편히 쉴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로지가 너무나 좋아하는 앤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사서인 헬렌 선생님은 '빨간머리 앤'이 삼십칠 쪽이나 분실되어 책을 새로 주문했고, 그 헌책은 로지에게 주었습니다. 찢겨진 책이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책이 생겨 무척이나 기뻤지요. 도서관에 가자 헬렌 선생님은 로지에게 록턴 도서관에서 보내온 이야기 소녀라는 책과 함께 공고문 한장을 보여주었습니다. 빨간머리 앤의 날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빨간머리 앤 선발 대회를 개최하며 우승자에게는 몽고메리의 앤 시리즈 전집과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진 순은 트로피를 수여하는 것이지요.

 

 

록턴은 로지에게 먼 곳이었지만, 벤 오빠가 스피넬리 아저씨의 자동차를 빌릴 수 있을 것이고, 중고품 가게를 샅샅이 뒤지면 옷을 마련할 수 있을 거에요. 물론 제대로 된 무대의상을 입은 여자애들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겠지만, 앤에 대해서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뻔지르르하게 하고 멋모르고 나선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테니 어쩌면 로지는 자신이 우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사전 모임을 가게 된 로지는 책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 앤과 외모가 너무나 흡사한 리디아를 만나게 됩니다. 로지는 리디아 집에 자동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회 날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경우 록턴까지 리디아네 자동차를 얻어 타고 가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리디아를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러나 곧 리디아가 굉장히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부잣집 애들하고는 마음이 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로지는 더 이상 리디아랑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요. 그런 로지는 자신을 집으로 초대하는 리디아를 피하지만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리디아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로지는 엄청나게 커다랗고 으리으리한 저택에 사는 리디아가 해밀턴 병원의 심장병 전문의 아빠가 조금만 시간이 나면 아나운서인 타파니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자신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랑스러워했으면 하는 마음에 대회에 나가려 한다는 걸 알았고, 자신이 부잣집 애들에게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선입견이 있음을 알게 되지요.

 

로지의 대회 준비는 착착 진행이 되었습니다. 차를 빌려주기로 한 스피넬리 아저씨를 위해 페인트를 칠했고, 누르스름한 회색 천을 주기로 한 미용실 사장님을 위해 일을 돕기로 했고, 헬렌 선생님과는 예상 문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일요일 생일, 로지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결국 의식을 잃고 맙니다. 다행이 입원한 지 사흘째가 되자 로지는 계획표를 작성할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고, 대회에 참여하게 됩니다. 물론 로지와 리디아가 결승에 진출하게 되고, 마지막 문제만 로지가 맞추면 우승을 하게 되지요. 그 문제는 헬렌 선생님과 풀었던 문제라 답을 알고 있었어요. 대답을 하려는 순간, 로지는 리다아 아빠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리디아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지요. 로지는 리다아의 표정에서 이 순간이 얼마나 간절히 꿈꿔왔던 순간인지 읽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로지도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을 해야만 했습니다.

 

 

앤은 매튜 아저씨에게 자신은 그동안 한 번도 가족이 없었다고 했다. 로지는 잠시 곰곰히 생각을 한 뒤 앤이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앤이 정말로 원했던 것은 바로 소중한 가족이었다. 공장 연기가 가득한 곳에 살며 제대로 먹지 못하고, 남이 입던 옷을 입는 퍽퍽한 삶이지만 로지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로지에게는 다정한 엄마와 오빠들, 따뜻한 이웃이 있었다. 진정으로 마음 붙일 곳이 없이 살아온 사람은 바로 리디아였다....빨간머리 앤과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은 바로 리디아였다. (본문 177p)

 

<<빨간머리 앤 선발 대회>>는 재미있는 동화 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양 생각할 때가 있어요. 로지는 통해 우리는 이런 선입견에 대해 반성하게 하지요. 그리고 가족, 이웃의 의미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가난하고 퍽퍽한 삶일지라도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이 있다는 것이 부유하지만 외로운 리디아의 삶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가족, 이웃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정의 의미도 되새기게 합니다. 로지와 리디아는 앤과 다이애나와 같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정말 기쁘네요.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들이 아이들에게 따스함을 줄 수 있는 동화책 <<빨간머리 앤 선발 대회>>였습니다. 

 

(이미지출처: '빨간머리 앤 선발 대회'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