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바라기 - 더 이상 죽지마 단비청소년 문학 6
갓파 외 지음, 고향옥 옮김 / 단비청소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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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키상은 'TOKYO FM의 전국망 라디오 프로그램인 [SCHOOL OF LOCK!]과 겐토샤, au by KDDI가 함께하는 10대 청소년만 응모할 수 있는 문학 신인상'이란다. 그런 탓에 이 책의 저자 나이는 93년, 90년, 심지어는 95년생이다. 10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10대 작가이니만큼 그 어떤 청소년소설보다 기대가 컸다.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청소년 소설은 딸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지침서가 되기도 하는 탓이다. 죽음을 소재로 한 세 편의 작품은 10대의 작가들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면에서 어설픔, 미흡함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10대의 마음으로 쓴 내용이기에 죽음에 대한 그들의 슬픔, 두려움이 더 와닿은 듯 하다.

 

지워지지 않는 막 같은 것이 내 눈동자를 덮고 있어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 막 같은 것이 사라지지 않고 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을 흐려 놓았고,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을 신선하게 느낄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것이 서서히 마음속으로까지 침식해 가는 느낌이다. 왜 나만 살아남았을까, 왜 나는 살았을까. (본문 10p)

 

표제작 <겨울 해바라기>는 별똥별 무리를 올려다보던 사키, 다이키 그리고 주인공 가이토가 '우리'라는 존재를 새겨 두기 위해 자살을 많이 하는 아무도 살지 않는 낡은 아파트로 향하면서 시작한다. 살아 있는 존재를 새겨 놓으면 뭔가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다이키는 그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도 한 사람이라도 더 살게 해 달라는 간절함으로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다. 다이키는 이 작은 세상에서 계속 낙서를 하다 보면 어쩌면 딱 한 사람은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낙서를 계속 하기로 마음 먹었다.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학교 도서실에 모여 공부를 하던 중 다이키와 사키의 다툼이 시작되었고, 다이키가 도망치자 다이키의 뒤를 쫓아가던 사키를 카이토는 그냥 바라만 보았다. 하지만 순식간에 괴한이 두 아이를 덮쳐 죽게 되었고, 슬픔에 쓰러진 가이토는 엄마의 권유로 엄마의 오랜 친구인 유코 아주머니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게 된다. 그러던 중 백화점에서 노란 스프레이를 발견한 가이토는 다이키처럼 해바라기를 그리게 되고, 그가 그린 해바라기를 바라보던 자살이 유일하게 남은 자유라고 말하는 아오리를 만나게 된다. 이후 가이토는 뒤늦게 겨울에도 해바라기 꽃을 피울 꿈을 꾸는 다이키의 편지를 받아보게 된다. 절친한 두 친구를 잃고 죽음에 빠진 가이토의 마음을 담은 이 이야기는 가이토의 슬픔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너무도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방울 소리>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이한 여자친구 사치와 아키라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 과제 연구 하는데 참고할 만한 책을 찾기 위해 학교 도서실에서 간 아키라는 사키의 도움으로 책을 찾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는 사키의 고백을 받고 다음 날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8일 전, 아키라의 생일 선물을 사러 가던 중 졸음 운전자가 모는 차로부터 고양이를 구하려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치로 인해 슬픔에 빠진 아키라는 동아리인 축부구에도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사키의 책을 반납해주기 위해 도서실을 찾은 아키라는 아무도 없는 도서실에서 방울 소리를 듣게 되고, 소리 난 쪽에 책 한 권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책은 도서실에서 가장 인기 없는 책이라고 사키가 알려주었던 책이었기에 아키라는 그 책을 넘겨 보게 되었고, 여백 부분에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휘갈겨 쓴 편지가 오늘 날짜로 사키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임을 알게 된다. 게다가 214쪽, 2월 14일은 사치의 생일이었다.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호기심에 답장을 쓰게 되면서 아키라와 죽은 사치의 편지왕래는 계속 되었다. 그렇게 아키라는 사치를 통해 자신의 진로와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씩씩해질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목표를 갖는 것, 희망을 갖는 것. 나는 이런 것에 혐오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을 하루하루를 거짓으로 보내고 있는 현실이 더 싫어서 미칠 것 같았다. 홀로 남겨진 나는, 심리적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본문 246p)

 

<Over The Bridge>는 오랫동안 병을 앓았던 주인공이 선생님들의 격려와 응원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지만 4학년이 되면서 모난 돌이 되어가고 칭찬해주는 친구 대신에 악의를 드러내는 친구가 늘어가면서 왕따되어버린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이야기는 현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마음이 더 쓰이는 작품이었다. 구타를 당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는 기를 쓰고 감추려 했다. 더러운 어른들의 추악한 감정은 주인공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었고, 상황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십대의 눈으로 추악한 어름들의 모습을 꼬집고 있으며,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도 탁월했다.

 

세 편의 단편은 10대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죽음에 대한 절망과 슬픔이 너무도 잘 표현되었고, 그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에 따른 심리 묘사도 좋았다. 10대들이 느끼는 감정을 10대가 직접 담아냈기에 청소년들에게 큰 공감을 줄 수 있을 듯 싶다. 누구나 가지는 성장통, 누구나 겪게 되는 슬픔과 절망에 위로받고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며, 그들이 용기를 갖고 절망을 이겨내고 한 발짝씩 나아가는 이야기에 또 힘을 얻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눈이 내리는 겨울에 피는 해바라기처럼 꿋꿋하게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딸에게 권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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