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도둑 데이비드 윌리엄스 시리즈
데이비드 윌리엄스 글, 장선하 옮김, 토니 로스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한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신세대 용어, 음악, 트랜드 등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점점 좁혀주는 것 같습니다. 엄마인 저도 이럴진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떨까요?  할아버지 할머니을 대하는 아이들은 또 어떨까요? 햇가족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경우가 드문 요즘, 세대간의 격차의 폭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거 같아요. 이 책을 읽고있자니, 방학이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일주일씩 지내고 오던 아이여서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로알드 달의 뒤를 잇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데이비드 윌리엄스의 작품 <<할머니는 도둑>>은 굉장히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관심, 관계, 나이든 분에 대한 시선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답니다.

 

"할머니랑 있으면 진짜 따분하단 말이에요." (본문 11p)

 

 

스포츠 댄스에 열광하는 엄마 아빠는 금요일 저녁마다 벤을 맡기고 둘만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벤은 할머니 집에 가는 게 즐겁지 않습니다. 벤은 귀에 거슬리는 보청기 소리 외에도 할머니를 싫어하는 이유가 열가지가 넘습니다. 할머니의 방귀 소리, 할머니가 끓여준 양배추 수프도.

사실 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바로 배관공이 되는 것이죠. 어린 시절 스스로 뭔가 손으로 집을 수 있게 됐을 때부터 배수관을 좋아했지만, 엄마 아빠는 벤의 꿈을 인정하지 않았고 스포츠 댄서가 되기를 바라셨어요. 그런 탓에 늘 엄마 아빠를 실망시키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요. 벤은 잡화점을 운영하는 라즈 아저씨를 통해 <주관 배관 세계>라는 잡지책을 구입해서 몰래 읽고 침대밑에 숨겨두곤 했습니다. 헌데 동의할 수 없었던 라즈 아저씨의 "우리도 언젠가는 늙는단다.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장담하는데, 할머니한테는 분명 네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다. 나이든 사람들은 다 그렇단다." (본문 42p) 말이 사실이 된 기막힌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할머니의 부엌에서 발견한 비스킷 통안에는 최소한 몇 천, 아니 몇 백만 파운드는 돼 보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던 거에요. 호기심에 할머니를 미행하던 벤은 다이아몬드를 훔치려던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고, 할머니로부터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전혀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짜릿했고, 영화, 텔레비전, 게임보다도 흥미진진했어요. 그러다 문득 어렸을 때 할머니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떠올리게 되었지요. 그리고 벤은 <주간 배관 세계>를 보다가 할머니와 함께 어느 도둑도 훔칠 수 없았다는 왕실의 보석을 훔칠 계획을 짜게 됩니다.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멋진 모험을 하게 되지요.

 

"할머니가 정말 어떤 분인지 알려면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뜻이었어."

"네, 아저씨 말이 맞아요. 제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하고 멋진 할머니였거든요." (본문 319p)

 

 

<<할머니는 도둑>>은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것을 따분하게 생각했던 벤이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면서 할머니를 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린 작품입니다. 즐거운 상상으로 유쾌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지요. 그 속에 꿈에 대한 이야기도 잘 버무려 놓았네요. 배관공이 되겠다는 꿈이 한심하다고 생각했던 벤이 왕실의 보석을 훔칠 엄청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가 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었죠.

세대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충분히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때 가능한 것인가 봅니다. 멋쟁이 할머니와 배관공을 꿈꾸는 벤을 통해서 그 진리를 깨우쳐봅니다. 데이비드 윌리엄스 작가의 로알드 달의 뒤를 잇는 최고의 이야기꾼이라는 닉네임이 결코 무색하지 않았습니다. 벤처럼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재미있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모든 젊은이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나이 먹은 노인이라고 해서 지루하고 따분하며 무시하지 말라는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여러분을 깜짝 놀라게 할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본문 331,332p)

 

(이미지출처: '할머니는 도둑'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