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틴 마이 러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38
양호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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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운명적인 만남이 존재한다!

슬프고도 가여운,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만남!

 

 

공부밖에 모르던 모은표가 역사적 대의와 맞물린 사건게 발벗고 나서면서 자신의 삶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정의의 이름으로>, 적나라한 학교 폭력과 비극적인 결말을 그린 소설 <악마의 비타민>. 양호문 작가를 만난 것은 바로 이 두 청소년문학을 통해서였다. 이렇게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담아냈던 그가 이번엔 전혀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선보였다. 예쁘고 풋풋하지만, 슬프고 가슴아픈 열여섯 살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식스틴 마이 러브>>는 학교에 초청 강연을 통해 러브 스토리를 써달라는 요구에 의해 쓰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십대들의 풋풋하고, 상픔하고, 예쁘고, 그러면서 애틋하고 슬픈 사랑 이야기 속에 다른 색깔과 새로운 메시지를 넣기도 마음을 먹게 되었고, 이 작품은 이렇게 작가의 고민 속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작가는 기성 세대에게 존재하는 지역감정을 열여섯 살의 첫사랑을 통해 와해시키고자 했다.

 

걸 그룹이 꿈인 소현은 희정, 선아와 만나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무심코 옆 차선에 서 있는 빛이 바랜 파란색 더블 캡 트럭을 보게 되고, 운전석 뒤쪽 열려진 창틀에 걸쳐진 유난히 하얀 팔과 무언가를 호소하는 듯한 슬픈 빛의 눈동자를 보게 된다. 소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아이의 눈동자에 깊숙이 빠져 헤어날 줄 몰랐다. 3교시 수학시간, 코피를 흘리던 소현은 심한 현기증과 함께 쓰러지게 되고 전이성 악성 뇌종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게 된다. 반복된 뇌 수술과 장기입원으로 힘들어하던 소현은 자신처럼 머리를 밀로 병문안을 와준 희정과 선아의 위로를 받지만, 힘든 병원생활에 자살을 결심하기도 한다. 그렇게 감옥생활이나 다름없는 힘든 병원 생활에서 소현은 대학교 봉사동아리에서 나온 '소아암 환자 위문 공연'을 구경하다가 누군가가 자신의 과자를 집어 먹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알게 된 과자 도둑은 당황스러워한다. 소현은 그런 그의 눈빛이 어디선가 보았던 눈빛임을 생각하지만 좀체 떠오르지 않았고, 이후 매점에서 과자를 건네주는 과자 도둑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경산도 김천에서 온 고등학교 1학년의 민혁으로, 병간호를 해줄 작은어머니가 계신 전라도 전주에 있는 이곳 병원까지 오게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병원에서 슬리퍼 데이트로 이어지고, 소현은 그가 예전에 보았던 트럭 속의 아이임을 알게 된다. 소현은 엄마의 부재를 틈나 민혁과 함께 병원을 빠져나와 데이트를 즐기지만 이런 두 사람의 외출은 소현이 엄마와 민혁의 엄마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떨리는 첫 키스를 뒤로 한 채,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민혁의 사정을 알게 된 소현은 가슴이 너무 쓰리고 아파 죽을 것만 같았다. 기업의 이익 추구로 인해 약이 있어도 먹지 못한 채 죽게 되는 민혁, 그런 민혁을 그리워하며 삶의 의욕마저 갖지 못하는 소현,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끝난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소현의 노트를 보게 된 친구들은 지역감정과 종교 등을 와해시키며 두 사람의 운명을 이어주게 된다.

 

<<식스틴 마이 러브>>는 진부한 소재였지만, 양호문 작가가 그동안의 색깔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작품을 썼다는 것에 대한 신선함이 있었고, 뻔한 스토리에 이익추구를 위한 대기업의 횡포와 지역감정의 문제점을 버무려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결코 뻔하지 않은 이야기로 탈바꿈시켰다는 사실에 주목할 만했다. 운명이라는 연결고리로 만난 두 사람의 풋풋하고 예쁜 첫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청소년 독자들에게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감동을 전할 것이다. 그 속에 담은 메시지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을 더욱 애절하게 했던 이 이야기는 양호문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 된 듯 싶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말에 눈물을 머금게 되는 작품이었다.

 

(이미지출처: '식스틴 마이 러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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