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여성 심리의 복잡미묘한 굴곡을 기막히게 잘 그려낸 소설.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_이탈리아 독자 (표지 중)

 

제목이나 표지삽화 등이 여성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작가 파비오 볼로는 <내가 원하는 시간>을 통해 접한 바 있어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다. 파비오 볼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권태에 빠진 한 여성이 불시에 찾아든 사랑과 아픔을 통해 진정한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실감 나게 그린 소설 <<아침의 첫 햇살>>에서 독자평처럼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 작품으로 기존의 남성 작가들이 시도하지 못한 여성 소설의 새로운 판도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을만큼 작가의 섬세함은 실로 대단했다. 이 작품의 스토리는 일기 형식을 띄고 있고 있으며 현재의 엘레나가 과거에 자신이 쓴 일기를 바라보고 있다.

 

남편은 남동생이나 다를 바 없는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나는 그를 버리지를 못한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다 보이는데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깨어나는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나 대신에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딴 여자를 발견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모든 걸 다 포기해버리고 나면 마음이 아파서 내가 견딜 수 없으리란 걸. (본문 13p)

 

주인공의 엘레나는 자신의 일상이 무료하기 짝이 없는 슬픈 시간의 연속이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인 파올로는 그런 아내가 피곤해 보인다고 생각한다. 엘레나 부부의 문제는 서로 간에 대화가 없다는 점, 더 이상 사랑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 무엇과도 투쟁하지 않는 남자를 엘레나는 더 이상 사랑하고 욕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엘레나가 다니는 회사는 새로운 홍보 회사에 프로젝트를 의뢰했고, 엘레나는 일을 맡은 홍보 팀 사람들과의 회의에서 한 남자가 자신을 자주 쳐다보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이후에도 가끔씩 자신을 바라보던 그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시 열린 회의에서 그녀는 그로부터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혀 있는 쪽지를 받게 되고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다른 남자를 욕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을 하게 되고, 히스테리밖에 모르는 중년 여성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면 안 된다고 속으로 몇 번이고 다짐하지만, 다짐할수록 유혹은 더욱 강하게 다가왔고 결국 그녀는 그와의 만남을 시작한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과 행복에 빠지게 되고, 결국 그에게 집착하는 면모를 보인다.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환상적인 것인가를 나는 발견했다.

내가 내 몸을 통해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예전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내 몸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느끼지 못했던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내 몸을 그냥 보자기처럼 취급해봤을 뿐이다. (본문 195p)

 

예기치 못했던 사건에 마음을 열고 용기를 내서 다른 어떤 무엇보다도 쾌락을 우선시하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변화를 겪었고 내 욕망들은 드디어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화에서처럼, 나를 깨운 건 단 한 번의 키스였다. 한 번의 입맞춤으로 나는 최면상태에서 깨어났고 자기기만의 탑은 완전히 무너졌다. 나의 쾌락은 자유가 무엇인지 배우고 깨닫기 위한 하나의 훈련으로 변해버렸다. 나는 다시 태어난 여자다. (본문 197p)

 

엘레나는 두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게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눌러왔던, 감추고 있었던 모습을 찾게 된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권태에 빠진 엘레나의 심리를 섬세하게 기록했다는 점이고, 엘레나의 일탈을 보여주는 애정행각에 대한 표현력이다. 이 모든 것을 남자 작가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점을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몇 년 전에 기록한 일기를 몇 년 후 제자리를 찾은 엘레나가 읽어보면서 회상하고 기록한 일기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불륜이라는 점과 우리가 오랜 결혼 생활을 느끼기는 것이 설레임이 아니라 정을 통한 끈끈함,의리 등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 비할 때 불륜을 자신을 찾아가는 소재로 둔 것에는 상당한 아쉬움이 든다.

 

 

 

(이미지출처: '아침의 첫 햇살' 표지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