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짜툰 1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뽀짜툰 1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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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그렇게 무서워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고양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게 되었다. 좀더 자세히 밝혀두자면, 그 어느 순간이란 것은 <행복한 길고양이>이라는 책을 읽은 후부터였다. 그 이후 몇 권의 책을 더 접하면서 무서운 길고양이는 이제 가끔 길에서 만나게 되는 귀여운 친구들로 바뀌었으니 정말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책이란 정말 가끔 이렇게 굉장한 유력을 발휘하곤 한다. 이렇게해서 또 읽어보게 된 책이 바로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 <<뽀짜툰>>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다.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으며, 다 읽고나니 벌써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매력넘치는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가족에게만 부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0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그리고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이다. 작가의 삶은 타인의 속도와 같지 않은 삶이지만, 그녀는 자신있게 말한다. 지금 행복하면 되는 것이며, 행복한 지금이 모여 행복한 미래도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말이다. 지금 그녀는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정말 행복해 보인다.

 

 

얘들은 '그냥 고양이'가 아니야.

내가 사랑하는 존재들이야.

사랑하는 것을 지키려 애쓰는 건 너무 당연한거야.

나가 뭐라든.....누가 비웃든...

나는 내가 살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지키면 돼. (본문 131p)

 

외딴 농장집의 삼남매 중 터울많은 막내로 태어난 작가 곁에는 언제나 동물들이 있었으며, 비록 부모님의 가축들이었음에도 그녀에겐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스물셋이 되던 무렵 난생 처음으로 아파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동물의 부재를 겪게 된 작가는 그때부터 고양이앓이가 시작되었다. 고양이는 실내생활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동물이었지만, 반백수에 키울 돈도 없어 그냥 로망이었던 그녀에게 '찐이'라는 고양이를 오게 되지만, 집 안에 동물을 들이는 걸 용납하지 못한 아버지로 인해 처음으로 부모님의 가축이 아닌, 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인 찐이와 헤어지면서 큰 후유증을 겪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책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리고 책임지기 위해선 준비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찐이를 통해 배웠다.

 

 

작가는 찐이를 통해 이후에 만난 인연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고, 가족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이 자취방에서 처음으로 고양이 짜구와 만나게 된다. 전 직장의 사장인 K군이 세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주웠고 편집장인 L군과 함께 사이좋게 나누어 맡게 된 것이다. 이후 촬영으로 인한 외출이 잦은 L군의 고양이 뽀도도 기르게 되면서 두 자매를 작가가 기르게 되었다. 작은 단칸방에서 늘 아슬아슬한 통장잔고와 모자른 생활비에 고양이를 둘씩 끼고 살면서 의도치않게 1일1식을 실천하던 작가를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사랑하는 존재이기에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슬픈 이야기인데 정말 재미있게  쓴 작가로 인해, 웃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작가에게는 좀 미안할 뿐이다.

반백수에도 세째를 생각하던 그녀에게 인연처럼 다가온 쪼꼬맣고 쪼콜렛 색의 쪼꼬가 두 언니들과의 유혈낭자한 생활을 하면서 지내는 순간순간들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듯한 작가의 표정에 웃음기 싹 뺀 감동도 받아보게 된다.

 

 

뽀또와 짜구로 인해 생긴 흉터 외에도 내 왼손엔 일곱살 시절, 개싸움 말리다 물린 이빨자국도 어렴풋 남아있다.

이 흔적이 남아 있는 한.

나는 그 옛날 하얀 스피츠 두 마리, 알롱이와 달롱이를 기억해내겠지.

그리고 훗날, 이 뽀또와 짜구가 남긴 흉터들도 소중한 추억의 통로가 되어주겠지. (본문 191p)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게 되면서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을 결사 반대하면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고, 방안에 가둬 두면서 좁은 영역에서 생활하던 고양이들이 이제 집 전체로 영역이 확장되어가는 과정은 참으로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이다. '가족'이 되어가는 순간들을 포착한 기분이랄까. 무심한 아버지가 그들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그들을 통해 웃음을 짓는 모습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가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이 안정적이 되어가는 순간에 운명처럼 다가온 또 하나의 가족 포비는 만남부터 심상치 않았으며, 가족이라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진 듯 이별 후에 다시 만나게 된 순간들은 마치 영화같다. 쪼꼬도 자매들 사이에서 더 이상 혼자만의 왕따가 아닐 수 있어서 행복할 것이고.

 

 

유쾌함과 감동이 어우러진 <<뽀짜툰>>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키우는 느낌은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나도 한 번 키워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물론 앞서 작가가 말한 것처럼 좋아하는 것, 호기심과 달리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라 신중해야하겠지만 이들의 유쾌한 생활을 보면서 부러움을 많이 느껴보았다. 작가의 아버지의 변화되는 모습이 마치 나와 같다. 작가는 그들과 부대끼면서 사랑하는 법, 책임지는 법을 배웠다지만, 나는 이들의 유쾌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 모든 법들을 배워나갔다. 무작정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다는 두 아이들에게도 권해 볼 만한 책이다. 함께 배우면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싶다.

 

그저 동물들을 좋아할 줄만 알던 나는,

녀석들과 부대끼며 살면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작은 생명 속에 깃든 거대한 우주를 배우고 만납니다. (에필로그 中) 

 

(이미지출처: '뽀짜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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