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양이, 짱 파랑새 사과문고 77
김원석 지음, 민은정 그림 / 파랑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반려 동물을 전지가위로 나무를 다듬듯 제 입맛에 맞게 다듬고, 자르고, 없애는 장난감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렇게 하고도 반려 동물이라니 배꼽이 하품할 일이다. 반려라는 말이 아무 때나 쓰는 말은 아닐 텐데. 반려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너와 나 함께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본문 50p)

 

 

빨간 고양이의 이름은 '짱'입니다. 그런데 삽화 속의 짱의 모습은 고양이들의 일진 중 짱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나워보이네요. 짱은 한쪽 뒷다리 발목이 없고, 귀 하나가 잘 안들리는 빨간 털의 수고양이입니다. 원래 이름은 발을 절어서 붙여진 '름발'이지만, 이제는 그 이름을 지어 준 뿌리 방의 늙은 암캐 '그랜망'만이 부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고양이와 개 들의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곳은 '꼴찌산' 자락입니다. 이곳에는 소나무, 상수리나무, 오리나무 외에 굴착기와 레미콘이 나무 대신 잘 심어 놓은 꿈아파트도 있지요. 짱의 고향은 바로 이 꿈 아파트에 있는 뿌리 방으로 땅속에 반쯤 묻힌 지하 방입니다.

짱은 사람이 아닌 사랑하는 엄마에게 털 색깔이 다르다고, 또 다리가 온전치 못하다고 버려진 고양이로, 짱이 어렴풋이 기억하는 건 태어날 때부터 엄마에게 왕따를 당하고, 형과 여동생에게도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 뿐입니다. 짱이 버려진 곳은 꿈 아파트 뒤편에 있는 꼴찌산 중턱, 약수터가 있는 체육공원 창고 앞이었고, 그런 짱을 그랜망이 데려다 길렀습니다.

 

어느 날, 사랑받던 주인에게 버림받을까 봐 새끼였을 때 제 어미가 밖으로 내보낸 검은 고양이 블랙 캣이 짱을 찾았습니다. 그 이유는 얼마 전, 도둑고양이 무리의 왕초인 깡통이 주인 눈을 피해 나돌아 다니던 동네에서 가장 우아하고 예쁜 아비시니아 암고양이인 공주를 낚아챈 것을 구해냈는데, 공주를 빼앗긴 깡통은 블랙 캣을 등에 업고 공주를 빼앗으려 했으려고 했지요. 극성스러운 도둑고양이 깡통 무리와 달리 블랙 캣은 진중하고 너그러운 성격의 길고양이 무리의 두목이었습니다.

 

 

한편 돈 꽤나 있는 사람들이 산다는 우배뚱 아파트 사람들은 도둑고양이 소탕을 하기 위해 긴급 비상 대책 회의를 열었지요. 짱은 고양이를 소탕하려는 아파트 사람들에게 깡통의 소굴을 알려주고 공주를 되찾기 위해 깡통이 잡아간 뿌리 방 식구인 내시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 싸움에서 깡통 무리의 누렁 고양이가 뿌리 방으로 오게 되고 나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지요. 깡통 무리가 블랙 캣의 소굴로 오게 되면서 싸움이 더욱 커집니다. 빨간 고양이 짱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일을 불러오는 고양이라며 영웅이 되지만, 깡통과 블랙 캣에게는 골치아픈 존재가 되지요. 이렇게 두 무리의 싸움이 진행되는 중, 나이가 든 그랜 망을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짱과 그랜망과의 애증의 관계가 펼쳐집니다. 름발이가 짱이 되기까지의 과정 속에 그랜망의 선견지명으로 장애를 극복해가는 짱의 피나는 노력이 보여지게 되지요.

 

 

"뭐라고요? 내가 천재라서 이런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에요?"

"그렇단다. 우리는 흔히 오늘을 산다. 그런데 오늘만 살아서는 안된단다. 어제를 보고 오늘을 살고, 또 내일에 대한 꿈을 가꾸며 오늘을 살아야 한단다." (본문 128,129p)

 

두 무리의 대결에서 블랙 캣의 작전으로 짱은 잡혀오게 되지만 노랑 고양이가 전하는 진실 속에서 모든 사건은 아름답게 마무리가 되네요. 저는 이 책에서 저자가 두 가지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하나는 장애가 가진 짱이 '난 왜 몸이 성치 못한 장애 고양이일까?'라는 고민 속에서 성장하고 다르다는 것은 특별하다는 것임을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사람과 동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도 되새겨 주려고 한 것은 아닐까 싶었지요. 길거리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되짚어 볼 부분이 있지요. 그들이 왜 길거리 동물이 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길거리 동물과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도 생겨나지 않을까요?

<<빨간 고양이, 짱>>이 장애를 가진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장애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선물합니다. 그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슬픔 등은 위로를 주기도 하지요. 남과 다르다는 것, 그것은 특별함이 될 수도 있음을 짱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스토리와 길거리 동물들을 통한 소재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반복적으로 소개하는 부분에서 조금 지루한 면을 느끼게 했지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용기를 선물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주는 깊이있는 주제가 마음에 드는 동화책이었습니다.

 

(이미지출처: '빨간 고양이, 짱'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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