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주니어김영사 청소년교양 14
이상헌 지음, 마이자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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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중 과학을 꿈꾸는 철학자, 방향 없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 묻다!

 

인간, 자연,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시도하는 신생 기술!

신생 기술은 인류에게 편리함과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인류에게 위기를 불러올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철학자의 눈으로 오늘날의 첨단 기술에 대해 인문학적 반성을 시도하고 기수링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 보게 하는 철학 과학 통합 도서! (표지 中)

 

과학 기술과 철학이 별개의 학문이라 생각했던 내게 이 책 제목은 수많은 궁금증을 몰고 왔다.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고, 의학 기술의 발달은 수명 연장을 이루어냈다. 이런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편리함과 이익을 가져왔으나, 환경오염이나 자연의 법칙을 파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은 기술의 발달로 인한 삶의 위협을 받게 되었고 뒤늦게 기술 발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발달은 더욱 진보하여 인간 복제에 이르게 되었고 생명 복제에 대한 윤리적 비판과 동물 실험에 따른 생명윤리적인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따지고보면, 기술과 인문학은 결코 별개의 학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에 우리는 기술이 우리 삶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기술과 인문학이 별개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신생 기술은 인간의 몸과 마음도 기술을 통해 변형, 재설계, 창조할 수 있는 것은 생각하고 있다. 근대 과학의 성과 가운데 하나가 자연적으로 주어진 종의 분류, 경계의 설정이었다. 반면에 신생 기술은 인간가 자연, 인간과 동물, 동물과 식물, 또한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시도한다. 신생 기술은 기술들 사이도 융합시켜 더 위력적인 기술을 만들고, 그 위력을 토대로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해 가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신생 기술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인류에게 편리함과 이익을 가져가 주고 있지만, 그 막대한 위력으로 전례 없는 방식으로 울를 혼란에 빠뜨리고, 우리에게 위기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우려하였고, 철학자인 저자가 기술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이유(서문 中)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신생 기술에 대한 상세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신생 기술에 대한 놀라움도 엿볼 수 있으나 그 신생 기술의 발달이 우리 삶에 미치게 될 도덕적, 환경적, 윤리적인 측면 등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하게 된다.

 

 

철학, 과학기술이 만난 주제가 다소 까다롭지 않을까? 라는 우려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으나 그것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했다. 영화나 실제 사례를 통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소녀와 로봇의 우정에 대한 그린 영화 <아이 로봇>을 통해 로봇이 친구를 대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서 우리는 '친구'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시도하게 된다. <삼국사기><삼국유사>에는 우산국을 정벌할 때 나무를 깍아 만든 사자 인형으로 우산국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여 굴복시켰다거나, 풀로 구산의 모형 수천 개를 만들어 왜병을 물리쳤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그리고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이스라엘, 독일 등 여러 나라가 군사용 로봇을 개발중에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3년부터 군사용 로봇인 바퀴형 견마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전투 로봇은 인명 피해와 재산상의 손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목표물을 더 정밀하게 타격할수록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전쟁 기술의 발전과 전투 로봇의 개발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어떤 전쟁이든 참혹한 전쟁은 없으며 아무리 좋은 의도로 개발되었다고 하더라고 전쟁 무기는 결국 인명을 살상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가 말한 대로 '인간의 진보라는 환상이 창가 유도탄의 차이에 의해 깨어졌으며 인간은 역사를 통해 지혜로워진 것이 아니라 더 교활해졌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본문 33p)

 

2000년 가을, 맨체스터의 성메리 병원에서 하복부가 한데 붙은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영국에서 보기 드문 논쟁이 일어났다. 쌍둥이에게는 조디와 메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건강한 조디와 달리 메리는 건강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건강한 조디 덕분에 당장은 메리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었으나 쌍둥이들의 몸이 커지고 신체에 더 많은 영양이 공급되어야 할 때 조디의 심장과 폐만으로 두 사람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탓에 의료진은 분리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부모는 조디를 살리기 위해 메리를 죽이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하여 수술에 찬성할 수 없었고 이에 의료진은 분리 수술을 위해 법원에 수술 허가를 요청하였고 결국 의료진은 분리 수술을 진행하여 조디는 독립적인 몸을 얻어 계속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반면 메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다. 조디와 메리의 분리 수술은 두 개 이상의 도덕적 원칙이 충돌하는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이었다. 이렇게 과학 기술은 새로운 삶의 문제들도 불러오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심각한 것이 삶의 원칙들 사이의 갈등과 출동이다. 저자는 이런 갈등과 충돌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 삶에서 과학 기술의 혜택이 더욱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 기술에 대한 더 많은 철학적 접근을 시도했다. 동물의 장기를 이용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운동선수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옳은 것인지, 똑똑해지는 약을 먹는 것은 옳지 않은 것인지, 마음을 읽는 뇌 영상 기술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생명의 합성은 신의 영역을 침범한 행동인 것인지 등을 통해 인간과 기술 관계에서 가치가 전도되면서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해보게 하며, 기술의 노예가 된 우리가 과학 기술의 혜택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끈다.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는 이렇듯 우리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과학 기술을 소개하면서 그 과학 기술에 대한 인문학적, 철학적 반성을 시도하고 있다. 생활의 편리함과 이익을 추구했던 우리에게 이 책은 과학 기술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 자연, 기계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시도하는 신생 기술, 그 기술이 인류에게 가져올 위험 요소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없다면 신생 기술은 더 이상 우리에게 편리함과 풍요함을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묻는다.

과학 기술은 과연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열어 줄까? 과학 기술로 인한 장밋빛 미래는 과학에 대한 철학적 물음에서 비롯되어야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철학적 탐색으로 과학 기술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과학 기술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의 인문학적 사고와 창의성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통원하여 과학 기술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검토하는 일은 유기적 사고, 융합적 사고, 창의적 사고를 수반하는 일이므로 이 책이 창의성 교육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과학 기술자가 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며, 인문학자 역시 과학 기술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문 中)

 

(이미지출처: '철학, 과학 기술에 말을 걸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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