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머가 들려주는 선입견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33
조극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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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 33번째는 객관주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개인의 선입견을 중시하는 현대 철학자 가다머의 재미있는 '편견과 선입견' 이야기를 담은 <<가다머가 들려주는 선입견 이야기>>다. 그동안 이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오면서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한나 이렌트, 맹자, 홉스, 소크라테스 등 고대철학자들만 접할 수 있었는데, 비로소 처음으로 철학적 해석학의 기초를 다진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라는 현대 철학자를 만나보게 되었다. 내게 생소하기만 한 철학자인 가다머는, 1900년 독일의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2002년 3월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48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60년에 출판한 <진리와 방법>으로 현대 철학의 스타가 되었으며, '철학적 해석학'의 기반을 닦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 철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이 시리즈에서는 선입견을 비합리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배척했던 철학과 달리, 진리를 이해하고 선입견을 옹호하는 가다머의 철학을 두 학생회장 후보인 예란과 승준이를 통해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을 통해 가다머의 편견과 선입견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시리즈의 장점이 더욱 빛을 발했다.

 

 

학급 부회장인 예란이는 회장인 승준이와 함께 학생 회장 후보에 올랐다. 예란이는 학생 회장은 연약한 여자가 할 수 있는 아니라는 승준이의 말에 화가 난다. 한승준보다 부족한 것이 없는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반장이 된 것도 억울한데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속이 상했다. 예란이는 답답한 마음에 독일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있는 오빠에게 메일을 보내게 되지만, 오빠는 가다머의 철학을 통해 예란이에게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무시하지 말고 상대방의 생각을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 차이를 좁혀 나가기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다머 역시 '누구나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 확실하게 옳은 의견'이란 없다고 했어.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지. 대화를 할 때는 내 상각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고,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생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대화라는 거야. (본문 36p)

 

오빠의 이야기에도 한승준이나 몇몇 아이들 얘기는 참을 수 없던 예란이는 방학을 맞이해 서울로 돌아온 오빠와 함께 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했다가 여자들만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을 보며 남자, 여자에 대한 차별성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고, 오빠는 가다머의 철학을 빌어 예란이를 다독여준다. 가더머는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할 때는 인습이나 맹복적인 복종과 같은 정당하지 못한 선입견 대신 전통이나 권위와 같은 정당한 선입견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하며, 과거와 현재의 지평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비판적 이성으로 정당한 선입견과 정당하지 못한 선입견을 구별하여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처지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현재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오빠의 이야기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던 예란이는 학생 회장 후보 연설에서 여자라는 선입견을 버려달라고 이야기하게 되고, 승준이는 남자 후보가 학생 회장이 되었다고 그것이 남자여서 그렇다고 무조건 몰아붙히는 나쁜 선입견을 버려달라고 주장한다. 승준이의 이야기에 자신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던 예란이는 무거운 짐을 들고 집을 찾는 할머니를 도와드리는 승준이를 보면서 오빠가 이야기했던 과거가 현재에 여향을 미치고 있다는 영향사 의식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예란이는 가다머의 철학을 이해하며 승준이에게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함으로써 스스로 지평 융합을 실천하게 된다.

 

예란이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가다머의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가다머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쌓은 경험을 '지평'이라 불렀는데, 비판적 이성은 과거의 지평과 현재의 지평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으며, 예란이와 승준이가 서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서로 간의 의견 차이를 좁혔던 것처럼 상대방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의견 일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을 가다머는 '지평 융합'이라 불렀다. 예란이의 상황은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배우게 되는 가다머의 철학은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앞선 동화를 되짚어보면서 가다머의 철학을 되짚어 볼 수 있는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유익한 구성이었다.

 

의견 일치가 되는 것이 차이가 사라지고 획일적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가다머는 통일이라는 말을 싫어했습니다. 각자가 지닌 고유한 생각은 인정하되, 큰 테두리 안에서 서로 간의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을 지평 융합이라고 한 것입니다. (본문 119p)

 

 

생소한 철학자였기에 철학을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했는데,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이야기를 통해 배우게 된 가다머의 철학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철학이 생소한 아이들, 철학을 어려워하는 어른들에게도 모두 알차고 유익한 시리즈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이 어렵고 따분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철학과 대화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이미지출처: '가다머가 들려주는 선입견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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