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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7
호세 A. 라미레스 로사노 지음, 파블로 오테로 그림, 정미화 옮김 / 책속물고기 / 2014년 2월
평점 :
이제 여러분이 요리를 만들어 볼 차례예요.
새로운 맛 멋진 요리를 상상해 봐요.
내 상상이 너무 엉뚱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수많은 단어 구름 속을 날아요.
그렇게 고르고 골라 만든 요리는
틀림없이 놀랍고 즐거운 맛일 거예요. (본문 '토토의 요리법 시' 中)
재미있는 책 제목에 눈이 갔던 동화책이었습니다. 책 제목만큼이나 기발한 상상력이 압권인 이야기였지요. 유쾌한데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구마구 키워주는 이야기 속에 녹아낸 교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인공인 토토 무루베는 마드리드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살아가는 거지였습니다. 집이 없는 토토는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겨울에는 현금 인출기 옆 빈 공간에서 크고 두툼한 종이 상자를 두고 지내곤 했습니다. 토토에게는 한 가지 꿈이 있었는데 언젠가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지요. 함께 지내는 친구들은 글도 모르는 토토가 요리사가 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꼬꼬네' 레스토랑의 파블로 산쓰 사장님은 여섯 가지나 되는 신문을 항상 읽은 탓에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였어요. 파블로 사장님은 레스토랑 문을 닫을 즈음 늘 읽고 난 신문지에 닭고기나 생선 살 한 덩어리를 놓고 둘둘 말아서 토토에게 주었답니다. 찐득한 기름이 배어 나온 고기에는 온통 신문지가 붙어 있었는데, 토토는 고기를 먹으면서 음식에 달라붙은 글자들까지 먹곤 했어요. 그렇게 몇 달이 지났을 때 토토는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꼬꼬네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토토는 주방 일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들떴던 때와 달리 매일 똑같은 메뉴와 똑같은 요리법으로 급하게 찍어 내듯 요리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새로운 요리법을 꿈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요리법을 만들기 위해 공책과 연필을 산 토토는 맨처음 '글자 수프 요리법'을 썼지요. 하지만 파블로 사장님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토토의 요리법 종이를 내던져 버렸지요. 화가난 토토는 자신의 요리법을 마구 구겨서 뭉쳐 입에 넣고 꾸역꾸역 씹었어요. 그리고는 알게 되었지요. 요리법이 적힌 종이를 씹어 먹기만 해도 실제 그 음식을 먹은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에요.
그렇게 토토는 동업자 피케로 아저씨와 종이와 연필만 필요한 레스토랑을 열었고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토토의 상상 레스토랑은 유명해졌고, 체인점까지 내게 되었어요. 체인점 사업은 아주 잘 되었고, 요리법을 혼자 쓸 수 없는 토토는 복사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 토토의 욕심도 돈도 쌓여 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직접 연필로 쓴 요리법이 아닌 탓에 식중독에 의한 사망자가 생기고 토토는 다시 거지가 되었어요. 그 사이 파블로 사장님은 계단에서 떨어져서 척추를 크게 다쳤으며, 녹내장으로 신문의 큰 제목만 간신히 보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있었지요. 다행이 파블로의 요리는 파블로 사장님이 신문을 다시 읽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종일관 유쾌함을 주는 <<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은 토토를 통해서 지나친 욕심을 화를 부른다는 우리가 꼭 잊지말아야 할 절대적인 교훈을 일깨워주지요.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진심'이 깃들어져야 한다는 점까지도 잊지않고 전해주었습니다. 70여 페이지의 짧은 글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끝도없는 상상의 세계를 선물하는 책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물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답니다.
(이미지출처: '오늘은 글자 수프 먹는 날'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