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최고의 날 햇살어린이 14
박주혜 지음, 강은옥 그림 / 현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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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최고, 형 이름은 최제일

우리 형 최제일은 늘 전교 1등이에요.

상장이란 상장은 모두 휩쓸어 오지요. 그런데 형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엄마가 그 많은 숙제를 다 해 주기 때문이에요.

우리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랍니다. (표지 中) 

 

현북스 <햇살어린이동화> 시리즈 열네번 째 이야기는 <<오늘은 최고의 날>>입니다. 여기서 '최고'는 가장 높다, 으뜸이다의 뜻을 가진 최고가 아닌 주인공의 이름이랍니다. 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교장 선생님의 이름은 강목청, 아주 까칠한 성격을 가진 최고의 담임 선생님 이름은 왕까칠, 최고의 엄마 이름은 이겨라, 할머니의 이름은 박박사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을 그 사람의 성격에 맞게 작명한 저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네요.

 

 

조회시간, 6학년인 형 제일이가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2학년인 최고는 입을 삐죽이며 운동화로 흙바닥을 툭툭 찼습니다. 제일이는 승리초등학교의 전교 1등이고, 학교에서 열린 대회란 대회는 모두 참여해서 상을 휩쓸어 오지요. 그 이유는 엄마라는 든든한 도깨비방망이 때문입니다. 학교에 숙제를 가져갈 날이 되면, 제일이의 책상 위에는 엄마가 해 놓은 완벽한 숙제가 떡하니 올라 있었고, 형은 엄마가 대신 해 줄 수 없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됐으니까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최고는 상을 받는 형에게 박수를 칠 수 없었지요.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가 사준 '최고의 상장 파일'은 유치원 졸업장 이후로는 아무것도 없지만, '최제일의 상장 파일'은 벌써 세 권이나 되었습니다.

 

최고는 수학 쪽지 시험에서 무려 50점이나 올라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았지만, 엄마는 형의 과학 표어 숙제로 바쁜 탓에 시험지는 보지도 않고 건성으로 잘했다고 합니다. 최고는 자신의 숙제도 해달라고 하지만 엄마는 대신 형처럼 학원가서 공부하라고 하지요. 결국 최고는 엄마가 형 숙제를 해주는 옆에서 표어를 그려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최고는 엄마 것을 살짝 베끼려다 오히려 혼만 났지요.

 

 

"야, 최고! 너 엄마 것을 베끼면 어떡해. 그럼 형이 상을 못 타잖아."

"생각이 안나는 데 어떡해!"

"그래도 이렇게 비슷하게 쓰면 안 돼. 얼른 다른 거 생각해. 괜히 형한테 피해 주지 말고."

"씨, 엄마 완전 나빠. 이번엔 형이 또 상 타면 내가 선생님들한테 다 이를 거야! 엄마가 매일 형 숙제 다 해준다고!" (본문 43p)

 

 

심통이 난 최고는 꼭 완성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에디슨 책을 꺼내보며 궁리해봅니다. 완성된 표어는 최고의 기대만큼 멋지기는 커녕 조금 지저분해 보였지요. 결국 시무룩해진 최고는 학원에 갔다가 10시 반이 되어 돌아온 형 몰래 자신의 표어와 엄마가 해 준 형의 표어와 바꿔 놓게 됩니다. 하지만 최고의 선생님은 형이 해 준 숙제를 가져왔다가 나무랐고, 형 역시 표어를 바꿔 놓았다고 화를 냈지요.

 

"형은 매일 엄마가 그려 주는 걸 가져다 내면서, 나는 왜 그러면 안 되는데? 왜 안 돼? 나도 상 타고 싶단 말이야. 학교에서 주는 상은 다 형 거야? 그런 게 어디에 있어! 형이 진짜로 그린 것도 아니면서 왜 화를 내는 건데!" (본문 69p)

 

 

그런데 이게 왠일이에요. 최고가 바꿔놓은 탓에 최고가 그린 표어 숙제를 어쩔 수 없이 내야했던 제일이가 상을 받게 된 거에요. 최고는 너무 억울했고 다음 날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제일이는 최고가 하루 종일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고, 무엇인가 커다란 잘못을 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제일이는 용기를 내게 되지요.

 

<<오늘의 최고의 날>>에는 우리 아이가 최고, 제일이 되길 바라는 우리 엄마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어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아이들 숙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못하는 편이지만,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큰 아이 숙제에 일일이 신경을 썼던 적이 있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든 최고이길 바라는 엄마의 욕심을 따라가는 아이들은 너무도 버겁습니다.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학교의 상을 모든 휩쓰는 제일이가 안타까운 것은 아마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저도 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하네요. 늘 형을 위해 숙제해주는 엄마와 그로 인해 갈등을 겪는 최고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의 그릇된 욕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일등이라는 건 참 좋아요. 주변에서 인정을 해 주거든요. 부모님도, 형제들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뭐든지 일등을 할 수는 없잖아요. 일등을 하는 것이 있다면, 부족한 부분도 있을 수밖에 없지요. 이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져요. '그래. 난 이걸 잘하니까, 저건 조금 못할 수도 있지.' 이렇게 말이에요. 정말 중요한 것은 남들의 인정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인정하는 거니까요. (본문 작가의 말 中)

 

<<오늘은 최고의 날>>은 작가가 최고가 되길 바라는 엄마와 갈등을 빚었던 경험을 통해 쓰여진 책입니다. 경험이 녹아있는 탓인지 엄마에 관한 묘사나 아이들의 감정이 잘 표현된 거 같아요. 저자는 지금도 일등을 향해 달리는 세상의 모든 제일이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지길 바랐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엄마의 그릇된 욕심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엿보게 되었네요. 공부가 1등이 아니라해도, 상장을 받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내 아이들은 저에게는 제일이고 최고임을 잊지 않으렵니다.

 

(이미지출처: '오늘은 최고의 날'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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