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29
존 버닝햄 글.그림, 김영선 옮김 / 현북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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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신뢰하고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각대장 존><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알도> 등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을 쓴 존 버닝햄은 그런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이번에 현북스에서 출간된 <<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 역시 작가의 이름만 믿고 무조건 선택한 책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한 치의 아쉬움없는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그래서 더욱 존 버닝햄을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책은 평범하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님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아주 잘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가끔 너무도 평범한 자신에 대해 불만이었던 적은 없었나요? 저도 간혹 그런 자신에 대한 미움을 갖곤 했습니다. 특별하지 못한, 너무도 지극히 평범한 자신이 너무 초라해보였었죠. 그런데, 아이들의 그림책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우게 됩니다. 특별한 일을 한다고 해서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며, 평범하다고 해서 특별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죠.



이 책의 주인공 험버트는 일하는 말입니다. 고철 장수인 퍼킨 씨는 험버트와 함께 런던 구석구석을 다니며 오래된 쇠붙이, 납, 구리 등 고철을 사들였지요. 험버트와 퍼킨 씨는 작은 거리에 있는 집에서 살았고, 고철을 모으기 위해 날마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곤 했습니다. 험버트는 너무 복잡한 곳을 좋아하지 않았고, 부둣가에서 나는 음식 냄새를 좋아했으며, 꽃과 나무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끄는 친구가 마구간 문 앞을 지나갈 때 꽃과 나무를 날름 따먹기를 좋아했으며, 아이들을 다정하게 대하는 법도 잘 알았어요.



퍼킨 씨는 점심을 먹기위해 양조장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 갈 때는, 험버트를 양조장 마구간 마당에 두곤 했습니다. 양조장에는 말이 여러 마리 있었는데, 몸집이 험버트보다 훨씬 컸고 건방졌지요. 런던 시장의 황금 마차를 끄는 양조장 말들은 원하는 건 뭐든 누렸고, 1년에 한 번씩 시골로 휴가를 가기도 하는 탓에, 고철을 나르는 험버트를 무시하곤 했어요.
어느 가을 날, 양조장 마당에 남게 된 험버트는 양조장 말들이 다음날 시장님 마차를 끌기 위해 빗질을 하고 난생처음 보는 멋진 마구를 얹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험버트는 속이 상했어요.
삶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에 밤을 꼴딱 새웠지요. (본문 中)



다음 날 아침, 험버트는 퍼킨 씨와 거리를 돌아다니는 내내 자신의 초라한 마구와 낡은 수레를 떠올리며 자신만 불행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양조장 말들이 끄는 엄청 난 큰 황금 마차를 탄 런던 시장의 퍼레이드를 보게 되었어요. 험버트는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차의 뒷바퀴 하나가 부서지더니 마차가 기우뚱했고 말들이 멈춰 섰습니다. 몇백 년 전부터 해 왔던 런던 시장의 퍼레이드 행사에서는 처음 생긴 일이라 다들 너무 놀랐습니다. 시장은 다른 마차를 구해오라고 고함을 쳤고, 험버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요.



시장은 고철 장수의 마차에 올라탔고 낡은 가스 오븐에 걸터앉았어요. 다른 말들은 얼굴을 붉히며 얼이 빠졌으며 험버트는 당당하게 걸어갔지요. 그리고 험버트와 퍼킨 씨는 연회장에 초대를 받았으며, 험버트는 양조장 말들처럼 1년에 한 번씩 휴가를 얻게 되었지요. 사람들은 험버트와 퍼킨 씨를 보면 '시장을 관저로 데려다 준 말이랑 그 주인'이라며 소곤거리곤 합니다. 험버트는 아주 특별해졌지요.



존 버닝햄의 <<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는 삶이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일하는 말 험버트에게 일어난 아주 특별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험버트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었지요. 초라한 마구와 낡은 수레 때문에 더욱 불행하게 느껴졌어요. 험버트는 정말 평범하고 초라한 일을 했기에 정말 특별하지 않은 말이었던 걸까요?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지구에는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어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나의 존재는 정말 특별한 것이지요.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재능이 초라해보일 때도 있을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특별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는 일이 다를 뿐이며 재능이 다를 뿐이지요. 우리는 존재자체만으로도 특별한 존재랍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특별한 존재'임을 일깨웁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당부합니다. 특별한 일을 해야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님을요. 우리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이죠.

(이미지출처: '험버트의 아주 특별한 하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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