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머시기데이 라임 청소년 문학 1
핀 올레 하인리히 지음, 이덕임 옮김, 라운 플뤼겐링 그림 / 라임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해피 머시기데이>>는 제목에 호기심을 느껴 읽어보게 된 책인데, 출판사 이름이 처음 들어본 '라임'이다. 초록색 오렌지로 유명한 '라임'이라는 이름이 새콤달콤 산뜻한 느낌이 들어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니 푸른숲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새로 선보인 브랜드란다. 그동안 푸른숲주니어 책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듯 싶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책을 펴내는 것을 목표'로 2014년 1월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다고 하니, 앞으로 두 아이를 위해 '라임' 브랜드에 주목해야겠다.

라임 브랜드가 처음으로 선보인 <라임 청소년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 작가인 핀 올레 하인리히와 라운 플뤼겐링 콤비의 두 번째 역작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 <<해피 머시기데이>>다. 코믹한 삽화와 제목 그리고 '주둥이 왕국'이라 불리는 집을 묘사하는 첫 장부터 호기심을 이끌고 흡입력이 강한데다 재미있어 유쾌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상상밖의 이야기다. 가족의 해체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바뀌어버린 환경, 엄마의 병으로 인해 혼란을 겪는 파울리나의 다소 어두운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담아냈다. 하지만 다소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유쾌하게 이끌어나가는 스토리가 퍽 매력적인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해일처럼 몰아닥친 구질구질한 현실과 맞짱을 뜨게 된 열네 살 소녀 파울리나의 이유 있는 방황과 갈등, 그리고 항변! (표지 中)

 

 

없는 게 없었던 4층짜리 집은 아빠, 엄마 그리고 파울리나가 사는 주둥이 왕국이었다. 그랬다. 그 시절, 파울리나 집에는 모든 것이 다 있었다. 하지만 파울리나는 이제 엄마와 단둘이 도시 외곽의 플라스틱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예전에 갖고 있는 것이 팬케이크였다면, 이제 파울리나에게 남은 것은 빈 접시에 팬케이크가 남기고 간 버터 자국과 혀 끝에 남아 감도는 달콤한 맛뿐이라고 한다면 쉽게 이해가 되려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하게 서 있는 엄마는 주둥이 왕국의 공주가 자신의 왕국을 떠나 도시 외곽의 곰팡내 나는 동네로 이사 온 게 당연한 일이라는 듯 너털거리며 웃었다. 그나마 치즈 장군인 할아버지 집과 가까워 졌다는 것이 파울리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목덜미에서 우유 냄새가 많이 나던 그 사람은 주둥이 왕국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다. 자기 혼자 모든 걸 차지한 채, 엄마와 자신을 늙은 이웃들이 득실거리는 동네로 내몬 그 사람을 파울리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파울리나가 큰 소리로 투덜거리면 엄마는 특유의 천사표 미소를 지으며 코코아를 한 잔 건넬 뿐이다. 이사와 학교, 이 모든 걸 엄마 혼자 결정했다는 것이 파울리나는 화가 났고, 그 반항심으로 새로 친구를 사귀는 일 따위는 결코 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지금 그 사람 혼자 차지하고 있는 주둥이 왕국을 탈환해서 모두 함께, 아니면 혼자서 살아갈 거다. 앉으면 엉덩이가 꽉 낄 것 같은 이 좁아터진 집에서 내가 계속 살 것 같아? 천만에! 나는 절대로 이런 데서 썩지 않을 거다. 다시 주둥이 왕국을 차지하고 말겠다! 주둥이 괴물을 앞세워서라도. (본문 41p)

 

파울리나는 갑자기 바뀌어버린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겨웠고, 흐느끼는 엄마를 대신해 모든 다 해결하리라 생각한다. 친구를 사귀지 않겠다는 파울리나의 다짐과는 달리 파울이 찾아와 학교에 같이 가게 된다. 파울은 전에 살던 사람이 왜 집 안에 있는 손잡이들과 지레 따위 등을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파울리나에게 전에 살던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으며 집에 드나들기 편하도록 계단 대신 경사로를 만들었고, 걷지도 일어시지도 못했던 할머니는 집 안에 손잡이를 만들었다고 귀뜸해준다. 이 사실은 파울리나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 그동안 엄마가 숨기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호박벌이 알고 있는 것은 아주 간단한 것들이란다. 자신이 밖으로 나가길 원한다는 것, 그리고 어떠한 장애가 닥치더라도 반대편을 향해 계속 날아가는 것. 장애물을 무사히 통과할 때까지 말이다."

호박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알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삶은 계속되리라는 것을. (본문 170p)

 

 

파울의 생일에 초대받은 파울리나는 파울에게 "해피 머시기데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생일파티가 정말 싫었지만, 파울리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주거 시설에 사는 파울에 대해 조금 알게 된다. 파울로 인해 파울리나는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갑자기 달라진 환경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파울리나의 모습은 청소년들이 갖게 되는 다양한 고민으로 인한 심리변화를 너무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방황하고 싶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래서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파울리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런 파울리나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치즈 장군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이며, 함께 책을 읽게 될 어른들에게도 깨달음을 전한다. 파울리나의 상황은 정말 절망적이지만 파울리나는 절대 절망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호박벌처럼 말이다.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호박벌을 본 적 있니? 아니면 공포와 분노, 혹은 걱정에 찬 호박벌 얘기를 들어 봤니? 한 번도 못 들어봤을 거다! 호박벌에게는 이 꽃, 다음에는 저 꽃이 기다리고 있거든. 참 쉬운 일이지. 뭔가 다른 것이 항상 나타나니까." (본문 168,169p)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않는 상황에 놓여질 때가 있다. 파울리나처럼. 하지만 호박벌처럼 가능한 한 침착하게 끊임없이 날개짓을 하다보면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갈 수 있을 게다. 다소 무겁게 진행될 수 있을 법한 주제임에도 이 책은 유쾌하게 수록하였지만,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파울리나를 통해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 유쾌함을 더하는 만화풍의 삽화 또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청소년 시기를 분명히 지나고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지만, 사춘기 딸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딸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주었다.

 

 

푸른숲의 새 브랜드 '라임'으로 첫 신호탄이 되어준 <<해피 머시기데이>>, 그 시작이 썩 마음에 든다.

 

(이미지출처: '해피 머시기데이'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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