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울지 않는 아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을 선보인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우는 어른」입니다. 나는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로 '우는'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울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것이겠죠. 나는 '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는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쁩니다. (본문 229p 작가 후기 中 )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 와 '우는 어른'이 출간되었다. '울지 않는 아이'는 작품 활동 초기에 쓴 8년 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며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나서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작품이 동시에 출간되었는데, 내가 '울지 않는 아이'가 아닌 <<우는 어른>>을 먼저 읽어보고자 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눈물이 많아지면서 잘 우는 어른이 된 탓이다. 책 제목을 본 순간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로서 형성될 공감대가 느껴져 마음을 빼앗겼다. 앞서 언급한 작가의 후기를 읽으면서 '아!' 라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운다는 것, 그것이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작가의 말이 그동안 가끔을 흘러나오던 의문스러웠던 눈물의 해답이었음을 깨달은 탓이리라. 내가 마음놓고 울면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내가 마음놓고 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나는 문득 간혹 무심하게 흘러내리던 그 눈물을 애써 감추고, 애써 지우려했던 일들이 쓸데없는 소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다. 그런 탓에 보통 작품을 통해 갖게 되는 작가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은 없었기에 이 책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책 읽기에 앞서 작가 후기를 먼저 읽어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그녀를 소개받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랄까.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책 제목이나 작가 후기에서 오는 공감이 스토리 상에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밤', '갖고 싶은 것들'에서 보이는 그녀의 이야기와 달리 남성 친구의 방에서 보게 되는 그녀의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생각이나 그녀의 글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버거운 느낌이었다.
음악은 늘 곁에 있었다. 비처럼 내려와 느끼고 생각하지 전에 내게 스며든다. 음악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 동요하기도 하면서 마음이 움직인다. 그 결과 어떤 에너지가 생긴다. 내일도 또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도록. (본문 37p)
함께 여행하고 함께 노래할 수 있는 여동생이 있다는 것이 부럽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이 부럽다. 누군가 내게 무엇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좋아하는 수많은 명확하지 않는 그것들 중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참 어려울 거 같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읽으면서 '아,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나 자신도 정리하지 못하는 '나'를 정리하게 되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정리한다는 것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질지 몰라도, 잘 몰랐던 나 혹은 지금은 기억하지 못했던 예전의 나를 꺼내보는 기분이 들어 설레이는 기분이었다. 문득 나에 대한, 나의 일상에 대한 메모를 기록해야겠다는 새로운 계획도 세워보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준다.
현실과 그 바깥, 즉 일상과 그 바깥은 양말과 마찬가지로 금방 휙 뒤집힌다. 그러면 조금 전까지 현실이라 여겼던 것이 갑자기 비현실이 되고, 비현실이라 여겼던 것이 천연덕스럽게 현실이 된다. 일상이라 여겼던 것이 갑자기 비일상이 되고, 비일상이라고 여겼던 것이 당당하게 일상이 된다. 그런 상황이 오면 놀라거나 난감해할 것이 아니라, 헉 하고 조그많게 중얼거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치 꿈에서 깨어날 때처럼. (본문 41p)
4개의 주제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서 가장 공감했던 것은 '갖고 싶은 것들' 이었다. 나에게 없는 능력, 나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 탓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든다. 그렇다고 반지, 목걸이와 같은 보석이라 생각하지 말기를. 갖고 싶은 것들에는 하늘이 내려준 가창력, 능수버들 같은 허리, 운전 능력, 외국 영화에서 등장하는 아침 먹는 방 같은 것도 있지만,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 용기가 갖고 싶은 것이니.
나는 용기를 원한다. 그 용기를 아낌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행복한 순간을 많이 만들면서 살리라. (본문 199p)
<<우는 어른>>은 사실 내가 생각했던 주제와는 조금은 다른 내용들이었다. 책 제목에서 갖게 된 선입견으로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인생, 울음이 주는 의미 등을 담았으리라 생각했던 탓이다.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알게 된 아주 미비한 인생에 대해 그녀의 삶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받고, 위안삼으며 그녀로부터 배우고 느끼고 싶었던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부족한 느낌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책 제목은 정말 기가막히게 잘 지었다고 이야기해도 좋고.(왠지 책 속에서 느껴졌던 에쿠니 가오리의 명확함을 배운 거 같다.)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나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감추고 있었다. 누군가로 인해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 비로소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는 것이 다행스러우면서도 나 스스로를 잘 몰랐다는 점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런 부분에서 나를 많이 이끌어준 셈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처럼 용기가 갖고 싶어진다.
(이미지출처: '우는 어른' 표지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