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우리 옛시조 - 교과서 수록 옛시조 모음 1218 보물창고 8
윤선도 외 지음, 마술연필 엮음 / 보물창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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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는 한국인의 핏속을 흐르는 DNA, 즉 유전자와도 같은 것입니다. 유구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시조를 즐겨 써왔으며, 우리 고유의 시 문학으로써 우리의 호흡과 숨결, 정서와 사상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모름지기 이 땅에 태어나서 한글을 익힌 사람이라면 일생을 두고 적어도 시조를 한두 편 정도는 써 보아야 마땅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만큼 시조는 우리 조상이 물려준 정신적 문화유산 가운데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자랑스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8p)

 

학창시절 교과서 수록된 시조를 접한 뒤 참 오랜만에 시조를 읽어보게 되었다. 1218세대를 위한 지식과 지혜가 가득한 곳간으로 삶과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고자 기획된 <1218 보물창고> 시리즈에 관심을 두고 있는 터라 초,중,고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옛시조를 담은 이 책이 참 반가웠다. 나는 사실 시조를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접했던 내용이 전부인데다 잘 알지 못하지만, 시조를 읽을 때 느껴지는 차분함이 좋다. 이 기분을 아직 시조를 접해보지 못한 초등생 아들과 시조가 주는 깊은 맛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중학생 딸아이와도 함께하고 싶었다. 처음 두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받아보니 옛말로 수록된 시조와 더불어 현대어로 풀이하여 수록한 후 지금의 생활상에 비유해 시조의 내용을 풀이하여 주어 초등학생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우리의 시조를 잘 알지 못하지만,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려 온 미국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연구서 데이비드 매캔 교수는 이미 여러 해 전에 영어 시조집을 펴내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해외 교포가 많은 미주 지역에서도 여러 시조 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우리 선조들이 어떤 세계관과 인생관을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았으며, 삶에 지치고 시달리면서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려는 꿋꿋한 선비 정신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항거 정신(본문 6p) 등을 엿볼 수 있는 시조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반성을 책 읽기에 앞서 해보게 된다.

이 책은 충심, 예의와 도리, 자연, 사랑, 풍자와 해악으로 총 5부로 나뉘어 60여 편이 넘는 시조를 수록하고 있는데, 시조 한 편 한 편을 읽으면서 그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며, 고어를 통해 우리말이 주는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다.

 

시조는 고려 말, 사대부들이 정서와 이념을 표현하기 위해 지어 부르던 노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사대부가 시조를 짓던 조선 전기까지는 임금이 곧 '나라'라고 여기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사대부들이 영원히 변치 않는 충심을 표현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고려 말의 충신인 정몽주와 훗날 조선의 3대 왕이 된 이방원이 주고받은 시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본문 15p)

 

학문이 깊고 덕망이 높은 정몽주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었던 이방원의 '이런듯 엇더하며', 그런 이방원에게 일백 번 죽는 한이 있어도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고자 했던 정몽주의 '이 몸이 주거 주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담긴 이순신 장군의 '한산셤 달 발근 밤의', 피비린내 나는 살육극인 사육신 사건의 중심에 있던 성삼문이 끝까지 지조를 지키겠다는 마음이 전해지는 '이 몸이 주거 가셔' '수양산 바라보며' 등 꺽이지 않는 강인함이 보이는 충심이 담긴 시조들이 묵직함을 전한다.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선비는 사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유교 사상을 몸소 실천해 백성을 가르쳐야 했습니다. 당시 선비들이 백성을 가르치던 방법 중 하나는 시조를 지어 퍼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신비들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큰 교훈을 줍니다. (본문 41p)

 

태산이 놉다 하되 하날 아래 뫼히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업건마는

사람이 졔 아니 오르고 뫼흘 놉다 하더라. (본문 42p)

 

예의와 도리, 올곧은 가르침에 대해 알려주는 2부는, 실패와 시련을 거듭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인간 승리의 정신을 말하고자 하는 '태산이 놉다 하되', 요즘 학교 폭력에 빗대어 설명해준 변계량의 '내해 죠타 하고', 악인 취급하는 것에 분개하여 쓴 이직의 '가마귀 검다 하고', 자신의 굳은 의지를 대나무에 비유하여 보여준 원천석의 '눈 마자 휘어진 대를', 총 6수의 짧은 연시조로 당시 중요하게 여겼던 유교적 가치와 시대적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주세봉의 '오륜가' 등이 수록되었습니다.

 

조선 중기에 시조는 백성에게도 익숙한 국민 문학이 되었습니다. 백성의 시조는 양반의 시조와 달리 형식이나 주제가 자유로운데, 주로 백성을 괴롭히는 양반을 은근슬쩍 비꼬는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시조를 통해 다시 백성의 생활상과 고충, 풍습 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본문 175p)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요 개갓치 얄미오랴.

뮈온 님 오며는 꼬리를 홰홰 치며 뛰락 나리 뛰락 반겨셔 내닷고, 고온 님 오며는 뒷발을 버동버동 므르락 나으락 캉캉 즈져서 도라가게 한다.

쉰밥이 그릇그릇 난들 너 먹일 줄이 이시랴. (본문 176p)

 

얄미운 개를 타박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는 임을 원망하는 임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개를 통해 에둘러 표현한 '개를 여라믄이나 기르되',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가슴에 창이라도 내어 열어젖히고 싶다고 표현한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 자신의 결백함을 돌려 말한 '개야미 불개야미' 등 삶을 한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극복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서민들의 애환이 드러나 있다.

 

옛말로 된 원문을 그대로 살린 옛시조를 읽는 재미가 참 좋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시조를 읊는 것만으로도 조상의 얼을 느낄 수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현대어로 풀이하여 수록해주고, 시조에 담긴 의미를 현 생활에 맞게 설명해준 내용들은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었기에 그 시대상을 이해하고, 조상들의 지혜를 배우는데 한치의 어려움도 없었다. 무엇보다 옛말을 읊는 느낌이 참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정환 시조시인이 말한 탄력적인 음수율 탓이려나. 어떤 시조가 있으려나 궁금해 서둘러 읽었던 처음과 달리 다시 한번 천천히 음미하며 시조 하나하나를 읊어가니 더욱 재미지다.

 

어져 내 일이여 그럴 줄을 모로다냐.

이시랴 하더면 가랴마난 제 구태야

보내고 그리난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본문 144p)

 

옛시조를 처음 어린이들과 옛시조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보다 숩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속에 숨겨진 뜻과 시대적 배경을 자세히 풀어 놓았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옛말처럼 시조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조상의 삶과 희로애락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표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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