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문지나 글.그림 / 북극곰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큰 아이가 일곱 살 무렵, 늘 곁에 있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아이는 처음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함께 소꼽놀이, 인형놀이를 해 주던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9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여전히 할머니의 이야기를 합니다. 고요한 나라에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 할머니, 아이는 할머니와의 추억으로 할머니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 후에 태어난 작은 아이는 죽음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큰 아이의 일을 겪었지만, 난 아직도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힘듭니다. 아이에게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이 그림책이 저에게 도움이 될 듯 싶었습니다. 오로지 죽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그림책이었지요.


표지 속 아이들은 하늘 나라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문득 큰 아이가 '하늘에서 가장 반짝이는 별이 외할머니 별이야' 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하늘에 나만의 별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지 속 두 아이들은 어떤 별을 찾고 있는 걸까요? 머리에는 하얀색 리본을 달고, 검은색 상복을 입은 아이들은 아빠를 찾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는 엄마는, "아빠는 아주 먼 나라로 가셨어. 그곳은 고요한 나라란다." 라고 말씀하셨지요.



아이들은 사랑하는 아빠에게 보고싶다는 편지를 쓰고, 종이비행기로 접어서 날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종이비행기가 그림 속으로 날아간 것이지요. 편지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한 두 아이는 그림 속 길을 따라 걸어갔습니다. 두 아이 앞에 버스가 멈춰 섰고, 아이들은 고요한 나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렇게 한참 달리던 버스가 멈춘 곳에는 빨간 우체통이 있었지요.



우체통 문을 열어보니 부엉이 아저씨가 두 아이 앞으로 온 소포를 건네주네요. 소포 안에는 소라껍데기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소라껍데기는 점점 커져서 동굴이 되었고, 남매는 캄캄한 동굴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동굴 끝에는 언젠가 본 듯한 아주 넓은 바다가 있었고, 아이들은 아빠 냄새를 맡습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속삭였어요.
"준이야, 윤이야, 사랑해." (본문 中)



그곳은 정말 평화롭고 고요한 나라였습니다. 그곳은 오래 전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바다였어요. 아이들은 아빠와의 추억을 통해 아빠를 보고 있었고,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었습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누군가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하곤 하지요.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은 사랑하는 마음, 그리움을 모두 기억하게 해주고 그들과 만나게 해주지요. 아빠와의 추억, 그 추억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고요한 나라인 셈입니다. 언젠가 저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죽음은 어느 누구도 예견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사랑하는 두 아이와 헤어지게 될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저는 두 아이에게 많은 추억과 사랑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가끔씩 우리 아이들이 고요한 나라로 놀러올 수 있겠지요?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였음에도 재미있는 상상력을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잘 담겨진 그림책이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지금 함께있는 사람과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잘 표현해주었지요. 몽환적이 느낌의 삽화도 참 좋았습니다. 저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그림책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였습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나면 어디로 갈까요? 어렵고 복잡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철학적 질문들에 대해 문지나 작가는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뜻깊은 해답을 제시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면 아름다운 추억의 나라에서 고요하고 평화롭게 살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추천사 中)


(사진출처: '고요한 나라를 찾아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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