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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머니 속의 도로시 ㅣ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9
김혜정 지음, 배슬기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12월
평점 :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에 폭! 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요. 그런 우리 앞에 책 속의 주인공이 짠~!! 하고 나타난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요? <<내 주머니 속의 도로시>>는 이런 신나는 상상을 통해 주인공 수리가 <오즈의 마법사> 속 주인공 도로시와 일주일을 보내면서 '친구'와 '가족'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은 동화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백 년도 넘게 같은 모험을 반복하고 있는 도로시가 책 바깥의 세상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는 생각에 바깥으로 나가는 물을 향해 뛰어가는 부분으로 시작됩니다. 우리가 책 속 주인공이 궁금하듯이, 책 속 주인공들도 어떤 아이들이 책을 읽는지, 바깥 세상은 어떤지 궁금한 모양입니다.
왼쪽 이마 끝에서 시작된 두통이 점점 오른쪽 이마로 옮겨가더니 머리 전체가 지끈지끈 아픕니다. 이렇게 머리가 아픈 아이는 이수리입니다. 어떤 날은 머리가 아프고, 어떤 날은 배가 아프고, 또 가끔은 팔과 다리가 아플 때가 있어 수리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보건실로 가곤 합니다. 2주 전에는 병원에 가서 여기저기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 결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요. 하지만 수리는 분명 아픕니다. 엄마도 담임 선생님도 그런 수리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수리가 직접 '백색마녀'라고 별명을 붙혀준 괴팍한 성격의 보건 선생님은 약도 주지 않지요. 침대가 하나 뿐인 보건실에는 항상 3반 여자아이가 누워있는 탓에 머리가 아픈 수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네요. 4월 초에 이 학교로 전학온 수리는, 이미 친한 아이들이 다 정해져 있어 낄 자리가 없는 탓에 늘 혼자입니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서 엄마는 회사일로 늘 바빴기에 수리는 집에 가 봤자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 심심하기만 했습니다. 외할머니 댁에서 자란 어린시절부터 <오즈의 마법사>를 읽고 또 읽었던 수리는 도서관에 들러 책을 대출해왔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엄마한테 전화를 한 탓에 수리는 오빠와 비교당하며 혼쭐이 났습니다. 서글픔에 울어버린 탓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 젖어버렸고, 수리는 책이 마를 수 있게 책상 위에 책을 펼쳐둔 채 잠이 들었지요. 수리가 책을 펼쳐 놓았기 때문에 도로시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수리는 도로시와 만나게 되었고, 학교가 궁금했던 도로시는 수리를 따라 학교에도 다녀왔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려했는데, 오빠가 수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책을 반납해버린 탓에 도로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일주일 안에 책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영어 되돌아갈 수 없는 탓에 수리는 도서관으로 가보지만 이미 백색마녀가 책을 대출해 간 뒤였습니다. 책을 찾을 때까지 수리와 도로시는 함께 학교를 다니게 되었어요. 수리는 도로시 때문에 의도치 않게 보건실에 자주 누워있던 그 아이, 윤서를 놀리는 박동현을 혼내주었고, 덕분에 윤서와 친구가 됩니다. 책을 찾기 위해 백색마녀의 가방을 뒤지던 수리는 담임 선생님과 엄마에게 이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달동안 보건실 청소를 하게 되지요. 그렇게해서 윤서와 친구가 되고 백색마녀에 대한 오해도 풀려갔지요.
백색마녀에게 <오즈의 마법사> 책을 얻게 되었지만, 수리는 도로시가 다시 돌아가는 게 싫었습니다. 도로시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반납해 버린 수리는 결국 도로시와 다투게 되고, 다른 이에게 대출된 책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요. 그런 과정에서 수리는 가족에 대한 미움과 친구의 의미를 깨달아갑니다. 책을 찾기 위한 수리의 노력으로 도로시는 책 속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 된 도로시는 이제는 가족, 친구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왜 내가 더 힘든지 모르겠다. 미움이란 녀석은 부메랑이 되어 자꾸 내게 돌아온다. 그리고 뾰족한 부메랑의 끝이 향하는 건 항상 내 가슴이다.
가슴이 답답하다. 너무나 속이 상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문 133p)
왠지 저는 마음이 아프다고 소리치는 수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담임 선생님, 엄마 그리고 오빠가 너무 미웠어요. 하지만 백색마녀인 보건 선생님이 그 소리를 들은 거 같아서 너무너무 다행이었지요. 도로시로 인해 수리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친구 사귀는 법도 배우게 되지요. 그런 수리의 성장이 너무도 예쁜 동화입니다. 책 속의 주인공이 세상 밖으로 구경을 나온다는 설정도 정말 재미있었어요. 도로시가 친구를 괴롭히는 동현이와 반 친구들이 모두 싫어하는 스티커 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활약도 정말 신이 났지요. <<내 주머니 속의 도로시>>는 이렇게 재미있는 상상 속에 우리 아이들이 겪을 법한 고민을 잘 풀어낸 동화책입니다. 강추!!
(사진출처: '내 주머니 속의 도로시'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