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저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4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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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체인지><두근두근 백화점>으로 알렉스 쉬어러의 작품을 접한 바 있어서인지 <<푸른 하늘 저편>>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는 약간 촌스러울 수 있는 책 제목이 내 감성에는 딱! 좋은 느낌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던 거 같다. 10년 전에 친정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 참 많이 울었고, 많이 아파했다. 내 진심과는 다르게 뱉게 되는 말들, 그 말들로 상처받았을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갔다. 이후 엄마가 계신 납골당에 찾아가면, 살아계실 때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건네고 온다. 혹시 아주아주 혹시, 엄마가 듣지 않을까? 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서. 친정 엄마의 죽음으로 하여금 한동안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적이 있다. 그 중의 한 가지 의문은 혹시 내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라는 것이었다. 내가 죽은 후 우리 가족들 옆에서 수호천사처럼 지켜줄 수 있을까? 아니....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죽음, 그 푸른 하늘 저편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곳이 있을까? 가족을 그리워하며, 가족들에게 못다한 말을 건네고 싶어하며, 이승에서 못다 한 일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보내는 그 곳이 있을까? 그 상상의 저편에 주인공 해리가 서 있었다.

 

 

무슨 새치기라도 한 것처럼 자전거를 타다가 해리는 저승에 오게 된다. 나무가 참 많은데다 오솔길과 시골길과 길모퉁이로 가득하고 멀리에 들판이 보이며, '그레이트 블루 욘더(푸른 하늘 저편) 방향'이라고 쓰여있는 손가락 모양의 이정표가 가끔씩 서 있는, 해가 항상 저물고 있을 뿐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해가 그냥 지평선에 걸려 있는 이 곳이 바로 저승이다. 살아 있었을 때, '삶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궁금해하면 아빠는 '죽으면 다 알게 돼'라고 말했지만, 사실 죽는다고 알게 되는 건 아니었음을 해리는 죽고난 뒤 알게 되었다. 해리는 접수대 앞에서 등록을 한 후 얼마나 죽어 있어야 하는지, 이렇게 영원히 빈둥대며 지내야 하는건지, 뭘 하면서 지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지만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해리에게 150년 전에 죽었을 법한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같은 소설책에서 튀어나온 애 같은 동갑내기 아서가 다가온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엄마를 찾기 위해 갓난아기 때부터 갖고 있던 엄마의 블라우스에 달려 있던 단추를 들고 헤매는 아서를 통해 해리는 저승에 관해 알아가게 된다. 이곳을 지나면 다음 단계인 그레이트 블루 욘더에 가게 되는데, 그곳은 마음의 준비가 되면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가만 보면 이곳은 뭔가를 찾아다니거나, 못다 한 일이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헤매고 또 헤매는 사람들이었다. 해리 자신처럼 말이다.

해리에게도 못다 한 일이 있었다. 해리가 집을 나와 자전거에 올라타고 문방구로 출발하기 몇 분 전, 누나 에기와 대판 싸운 일이다.

 

에기 누나, 그런 말한 걸 후회하게 될걸? 내가 죽어봐, 그땐 후회하게 될 거라고 했다. 그러자 누나는 웃기지 마, 오히려 기쁠걸? 그러니꺼 꺼져...그리고 해리는 죽었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것이다. 누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끔찍하고 고약한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그리고 누나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한 끔찍하고 고약한 말 때문에 지금쯤 엄청 속상해하고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해리는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서 누나한테 말하고 싶었다.

 

실은 누나를 무지하게 사랑한다고, 슬퍼하거나 자책할 필요 없다고, 그렇게 울 필요 없다고 말하러 가고 싶다. 그리고 4년 묵은 마로니에 열매를 비롯해서 내 물건 전부를 누나가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본문 36p)

 

돌아갈 수 없음에 속상해하던 해리는 출몰하러 가자는 아서를 따라 산 자들의 땅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했던 친구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축구를 하고 웃으며, 자신의 자리에 다른 친구가 있음에 화나고 슬퍼하던 해리는 그들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고 기억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해리는 자신이 묘지를 매일 찾는 아빠를 보았고, 잔뜩 풀죽은 얼굴들, 침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들, 너무 비참해 보이는 엄마와 에기 누나를 보았다. 해리는 에기 누나와 화해하기 위해 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어루만지는 누나를 보았다. 해리는 아서가 게임기에서 원통들을 움직인 것처럼 책상의 연필에 집중하게 된다. 슬픔이 복받쳐 결국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아마 책을 읽는 모든 독자가 그러하리라.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라는 느낌이 왔다.

가야 할 때.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 할 때.

비로소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슬프고 미안하긴 했지만 평화로웠다. 난 에기 누나와 화했다. 엄청난 짐을 벗어버린 기분이었다. (본문 212p)

 

 

 

살아있다는 것, 그래서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생각해본다. 문득문득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마음에 없는 말들을 내뱉었던,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던 시간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새삼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가슴이 복받쳐오른다. 해리는 이렇게 나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단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처한 현실에 대한 절망으로 죽음을 택하는 이들, 그들에게 희망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선택이 얼마나 잘못 된 것인지를 해리는 몸소 보여주었다. 희망은 우리가 살아 있을때 존재하는 것이므로. 푸른 하늘 저편 어디에선가는 살아있는 자의 불행까지도 부러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살아있다는 건 아주 큰 축복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한 상상으로 풀어낸 삶의 대한 소중함이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풀어낸 작품 <<푸른 하늘 저편>>으로 나중에 내가 못다 한 일 없이 푸른 하늘 저편으로 떠날 수 있도록 내 삶을 후회없이 살아보자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과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는 생각도.

 

살아 있는 게 못 견디게 부러웠다. 물론 살아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건 나도 안다. 개 중에는 비참한 애들도 있고, 슬픈 애들도 있고,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애들도 있고, 시험에 찌든 애들도 있고, 집에 문제 있는 애들도 있고, 그냥 불행한 애들도 있다. 그래도 부러웠다. 불행한 애들까지 부러웠다. 정말이다. 정말 그랬다. 걔들의 불행까지 부러웠다. 걔들은 적어도 살아 있으니까. 그런데 난 그렇지 못했다. (본문 173p)

 

(사진출처: '푸른 하늘 저편'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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