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기차여행 - 사랑스러운 괴짜들의 신나는 모험
실비아 하인라인 지음, 안케 쿨 그림, 김세나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독일문화원 올해의 아동서로 선정된 <<수요일의 기차 여행>>은 대책 없이 낭만적인 이모와 소심쟁이 조카의 기막힌 가출 소동을 담은 동화책입니다. 과잉보호의 양산으로 마마걸, 마마보이가 생겨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엄마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행동합니다. 자신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닌 '부모'의 것이 되어가고 있지요. 이런 사회적 풍토 속에서 이 동화책은 아이들에게 자존감과 독립심을 심어줌으로써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위해 일어설 줄 아는 법을 일깨우고 있지요.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담겨진 잔잔한 감동이 퍽 매력적인 동화책입니다.

 

매주 수요일이면 사라는 방과 훌다 이모한테 가는 날이기 때문에 언제나 좋았어요. 홀다 이모는 사라의 하나뿐인 이모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모였습니다. 뭔가 말하기 전에 절대로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말하는 아빠는 훌다 이모에 대해 멍청하고 완전히 덜떨어졌다고 말하며 비웃었고, 엄마는 자신의 인생 전부를 언니를 돌보는 데 바쳤으며 언니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탓에 훌다 이모에 대해서는 늘 예민하죠. 이모는 생각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여성 잡지 회사 패션 코너 담당으로 매일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엄마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죠. 사라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밝고, 가장 친절한 사람이며, 남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특히 사라가 하는 말이면 뭐든 재미있게 들어주는 훌다 이모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수요일, 사라가 훌다 이모가 혼자 살기에는 약간씩 어려운 점이 있는 직장 동료 몇 명과 대장인 클라우스 아저씨와 함께 살고 있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갔을 때 엄마는 사라가 앞으로 매주 수요일에 테니스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테니스 레슨이 싫다고 말하는 사라의 말을 가로챈 엄마는 이미 정해진 일이라고 했지요. 사라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방으로 가서 말없이 쿠션을 주먹으로 치면서 부모님을 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 사라가 정말 바보 같은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던 시간에 훌다 이모는 사라가 오지 않자 외출을 하게 되고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지요. 이 소동으로 엄마는 화가 났고 사라에게 이모를 만나지 말고 테니스 레슨을 열심히 받으라고 하죠.

 

 

사라는 화가 잔뜩 났지만, 엄마는 사라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은 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 슈팅을 하러 가자고 합니다. 태양도 좋고 수영도 좋지만 엄마와 같이 있으면 절대로 긴장을 풀고 편안히 즐길 수가 없는 사라는 싫다고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엄마가 화를 낸 탓에 함께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간 사라는 엄마가 결정하고 선택하는대로 옷을 갈아 입었습니다. 그런 사라의 지친 마음을 판매원 언니가 알아주죠. 사라는 훌다 이모가 그랬던 것처럼 판매원과 이야기하게 됩니다. 동물학자가 꿈이었던 판매원 언니는 엄마가 옷을 한 아름 들고 가까이 오기 전에 사라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말합니다.

 

"네가 뭔가를 정말로 정말로 하고 싶으면, 그러면 그렇게 해!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싸울 줄 알아야 해. 다른 사람이 자기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놔둬서는 안 돼." (본문 69p)

 

그다음 수요일, 화가 나 방을 엉망으로 만든 훌다 이모의 소동으로 엄마는 이모를 시골로 이사시키기로 결정하죠. 훌다 이모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사라가 안된다고 해도 말이죠. 엄마와는 그 무엇도 평화롭게 정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의 생각이 다르면 그걸로 끝이었고, 모든 것이 엄마가 원하는 대로 진행돼야 했으니까요. 사라는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죠. 그리고 깨닫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도록 놔둬서는 안 돼.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하게 놔둘 수도 있어.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뭔가를 위해서라면 싸울 줄 알아야 한단다." (본문 118p)

 

 

그리고 이제 사라는 예전에 훌다 이모를 돌봐주었던 일제 선생님을 찾아가기로 하지요. 선생님이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아실 테니까 말이에요. 이렇게 해서 사라와 훌다 이모의 기차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일제 선생님의 주소도 모르고, 가지고 온 돈도 잊어버리게 되자 훌다 이모는 발작을 시작하게 되고 사라는 한계에 도달하게 되지요. 다행이 두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라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일을 엄마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걸 엄마에게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언제나 모두들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는 안 돼요. 엄마도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귀 기울여야 해요...엄마가 우리 일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본문 190,191p)

 

 

<<수요일의 기차 여행>>은 정신 지체인 이모와 사라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재미있게 담아냈습니다. 그들의 모험은 두근두근 떨리고 긴장되기도 했고, 신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모험에는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강압적인 엄마에게 이끌려 다니던 사라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나가는 모습은 자신의 삶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임을 일깨웁니다. 물론 여기서 전하는 메시지는 어린이들에게만 향해 있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생각은 듣지 않은 채 늘 마음대로 결정하는 사라 엄마의 모습은 아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우리 엄마들에게도 일침을 가합니다. 사라 엄마를 보면서 제 행동이나 말을 생각해보니 저도 참 많은 것을 반성해야 하겠더군요. 아이가 말하는 '하지만'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엄마의 말이 진리인 냥 따라오도록 하죠. 결국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화가 나고 서로 얼굴을 붉히곤 합니다.

 

 

두려움은 있었지만 혼자 선택하고 결정하면서 사라는 성장해나갑니다. 그런 사라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 속에서 자존감을 갖고 더 큰 성장을 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줄 줄 아는 엄마이고자 합니다. 늘 반성하고 늘 다짐하지만, 여전히 사라 엄마처럼 행동하는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되네요. 사라와 홀다 이모의 모험에 이제 우리 가족도 동참해보려 합니다.

이에 사랑스러운 괴짜들의 신나는 모험을 담은 <<수요일의 기차 여행>>은 아이와 부모가 꼭 함께 읽어보길 권장합니다.

 

(사진출처: '수요일의 기차 여행'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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