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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맛이 그립다 - 사시사철 따스한 정성 담아 차려주던
김경남.김상영 지음 / 스타일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세상 모든 딸들은 친정엄마 손맛 담긴 밥 한끼가 매일매일 그립다.' 책 표지에 적힌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요리 솜씨가 별로 없는 나는 유독 레시피를 중요시하는데, 요리책에 담긴 레시피대로 요리를 하다보면 얼추(나름대로) 맛과 모양을 낸다. 하지만 늘 2% 부족한 맛이 있는데, 바로 그리운 친정엄마의 손맛이다. 친정엄마는 손맛이 좋은 편이었으나, 나는 친정엄마에게 요리를 배울 시간이 없었던 탓인지, 친정엄마의 맛을 흉내낼 수가 없다. 그런 탓인지 가끔씩 밀려오는 엄마의 손맛이 나는 늘 그립기만 하다. 이런 탓에 책 제목에 이끌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다 요리를 업으로 삼은 딸 김상영님과 젊었을 적 친정엄마 옆에서 요리를 자세히 배우지 못하다가 엄마를 떠나 보내고 난 후 많은 아쉬움과 애잔함이 깊게 남아 있어 딸아이와 평소 밥상을 차리듯이 함께 요리를 하면서 요목조목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친정엄마 김경남님이 함께 만들어 간 요리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지난 2~3년간 부쩍 많이 든 생각이 바로 '집 밥의 기본을 더 알아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먹을거리도 참 많고 온갖 진귀하고 특별한 요리들이 많지만, 내가 늘 차리는 밥상보다 귀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지요. (중략)
제가 엄마에게 배운 요리들을 제 또래, 제 아래 나이의 젊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Prologue 中)
이 책은 front info. 친정 엄마의 양념을 시작으로,
김구이, 감자조림, 애호박새우젓볶음 등 22가지의 반찬을 수록한 특별할 거 하나 없던 그래서 더 그리운 엄마 반찬,
칼국수, 수제비, 갈치조림, 해물전골 등 18가지의 국과 조림 등을 소개한 국에도 반찬에도 엄마는 멸칫국물 마니아,
닭튀김, 갈비찜, 불고기전골, 닭볶음탕 등 18가지 특별식을 담은 외식 없던 우리집, 기다려지던 일요일의 특별식,
42가지의 계절별 요리를 담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엄마의 감성 요리,
열무얼갈이김치, 열무물김치, 여름동치미 등 13가지 다양한 김치 종류를 담은 꼭 배우고 싶은 엄마 김치 이야기,
떡볶이, 찹쌀도넛, 고구맛탕 등 11가지 간식을 담은 길거리 포장마차보다 맛있던 엄마표 간식,
아플 때나 소풍 가는 날 혹은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로 혹은 생일날 선물로 좋을 14가지 음식을 담은 선생님께도 생일날에도 아플 때도...엄마는 음식 선물을 한다
로 구성된다. 레시피 뿐만 아니라, 음식에 관한 어린시절의 추억과 에피소드를 함께 수록하여 에세이처럼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퀘세틴이라 불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항암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양파 껍질을 음식물 쓰레기 취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달리 양파 껍질과 파뿌리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멸칫국물로 사용한 지혜는 친정엄마에게서 배울 수 있는 노하우다.
시금치 나물은 간장 양념, 소금 양념, 된장 양념으로 세가지로 양념하여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깻잎도 간장찜과 간장절임으로 두 가지의 레시피를 소개한다.늘 오이무침만 해먹었는데, 오래전에 친정엄마가 해주었던 오이볶음을 이 책에서 보게 되었다. '엄마의 쿠킹 노트'를 잘 봐두었다가 엄마의 맛을 그리워하며 만들어봐야겠다. 아침마다 출근 준비하면서 도시락 반찬을 늘 걱정한다.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던 도시락이 떠오를 때가 있는데, 오징어채무침, 견과류 넣은 멸치 볶음, 돼지고기장조림을 보니 더욱 엄마의 음식이 그리워진다.
국과 찌개에만 멸칫국물을 쓰는 것이 아니다. 갖은 나물볶음을 할 때 물 대신 멸칫국물을 넣고, 생선을 조릴 때도 멸칫국물을 넣는다. 이렇게 만든 요리는 감칠맛이 생겨 요리가 더욱 맛깔스럽다. 다른 파트에 있는 여러 가지 나물이며 볶음, 조림 등에 물 대신 멸칫국물을 넣어 감칠맛을 더해보는 것도 재미난 시도 될 것이다. (본문 60p)
친정엄마도 멸칫국물 마니아였는데, 이 책의 친정엄마도 멸칫국물 마니아시다. 친정엄마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탓에 수제비를 자주 해주셨는데, 간혹 수제비를 만들어도 친정엄마의 맛을 흉내낼 수 없었는데, 이 책의 레시피로 엄마의 맛을 찾을 수 있을 듯 싶다. 멸치를 넣고 푹 끓이는 김치찌개는 사진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아이들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엄마는 늘 영양과 건강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엄마의 걱정도 줄일 수 있는 특별한 요리 레시피에 주목하게 된다. 닭튀김은 비스킷(제크)를 이용하였는데 그 맛이 궁금해진다.
겨울이 되니 먹을거리가 더욱 걱정이었는데, 오곡밥과 말린 나물볶음, 쇠고기뭇국, 도루묵조림, 양미리조림 등으로 겨울 먹거리 걱정에서 좀 해방 될 듯 싶다.
늘 김치는 시어머님이 도와주셔서 걱정없이 지내왔는데, 올겨울엔 시어머님 오시기 전에 준비를 해놔야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았다. 옆에서 눈으로 보던 것과 달리 준비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이 책을 미리 좀 알았다면 김장 준비를 잘 해놓고 어머님께 칭찬 좀 받았으련만. 늦게 부랴부랴 오신 어머님을 고생시켰다. 다음에 김치 할 때는 책을 활용해서 어머님께 칭찬받는 며느리 좀 해봐야겠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생일떡 레시피도 따라해보면 좋겠다. 엄마의 정성이 잔뜩 들어간 간식은 아이들 건강과 입맛에도 좋으리라.
"세상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단 하나의 그리운 손맛을 담다" (표지 中)
에세이를 읽으면서 친정엄마가 그리워진다. 엄마에게 요리를 배우고, 딸에게 요리를 전수하는 모녀의 훈훈한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참 특별한 요리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정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그리워하지 않는 딸은 없으리라. 그 그리운 손맛을 내 가족에게도 맛보이고 싶은 마음도 생겨난다. '우리 엄마가 이렇게 해주면 맛있던데...'하면서 실패했던 몇가지들의 음식이 떠오른다. 이 책이면 그 실패를 완전 만회할 수 있을 듯(ㅎㅎ)... 아무리 생각해봐도 요리책 제목 정말 잘 지었다. 딸이면 누구나 그리워할 친정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요리책이 어디있으랴. 그래서 나는,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그리운 손맛을 이 책으로 대신해보려한다.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그리운 엄마 밥상....지금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하루에 하나씩 요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Prologue 中)
(사진출처: '엄마 손맛이 그립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