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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 - 교과서 들고 떠나는 세계문학기행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24
강혜원 지음, 김학수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1월
평점 :
초등학생때는 책 속에 파묻혀 있던 아이가 초등고학년이 되고 중학생이 되면서 책과 담을 쌓았다. 손에는 책 대신에 휴대전화가 들려있고, 책장 속 책에는 먼지만 쌓이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책 읽기가 숙제가 되어가고, 학습이 된 탓이리라. 학생들에게 명작은 만화나 판타지와는 다른 고리타분한 장르일 뿐일 게다. 좋은 책이라며 건넨 책이 그들에게도 '좋은 책'일리 만무하다. 언어 영역에다 논술까지, 다양한 책을 읽어봐야하는데, 정작 마음이 급한 건 학생들이 아니라 부모들이다. 과연 아이들을 책으로 이끌 수 있을 대책이 있을까? 여기 인간의 삶이 담겨 있는 문학의 뜻을 헤아리고,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 문학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영국 문학 여행을 떠난, 넓은 세상을 둘러보며 샘솟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바람을 가진 현직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계신다. 학습이 되어버린 책 읽기에서 잠시 눈을 돌려 영국 문학의 탄생지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책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선생님이 무작정 떠난 영국 여행 속에서 문학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책으로 이끄는 묘수가 될 수 있을지도.
<<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는 영국 문학 여행을 떠나 명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데, 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여행을 통한 에피소드와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명작에 대한 시각의 폭을 넓혀줄 수 있을 듯 싶다.
켄싱턴 공원에서 만난 피터 팬 동상으로 '피터 팬' 작가의 제임스 매슈 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가 한국에 돌아와 <피터 팬>을 다시 읽었을 때 켄싱턴 공원을 묘사한 구절이 눈에 띄었다고 하니, 우리도 책에 수록된 사진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공원을 둘러보고 책을 읽는다면 그 즐거움이 배가 될 듯 싶다. 19세기 경찰관처럼 보이는 사람이 문앞을 지키고 있는 셜록 홈즈의 집은 소설 속 인물과 배경을 모형으로 만들어 실제처럼 재현해 놓았다고 하니, 홈스 콤플렉스가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닌가 보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는 경험이라니! 이래서 셜로키언들이 생기고 피터팬 신드롬이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문학 여행이 필요한 거구나. (본문 30p)
버지니아 울프의 생가를 찾기 위해서 무척이나 헤매였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시인과 작가들의 묘지가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305호 방 '시인의 방'에서는 묘지석 사이사이를 걸으며 아는 작가들의 이름을 발견할 때마다 그들의 작품 한구절씩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숱한 세월을 거쳐 흘러온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에 가슴 뛰는 설렘을 가졌다고 한다. 그랬던 그녀가 한국에 돌아와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가와 시인의 방에서 느꼈던 문학의 감동보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과 비슷한 포토벨로 마켓에서 먹었던 먹거리가 먼저 떠오른다고 하니 역시 여행은 먹거리가 최고인가보다. 명작에 관한 이야기에 다소 딱딱할 줄 알았는데, 유쾌함이 묻어나는 이야기는 여행 에세이와도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19세기 말에 태어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고향이기도 하고, 21세기에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영화 <해리 포터>를 촬영한 곳인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을 거쳐, 영국을 상징하는 작가 셰익스피어의 고향 마을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도 둘러볼 수 있다. <노생거 사원>과 <설득>의 배경이 된 곳이자, 영화와 드라마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 <오만과 편견>의 작가 제인 오스틴이 알 때 머물렀던 곳 바스는 사진만으로도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오만과 편견> 의 드라마에서 배경이 된 바스의 거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장면에서 배경이 된 건물은 '로열 크레센트'를 감상에 젖어 거닐었지만 그 건물이 로열 크레센트가 아니었다는 것을 여행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되었다는 안타까움이 독자는 왜이리 재미있는지.
'폭풍의 언덕'으로 잘 알려진 마을 하워스 마을, 작가가 문학 여행에서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으로 뽑았다. 샬럿 브론테 그리고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을 좋아하는 탓이다.
로버트 스티븐슨이 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실제 모델이 된 디콘 브로디가 살았던 곳 브로디즈 클로즈,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사랑하는 세 명의 작가인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 이야기꾼 로버트 스티븐슨, 국민 시인 로버트 번스를 기념하는 박물관인 작가 박물관, 영화 <해리 포터>에서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곳, 즉 9와 3/4 플랫폼이 있는 역인 세인트 판크라스 역,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대한 대리석 건물인 영국 박물관 그리고 인도관에서 떠올린 작품 <문스톤>,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재하면서 찰스 디킨스가 살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건물인 찰스 디킨스 박물관, <피터 래빗>의 베아트릭스 포터가 살던 힐탑 농장, 작가가 처음 알게 된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윌리엄 워즈워스 박물관, <테스>에서 삶의 막다른 곳으로 쫓기고 쫓기다가 결국은 살인자가 되어 테스가 피했던 최후의 장소인 스톤헨즈, 이십 년 이상 방치되던 화력 발전소를 고쳐서 2000년 5월에 미술관으로 개관한 테이트 모던, 작가들의 친필 원고를 볼 수 있는 영국 도서관 등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작가의 생각들은 작품 속에서 볼 수 없었던 생생함이 있었다.
나는 영국 작가와 문학 작품의 발자취를 쫓아다니며 작가들이 인간에 대해 느끼는 연민의 감정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본문 207p)
작가가 살았던 곳, 문학이나 영화 등 작품의 배경이 되었던 곳 등을 돌아보며 작품에 대한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여행을 통한 느낌이나 에피소드를 같이 수록하여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들이 가득하다. 교과서나 책을 통한 딱딱하고 지루함이 아닌 여행 에세이같은 느낌의 이야기와 풍부한 사진들이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문학도 곁들어 설명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운영전>은 비슷한 점이 꽤 많다. 둘다 1600년대 초반에 창작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이야기의 끝이 주인공 남녀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부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했다는 점이 묘하게 일치한다...아, 아쉽다! <운영전>의 작가가 자신이 누구인지만 밝혔어도, 한국에서 셰익스피어만큼 큰 인기를 누렸을 텐데. (본문 71,72p)
현직 국어 선생님과 함께 시대와 장소를 가로지르는 생생한 문학의 현장으로 함께 떠나는 교실 밖 국어 교과서 <<국어 선생님, 영국가다>>는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며, 다양한 여행 사진을 통해 책 속에 수록된 고전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 줄 듯 싶다. 최근 명작에 빠져 틈나는대로 읽었던 때가 있었던 탓에, 책 속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많이 읽어본 고전들이 많았는데, 새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 곳곳에 묘사된 장소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고전을 읽으면서 국어 선생님이 알려준 생생한 정보들도 하나하나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다. 이는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듯 싶다. 청소년들도 이렇게 고전에 대한 호기심을 이끈다면, 그들을 책으로 이끌어주지 않을까?
<<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사진만으로도 보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사진출처: '국어 선생님, 영국 가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