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민중인 아들은 텔레비전 광고로 무수히 등장하는 장난감에 넋을 잃고 만다. 어린시절에는 이처럼 크리스마스가 되면 산타할아버지를 가장한 아빠, 엄마에게 선물을 받는 즐거운 날로 여겼고, 20대에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꿈꾸는 날이었으며, 결혼 후에는 두 아이의 선물을 고민하는 날이 되었다. 종교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내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이런 의미였다. 그런 나에게 크리스마스를 조금 색다른 의미로 부여하는 책 <<노엘>>을 만났다.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말로 저자 미치오 슈스케는 <<노엘>>에 동화를 통해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힐링 스토리로 인간에게 있어 '이야기'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느낌의 이 책은 표지문구처럼 '아주 소박하고 당연하지만 우리가 있고 있는 것, 깨닫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주인공 우즈키 게이스케의 '스토리즈'의 동화 한편으로 시작된다. 동화계의 새로운 바람으로 잡지에 소개된 게이스케는 도미자와로부터 고향에서 동창회에 열 계획이니 참석하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참가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줄곧 생각한 것은 '야요이도 올까'라는 궁금증이었다. 어른이 되어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지. 조금 일찍 호텔에 도착하여 커피를 주문한 게이스케는 중학교를 진학하고 왕따를 당하고 자신에게 다가와 주었던 야요이를 떠올린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림을 그리면 잊을 수 있다는 야요이와 초등학교 4학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야기를 썼던 게이스케는 그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두 편의 그림책을 완성해갔으며 중학교 3학년 때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어슬픈 입을 맞추었다. 그러는 사이 고등학생이 되었고 게이스케는 겨우 추악한 공격에서 해당될 수 있었다. 야요이의 친구 나쓰미가 조금씩 게이스케에게 다가오던 어느 날, 나쓰미가 어떤 놈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당시 카메라에 취미를 갖게 되었던 야요미의 카메라에는 몹쓸 짓을 당한 나쓰미의 사진이 찍혀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게이스케는 야요이와는 두 번 다시 말을 하지 않았지만, 14년이 흐른 지금도 야요이를 생각을 하곤 한다. 문득 어처구니없는 공상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하던 게이스케는 야요이에게 당장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에 호텔을 빠져나가게 되는데 그순간오른쪽에서 하얗고 강렬한 빝이 게이스케의 얼굴을 비추게 된다.

 

Track 2에서는 야요이가 화자가 된다. 아버지에게 사진을 찍히기 시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무렵부터 엄마는 아버지로부터 폭행을 당했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아버지 앞에서 옷을 벗어야했던 야요이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는 아버지에게 대해 입에 담았을 때 어머니는 평소보다 심하게 얼굴을 얻어맞아야했다. 하소연할 수 없었던 엄마, 다 면서도 입도 뻥긋하지 않는 어머니가 미웠던 야요이. 중학교를 졸업하기 직전에 처음으로 어머니를 위한, 자신을 위한 저항은 친구 나쓰미를 위험에 빠뜨리는 계기가 되고 만다.

 

게이스케와 야요이가 함께 만든 작품 '하늘을 나는 보물'을 읽는 리코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할머니의 아픔과 아픈 할머니를 부담스러워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곧 있으면 태어날 동생에 대한 질투와 소외감으로 인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다리가 굽혀지지 않는 장애를 가진 리코는 학교에서 다리와 배 때문에 놀림을 당하는 일, 특히 싫어하는 반 아이, 소풍 갔을 때 내내 혼자였던 것과 할머니와 만든 여러 가지 추억 등에 대해 동화책 속 주인공 마코와 매일 국어 공책으로 이야기를 했으며 그로인해 상처를 치유해나갔다.

아내의 죽음으로 혼자가 된 요자와는 잡지에 실려 있는 사진이 자신이 오랫동안 살던 집임을 알아보는데, 지금 그 집에는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온 동화 작가가 살고 있는 듯 했다. 요자와는 그 마을에서 이제 곧 축제가 열릴 것을 기억하고, 생천 처음보는 동화 작가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소년 시절, 도키에게 자신이 들려주었던 이야기 한 토막을 기억해낸다.

 

 

이야기로 스스로의 아픔을 달랬던 게이스케의 동화는 아픔을 간직한 야요이의 그림과 만나게 되고 각자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그 그림책은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를 가진 리코에게 상처를 극복하는 힘이 되어주고, 아내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했던 요자와는 게이스케의 동화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 4명의 주인공는 모두 '이야기'로 엮여 있었다. 옴니버스식 구성은 첫 눈 오는 날의  깨끗함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상처를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힐링 메시지를 전하는데, 독자들에게는 크리스마스에 전하는 따뜻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임팩트있는 내용이 아니였음에도, 점점 그 깊이가 커지는 느낌이다. 가슴 속에 점점 퍼지는 따뜻한 온기 탓이리라. 책 속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통해서 치유해나가듯,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고 위안을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떠들썩한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따스함이 느껴지는 크리스마스와 같은 <<노엘>>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깊어지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노엘'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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