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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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화 <소원>을 처음 알게 되었다. 예고편만으로도 딸을 둔 엄마인 나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기에 원작소설 <<소원>>을 앞에 두고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읽는동안 화가 많이 날 것이고, 또 많이 울 것임을 알기에.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성폭행 사건은 딸을 둔 엄마에게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다. 그 중 2008년에 일어난 조두순 사건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이었다. 8살의 아이는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그 시간동안 아이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짐작할 수도 없는 그 고통의 시간을 어린 아이 혼자 감당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 괴물같은 인간에게 우리는 합당한 벌은 내리기는 한걸까? 도대체 왜!!!!! 세상에 이런 괴물들이 판을 치고 다니는 것인지....그 대답은 도대체 누가 해 줄 수 있을까? 점점 격앙되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자꾸만 화가 난다. 슬.프.다.

힘겹게 책을 펼쳤다. 나영이아빠의 추천사를 읽으면서 이미 나는 울고 있었다. 아직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아빠, 나쁜 아저씨 징역 얼마나 받았어?"

"12년 받았으니 10년 조금 넘게 더 감옥에 있어야 나와."

"쳇!"

사회에 대한 짜증일까? 아니었다. 공포였다.

"10년이나 남았잖아."

"그때까지 내가 힘을 길러야겠다."

12년 여느 다른 사람에게는 가벼운 시간일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에게는 다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하는 지독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만약 놈이 더 많은 형량을 받았더라면 아이의 스트레스는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 (본문 7,8p, 나영이아빠 추천사 中)

 

만취 상태라는 참작이 이루어져 검사가 구형한 20년 형량보다 가벼운 죗값을 받게된 그놈은 12년 형도 무거운 죗값이라고 말하고 있음을 지윤아빠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 자식은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정작 우리는 도망가고 두려워하고 분노해야한다는 사실에 그는 울분의 눈물을 쏟아냈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거부한 지윤이, 엄마 말고는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은 지윤이를 위해 그는 가게 옆 원룸에서 혼자 지냈다. 지윤아빠는 5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소주로 가슴을 소독하며, 기억이 자신을 떠나갈 수 있게, 자신이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 기도하고 기도하며 숨 쉴 틈도 없이 술을 마셨다.

 

지윤엄마는 곤히 잠든 지윤이를 바라보고 있다. 잠을 자려는 순간 불안함이 찾아오는 탓에 5개월이 넘는 시간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낮이 되어야 겨우 수면제를 삼켜 세 시간의 수면만을 취하곤 한다. 잠시 자는 동안에도 지윤이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을 때면 눈이 절로 떠져 한 시간도 잠을 청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죽음으로도 속죄되지 않는 유일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죄를 뉘우친다고 선처해달라고 호소한다.

 

"저 자식......알고 있을까? 판사는 알고 있을까? 세상의 모든 행복이 지윤이에게서 나오는 우리를. 지금 저들이 세상 모든 절망을 우리에게 선물했다는 것을." (본문 62p)

 

지윤엄마는 지윤이의 기억에서 그놈을 지울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억울함과 힘겨움도 참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윤아빠는 어린애를 놔두고 맘 편히 수다나 떨고 있었던 지윤엄마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절망만 남은 그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예전과 같은 행복을 지켜낼 자신이 없었던 탓이다. 지윤엄마만 보면 원망이 터져 나오는 지윤아빠, 지윤이 앞에서는 굉장히 강하지만 남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두려워하는 지윤엄마, 그렇게 그들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었다.

헌데, 설상가상 지윤아빠는 교통사고로 열 시간의 대수술을 받아야했고, 그 후유증으로 해리성 기억장애와 8살의 지능을 가지게 된 지능장애를 보였다. 이 모든 상황을 혼자 이끌어가게 된 지윤엄마는 힘든 상황을 이겨내가며 행복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한자리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 한 식탁에 모여 가족끼리 함께한다는 소중함. 왜 나는 그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일까! (본문 166p)

 

"가족. 그 울타리만 존재한다면, 우리는 아직 행복한 거라 생각해요. 비록 처참하게 짓밟히고 망가졌지만, 아직 그 누구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았어요. 나, 깨달았어요. 갇혀 있지 않아도 우린 절대 서로를 놓지 않는다는 걸." (본문 183,184p)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그들을 가해자 보듯 했다. 거꾸로 된 세상.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소설 속 세상은 바로 우리 현실과 다를 바 없다. 소설 속 지윤아빠와 지윤엄마는 영화를 통해 대화를 하고 추억을 공유했다. 그 중 <시네마천국>의 한 대사처럼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혹독하고 잔인하다" (본문 171p) . 어쩌면 현실은 이 소설보다 더 혹독하고 잔인할지도 모른다. 무섭다.

 

아빠를 본 순간 경기하며 고함을 지르며 오들오들 떨며 발작을 일으키고 스스로 자해를 하며 고통으로 두려움을 억누르기도 했던 지윤이가 "아빠"라고 부르던 장면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읽고 또 읽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그 순간, 그들은 누구보다도 행복했을 것이다.

상처받은 아이로 인해 흩어지게 된 가족, 무너진 울타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가족'이었다. 나영이아빠의 "잊으려 하면 안 돼요. 이겨내야지."(본문 286p)라는 말처럼 우리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고,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설경구, 엄지원 주연의 영화 <소원>의 원작소설이 된 소재원 작가의 <<소원>>은 인내하고 노력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아동 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관심, 그리고 그에 따른 법의 개선 등에 대한 문제점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만취 상태가 참작이 이루어지는 엿같은 세상이 피해자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지길 바라는 우리들의 생각이 곧 법이 될 수 있을 때까지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피해자를 다르게 보는 우리 시선 또한 사라져야 한다.

 

슬프고, 화나고, 안타깝고, 아프다. 읽는내내 정말 행복하지 않았던 소설이다. 그러나 그 결말은 너무도 행복하고 아름다웠다. 힘겨운 상황을 이겨내는 가족이라는 이름이 분노의 눈물에서 감동의 눈물을 선물했다. 행복하지 않은 소재지만 우리가 직면해야하는 현실이기에 읽어보고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에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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