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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야!
소마 고헤이 글, 아사누마 도오루 그림, 안미연 옮김 / 은나팔(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몇 해전에 <말리와 나>라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에다 무엇이든 물어뜯는 전혀 통제가 되지 않은 조그만 강아지 말리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이 담긴 영화였지요. 반려동물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를 처음 느끼게 되었던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조그만 강아지가 가족의 품에서 성장해가고 나이를 먹어가는 모습이 참 애틋하기도 했지요. 참 아름다운 영화였는데, 여기 말리를 능가하는 사랑스러운 개가 있습니다. 바로 '호두'지요.
그림책을 보면서 이 영화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는데, 그 영화의 따뜻함이 이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나더군요.
호두는 화자인 소년이 태어나기 한참 전부터 기르던 개 입니다. 호두는 수컷이고 이제 나이는 열네 살이지요. '앉아!'하면 앉고, '손!'하면 왼발을 내밀고, '오른손!'하면 오른발을 내미는 영특한 개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밥 앞에서 침을 조금 흘리기는 하지만, '기다려!'도 할 줄 아는 최고의 개죠.
'먹보!'이나 '먹통!'을 해도 먹지 않고, '먹어!'했을 때만 먹는 호두는 정말 똑똑합니다.
소년의 호두 자랑을 끝없이 이어집니다. '점프!'하면 들고 있는 막대기를 훌쩍 뛰어넘고, '거기 서!'하면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서 있는데다, '이리 와!' 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안겨 혀로 볼을 날름날름 핥는 호두는 정말 사랑스럽네요. 소년이 이렇게 자랑하는 이유를 알 듯 합니다.
하지만 열네 살인 호두는 사람이라면 꼬부랑 할아버지인 셈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앉아'해도 딴청을 부리고, '손!'해도 오른발만 내밀고, '먹보!'했는데 먹기도 하고, '점프!'해도 뛰지 않고 그냥 쓱 지나가기도 하는데다 '거기 서!'해도 쫓아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늘 그러는 건 아닙니다. 가끔, 아주 가끔 그러지요.
우리 호두는 내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나를 쫓아 달려.
하지만 호두는 열네 살이니까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달려. (본문 中)
마지막 문구가 참 사랑스러운 그림책입니다. 호두는 소년에게는 배려해주어야 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점이 담겨져 있는 말이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집에서 기르던 개인 빌리를 추억하며 썼다고 하네요. 빌리가 죽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어떤 개를 봐도 '빌리가 더 귀여웠어.''빌리가 더 똘똘했어'라고 말하는 저자의 가족은 빌리를 가족의 구성원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도 간혹 아프거나 나이든 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행이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흐뭇한 이야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지요. 동물은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오늘 이 그림책 속 두 주인공 호두와 소년을 통해서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두야!>>는 반려동물인 호두가 나이를 먹어 가면서 생기게 되는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소년은 호두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배려하고 있지요. 이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 가족의 의미가 아닐런지요. 소년이 호두에게 보여준 사랑과 배려가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사진출처: '호두야!'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