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괴물 친구들 사계절 저학년문고 59
박효미 지음, 조승연 그림 / 사계절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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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터울이 나는 우리 남매는 하루라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다. 늘 누나는 동생탓, 동생은 누나탓이다.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될 거 같은데도 두 아이는 이 모든 사태가 상대방 탓이란다. 휴우~ 가끔 작은 녀석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있다. 할 얘기가 많은지 '누나누나' 하며 쫓아다니는데, 누나는 그런 어린 동생이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버럭 소리만 치는 누나가 미워진 작은 아이는 누나한테 심술을 부린다. 오늘 책에서 본 수수께끼 문제를 누나한테 알려주고 싶을 뿐인데, 누나는 그런 동생이 마냥 귀찮은가보다. 어쩌다 큰 아이의 기분이 좋은 날이면, 작은 아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누나누나누나' 부르는 작은 녀석의 목소리도 한껏 신이났다. 그러다 곧 또 큰 아이는 귀찮아하고, 작은 녀석은 또 누나에게 심술이다. 작은 아이는 누나와 함께 놀지 못하는 마음을 심술로 표현하고만다. 도대체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끊어야하는지....하루에도 몇 번씩 싸우지 말라는 나의 거친 목소리는 오늘도 창문 밖을 건너고야 만다.

 

<<우리 집 괴물 친구들>>을 읽으면서 우리 두 아이의 마음이 이렇구나, 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하루 종일 혼자 놀아야 하는 작은 녀석은 저녁이 다 되어서 집에 돌아오는 누나가 참 반가운 존재일 게다. 하루 종일 심심했던 작은 녀석과 달리 누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대화하기, 숙제하기 등 좀체 동생의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다. 그러다보니 옆에서 쫑알대는 동생이 귀찮을 뿐이다. 작은 아이는 작은 아이대로, 큰 아이는 큰 아이대로 각자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엄마인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작은 아이는 누나의 마음을, 누나는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던 게다. 이 동화책은 저자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동생과 형의 입장을 담아내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내가 그러했듯이, 우리 집 두 녀석도 요 동화책이면 서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상민이가 동생을 스컹크라고 부르는 이유는 몰래 들어와서 방을 뒤지고 아끼는 물건을 슬쩍 가져가는 것이 분명한데 증거는 없지만 냄새가 솔솔 나기 때문이다. 상민이가 스컹크가 미운 이유는 방 문에 귀를 바짝 대고 있다가 엄마한테 고자질 하기 일쑤고, 참다 참다 건드리면 요란하게 울음을 터뜨리는 탓에 엄마가 홀랑 넘어가 버리고 자신만 혼꾸멍이 나는 탓이다. 증거를 찾기 위해 상민이는 장롱 속에 숨었다가 못된 스컹크가 나타나면 현장을 덮치기로 결심했고, 드디어 스컹크가 서랍을 열었다 닫고, 자신의 책가방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현장을 포착하게 된다. 그런 스컹크는 얼렁뚱땅 둘러대려다가 느닷없이 비밀 이야기를 해준다고 한다. 그말에 넘어간 상민이는 스컹크 종민이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종민이는 우리 집에 이비야, 툴툴지아, 누툴피피라는 괴물 세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형이랑 놀고 싶어. 형이랑 노는 건 뭐든 재미있어. 잡기 놀이도, 숨바꼭질도, 퍼즐 맞추기도. 뭐니 뭐니 해도 젤로 신 나는 건 이비야 놀이야. 생각나 형? (본문 15p)

 

 

무섭지만 재미있었던 이비야 놀이. 이제 형은 유치하고 재미없다고 이비야 놀이를 안 하고, 귀찮다고 저리 가라 소리친다. 형이랑 놀 생각에 형이 시키는 대로 다 하고, 스컹크라고 놀려도 꾹 참았는데 형은 친구들하고만 킬킬거리며 놀았고 자신만 빼고 축구를 하러 갔다. 종민은 형들이 뭘 하고 놀았는지 궁금해서 살짝 형 방에 갔다가 빨간 보자리륻 뒤집어쓴 이비야와 처음 만났고 이비야와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놀았다. 하지만 고집쟁이 이비야는 형 책상을 어질렀고, 형 가방을 열었다. 종민이는 이비야가 못 하게 하려고 무지 노력했지만 순식간에 형방이 엉망진창이 되었던 거다.

 

이비야라니. 기가 막혔다. 걸핏하면 내 방을 벌집 쑤셔 놓은 것처럼 해 놓으면서 그게 다 이비야라는 괴물 탓이란다. 나는 스컹크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본문 36,37p)

 

 

종민이는 이비야 괴물 외에도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고자질쟁이 괴물인 툴툴지아, 누툴피피 괴물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종민이의 괴물 이야기를 들은 상민은 서랍에 괴상한 괴물이 사는데 무조건 내 편이라 생각했었던 때를 떠올린다. 심심할 때 나랑 놀아 주고, 보물을 지켜 주고 속상할 때 위로해 주는 친구 말이다.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며 까맣게 잊어 버렸던 괴물 친구들. 상민은 눈을 끔벅끔벅하며 쳐다보는 동생이 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동생도 이제 어린이가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형, 그거 알아? 바퀴벌레는 살아 있는 화석이래. 절대로 멸종하지 않는대. 그러니까 형이 아무리 때려잡아도 나는 사라질 수 없다고.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형 동생이라고.

내가 용기를 내서 착하게 말을 걸면 형도 좀 봐줘야지. 형은 내가 말만 걸어도 무조건 때리려고 했잖아. (본문 52p)

 

스컹크 안종민이 눈을 끔벅끔벅하며 날 보았다. 문득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도 이제 나처럼 어린이가 돼 가고 있었다. 숙제도 많아지고, 걸핏하면 어른들한테 야단맞는 그런 어린이가 될지도 모른다.

"스컹크, 형이랑 축구하러 갈래?"

"와! 진짜로?" (본문 92, 93p)

 

 

상민이는 형과 놀고 싶은 종민이의 마음, 동생이라서 서러웠던 일들을 듣게 된다. 늘 종민이의 고자질을 하는 탓에 엄마에게 혼났던 상민이었으나 종민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주인공 상민이와 종민이는 마치 우리 집 남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여 책을 읽는내내 웃음이 났다. 심술 궂은 마음을 괴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도 압권이었는데, 유쾌함 속에 형과 동생 두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너무도 잘 표현한 훈훈한 결말도 마음에 든다.

우리 작은 아이도 괴물을 친구도 두고 있을까?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누나 편을 들어 다그쳤던 일들을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짠하다. 오늘은 퇴근하면 혼자 괴물들과 놀고 있었을 작은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줘야겠다.

상민이와 종민이처럼 우리 집 두 아이가 이 동화책을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사진출처: '우리 집 괴물 친구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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