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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ㅣ 창비아동문고 166
이상권 지음, 정수영 그림 / 창비 / 1998년 9월
평점 :
절판
최근 <성인식><하늘을 달린다><사랑니><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를 통해 이상권 작가와 무척 친숙해졌다. 그의 작품은 청소년문학을 통해 많이 접했는데,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는 오래된 동화책의 작가가 바로 최근에 알게 된 이상권 작가임을 알게 되었다. 꽤 오래 전, 큰 아이가 초등학생때 학교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작품이라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어렴풋한 기억뿐이라, 다시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는데 늘 책장 한 구석에만 있었으니 이 동화책도 정말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한 셈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풀꽃을 접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가까운 곳에 아차산이 있지만, 서울태생인 나 역시도 풀꽃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지라, 우리 아이들에게 풀꽃과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지는 못했다. 그저 예쁘다, 신기하다라는 감탄사가 전부일 뿐이다. 그런 연유로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에서 만난 풀꽃의 다양한 이야기는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했다. 이 책에서는 풀꽃 이름의 유래, 풀꽃의 효능, 풀꽃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등을 주인공 승찬이가 여름방학동안 시골에서 보내면서 쓴 일기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냈다.
5학년인 승찬이와 여동생 승미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아주 깊은 산골 마을인 흙내리에 할머니네 댁에서 지내게 된다. 도착하자마자 쐐기에 쏘인 승찬이에게 아빠는 풀을 돌멩이로 콩콩 찧어 다리에 붙어주었다. 그 풀의 이름은 애기똥풀로 풀에서 나온 즙이 갓난아기 똥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애기똥풀 즙은 무척 독하지만 쐐기에 쏘일 때 붙이면 통증이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렇게 승찬이와 풀꽃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잠자리를 쫓는 자신을 비웃는 흙내리에서 유일한 초등 학생인 민구와의 첫 만남에서 다툼을 하게 되는데, 승찬이의 태권도에 민구가 코피가 나게 되고 쑥잎은 민구의 코피를 멎게 해주었다. 승찬이는 이렇게 길가에 흔한 쑥도 달리 보게 되었다.
비 묻은 딸기를 너무 많이 따먹어서 탈이 난 민구는 배앓이를 한 덕분에 익모초라는 풀을 알게 되고, 감기에 걸린 승찬이에게 도라지 뿌리를 솥에다 푹 삶아서 준 할머니 덕분에 도라지의 재미있고 슬픈 유래도 알게 된다.
흙내에서 물놀이를 하고 눈이 충열된 승미에게는 냉이가, 눈다래끼에는 질경이, 사마귀를 없애는데는 씀바귀,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는 정구지, 개한테 물린 상처에는 돌나물, 뱀한테 물렸을 때는 쇠무릎, 두드러기에는 괭이밥, 승미의 버짐에는 제비꽃, 종기에는 엉겅퀴, 치질에는 뱀딸기가 효력을 발휘했다.
여름방학 동안 시골에서 보내게 된 승찬이는 풀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5학년 여름방학 동안 시골 생활의 즐거움, 풀꽃을 알게 된 유익함으로 보내게 된 승찬이는 6학년 여름방학이 되면서 다시 흙내리에 오게되고, 이번에는 풀과 함께 놀이를 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풀로 각시인형을 만들고, 소비름 줄기로 초롱불을 만들어 신랑 각시 놀이를 한다. 질경이처럼 길에서 자라는 그령으로 올가미를 만들어 골탕을 먹이기도 하고, 줄기를 뽑아 새끼줄을 꼬아서 기차 놀이를 하는 법도 배우고, 어른들 화장에 관심이 많은 승미는 분꽃으로 예쁘게 화장하는 법도 배운다. 여뀌로 물고기를 취하게 하여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잡은 물고기는 꿰미풀로 꿰었다. 감자와 꼬막 껍데기로는 근사한 물레방아를 만들 수 있으며 새팥 줄기로는 철모를 만들면 전쟁 놀이할 때 좋다. 승미는 봉선화로 예쁘게 봉숭아 물을 들였고, 잔디 꽃대로는 물 따먹기 놀이를 했다.
승찬이는 시골에서 보내는 시간동안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정말 귀중한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 승찬이가 자연과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승찬이를 통해서 그 경험과 지혜를 우리 아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을 주리라 생각된다. 고구려의 역사와 자연이 담뿍 담은 아차산이 가까운 곳에 있어도 자주 다녀오지 못했는데, 아이들과 자주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는 식물도감보다 더 재미있게 식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다 동화적 스토리도 가미하고 있어 재미있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사진출처: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 본문에서 발췌)